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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st Oct 07. 2023

#3. 콜롬비아 수프리모, 우리의 시간 속으로..

콜롬비아 수프리모 톨리마

옥수수, 보리차의 탄 듯한 구수함을 가지고 있는 커피.

바로 콜롬비아 수프리모다.


뭐 그렇다고 구수함만 가지고 있냐 하면 그건 아니다.

과테말라 안티구아와 함께 중남미의 묵직함을 가지고 있는 콜롬비아는

살짝쿵 느껴질 듯한 산미와 보리차의 구수함, 흑설탕을 녹여 살짝 태운 듯한 단 맛, 이 모두가 균형을 잘 잡고 있어

마치 어린아이들이 즐겁게 타고 노는 시소 같다.


나 어렸을 때 우리나라는 집에서 보리차나 옥수수차를 끓여 마셨고,

음식점에 가도 끓인 보리차를 내주었었다.

이 구수한 향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콜롬비아가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 같고

특히 50~60대 분들에겐 더욱 익숙하게 느껴지는 커피가 콜롬비아 수프리모 아닐까 싶다.



유학을 간 첫 해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렸었다.

겨울밤은 정말 빨리 시작된다.

눈이 수북이 쌓인 거리에 사람의 기척은 없고 눈 내리는 소리만 들렸었다.

가로등의 불은 켜지고 눈은 계속 내리고.


우리 집엔 발코니가 있었는데

이런 날엔 발코니에 나가 눈을 밟고 서서

저 멀리 어느 집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었다.

아마 왠지 모를 그리움 때문이었을꺼다.


그때, 콜롬비아 커피를 알았더라면

보리차를 대신하는 구수함으로 그리움을 조금은 달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만 해도 미소가 피어진다.


지금은 여름의 끝자락에 서 있지만

그래도 오늘은 그날을 생각하며 콜롬비아로 오로지 나를 위한 드립 한잔을 내려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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