내가 그녀를 떠나야겠다 결심했을 때는 그녀와 내가 별반다를게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을 때였다. 그녀는 말과 행동이 달랐다. 생활고에 시달린다 말하며 배달 음식에는 매번 사이드 메뉴를 추가했고 자신은 휴일도 없이 일해야 한다고 말하며 술을 마시고 출근을 못하기 일쑤였다. 처음에는 이런 그녀가 나약하다거나, 유혹에 약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것은 그냥 그녀가 멍청한 탓이었다. 그녀는 실제로 정시 출근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했고, 열심히 일했는데 왜 식사에 사이드 메뉴 추가조차 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항변하곤 했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는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었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글을 쓰고 있었다. 예술이 부업이면 그건 거창한 취미활동일 뿐이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한푼도 벌지 못하고 있는 전업 작가. 나는 그녀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술을 마시고 출근을 못하기 일쑤였고, 식사에 사이드 메뉴를 참지 못했다. 강경하게 머리를 세우며 삶을 긍정했지만 동시에 그 버둥거림이 부끄러웠다. 그녀는 노동의 댓가를 벌어왔지만, 나는 노동인지 소비인지 모호한 시간 속에서 매번 빈주머니로 귀가했다.
어느날이었다. 작업실을 옮겼다는 소식에 그녀가 찾아왔다. 연락도 없이 대뜸 사무실 앞이라며. 오후 여섯시. 하늘이 아름다웠다. 그녀에게선 옅은 술냄새가 났다. “맥주 한잔 했어. 이건 사무실 이전 선물” 검은 비닐봉지 속에는 약국 박카스가. 손에는 작은 해바라기 한송이가 들려있었다.
다림질이 안된 바지, 얼룩이 잔뜩 묻은 크롭티, 충혈된 눈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난 그게 다시 화가 났다.
“너 옷이 너무 더럽다. 왜이렇게 꼬질해” 내가 말했다. “나도 너보고 그 말 하려했는데” 그녀가 말했다.
‘이렇게 살아선 안돼’라는 말이 목끝까지 차올랐다.
“하늘 좀 봐 너무 예쁘다” 그녀가 말했다.
난 말을 삼켰다.
“오늘 왜이렇게 표정이 안좋아. 누가 괴롭혀? 내가 그럼 다 혼내줄께”
“가봐, 나 일하러 가야해”
그렇게 그녀가 떠났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이별이었다. 하늘을 보았다. 명백한 푸른색이었다.
"이렇게 살아선 안돼"
자기 경멸이 파도처럼 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