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삼십대의 전쟁이 끝났다

새로운 전장으로

by 표시형

서른여섯살이 되었다. 그리고 서른 다섯 12월, 통장에 3만 8천원이 있던 그날 이후 일주일 뒤 우리팀은 기적적인 성과를 만들며 전세를 역전했다. 지난 이년 동안 벌었던 돈보다 더 많은 돈을 하루에 벌었다.

나의 허덕임들은 순식간에 씻겨져 내렸다. 내 삼십대 초반의 결핍이었던 성취에 대한 갈망, 열정에 기름붓기를 넘어선 새로운 뭔가를 만들고 싶다는 내 결핍, 인정욕구, 경제적 불안함 같은 것들은 한 여름 소낙비가 왔던 것처럼 순식간에 씻겨 내려졌다. 겨울이 끝나면 봄이 올 줄 알았는데, 깊은 "무"의 계절이 찾아왔다.

이 모든 것들이 벗겨진 뒤 난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 ?

불안함으로 꽉차있던 내 마음의 빈자리엔 허무가 깃들었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다만 조금 어른스럽고 노련해진 나와 눈가의 주름 몇 줄, 그리고 완전히 변해버린 내 표정 같은 것들 정도.

난 무엇을 기대했을까. 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나면 어떤 풍경을 바랬던 것일까. 마음의 안정은 이내 권태가 되었다. 영화 속 전쟁 영웅이 그토록 꿈꿨던 가족의 품으로의 귀환을 얼마 즐기지 않은 채 전쟁터를 그리워하며 다시 전장으로 뛰어드는 것처럼. 나는 그 불안과 긴장의 세월에 중독되어 버린 것일까.

원인 모를 나의 불안감은 여전하고, 오히려 간절함이 사라진 애매한 상태에 나는 스스로가 실망스럽다.

이제, 불안으로 움직이는 내가 아닌 더 긍정적인 꿈과 희망으로 작동하는 나에 대한 기대 사이에서 대의의 부재인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지난 이틀은 출근이 설레지 않았다.

더 큰 집, 더 좋은 차, 사람들의 인정, 내 드라마를 사람들한테 들려주는 일..

우리가 얼마나 고생을 했고, 얼마나 멋진 역전극을 해냈는지 같은 것들이 전혀 매력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난 더 큰 세계, 더 큰 호기심, 더 큰 열정, 더 큰 갈망.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끝없는 갈증 같은 것들로 간절하고 싶다.


난 날 짖누르고 있던 불안과의 싸움에서 끝내 이겼다. 현실의 벽 같은 것들을 모조리 부셔버렸다.

한 때 잘나갔었던 이라는 명패를 찢어 밟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창업가가 되어 귀환했다.


난 더 가져야겠다. 더 꿈꾸고 싶다. 더 간절하고 더 절박해지고 싶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다.


새로운 전장을 찾아 떠나야겠다. 영토의 수복이지 내 세계의 정복은 아니었던 것이다.

나의 전장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더 큰 세계를 가져야겠다.

죽음 앞에서 모두가 공평하다면, 난 내 평생을 제대로 한판 놀다가야겠다.


불안으로 꽉 차있던 곳의 빈자리에 있어야 할 것은 허무도 안도도 아닌 야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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