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unst Sep 27. 2023

#1. 예가체프(Yirgacheffe)에 반해볼래?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코체레 워시드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나의 커피 수업에 첫 원두는 Ethiopia Yirgacheffe 였다. 왜냐하면 그때 예가체프에서는 화려한 꽃 향이 많이 났었기 때문이다.

다른 커피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군고구마의 단맛, 탄 듯한 향, 화려한 꽃 향, 오렌지, 금귤의 흘러가는 산미가 일품이었다.


열외의 커피였다.

그런데 2023년 현재 이 세상에는 꽃 향이 나는 많은 다양한 종류의 커피들이 생겨났고, 커피의 맛은 조금 자극적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거나 말거나,

Ethiopia Yirgacheffe 는 정말 맛있고 멋진 커피임에는 말할 필요가 없다.

추운 겨울 오후, 첫눈이 내리고 소복하게 쌓인 밖의 풍경을 보며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 보며 마시는 한 잔의 예가체프는 그야말로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선물할 것이다.

예쁘지도 않게 자그마하게 생긴 Bean에 어쩜 이리도 맛있는 맛들이 담겨 있을까?

그러나 아쉽게도 세계 기후 변화로 토양도 달라진 지금, 같은 원두라도 해마다 맛들은 조금씩 달라진다.

아쉽기도 하지만 올해는 어떤 맛일까 기대도 되니 손해는 아닌 듯.


이제 내가 느끼는 커피의 향들을 상상으로 펼쳐볼까 한다.


봄을 부르는 커피 브라질.

따뜻한 햇살 아래 페루.

그저 봄날인 따뜻한 다정한 커피 온두라스.


수업을 할 때나 카페에서 많은 분들이 드립을 주문하시면서 어떤 맛인지 물어본다.

쵸콜렛, 캬라멜, 여러 가지 과일, 견과류 등등…

답을 해드리긴 하지만 사람이 느끼는 커피의 맛은 한계가 있다.

맛은 상상하고 느껴야 그 원두의 그 맛을 잊지 않는다.

커피는 관계 맺음이다. 관계 맺음의 미학이다.


어떤 날에 어느 시간대에 누구와 어떤 느낌으로 커피를 마셨는지에 따라 그 맛은 잊을 수 없는 맛이 된다.

언젠가 그날과 비슷한 어떤 날

그 커피가 다시 생각나지 않을까?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눈보라 치는 날에도

태풍이 부는 날에도

그날에 어울리는 그 커피가 있으니

우리는 상상으로 그 맛을 그려보자.



2021년 1월.

눈이 어마어마하게 내려 교통 대란이었다.

뽀드득, 뽀드득. 눈 밟히는 소리는 참 좋았다.

그날 역시 난 진한 예가체프를 마셨었다.

커피. 기억 소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