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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련하는 위

아파봐야 아는 평시의 소중함

by Ubermensch







맵고 짜고 시고 쓴 자극적인 음식을 주로 먹고 몹시 엉망인 생활습관을 가졌음에도 내 몸은 항상성과 기능성을 잘 유지해 주는 편이었다. 다만 드물게 연례행사 식으로 한 번씩 위경련이 찾아오는데, 그럴 때마다 사경을 헤매곤 한다. 지금도 사경을 헤매고 오는 길이다. 해가 뜰 무렵 눈을 떴다가 사경을 한참 헤매고 왔더니 깜깜한 밤이 됐다.


위경련의 고통을 묘사해 보자면 명치에 스무 번에서 서른 번 정도 칼빵을 당한 뒤 그 구멍 나고 피가 질질 흐르고 있는 상태의 위를 걸레 짜듯 쥐어짜는 느낌이다. 새우처럼 등을 꼬부려 말고 커다란 인형을 끌어안은 채 옆으로 누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산통처럼 일정한 주기를 두고 고통이 몰아친다. 잠시 멈춘 순간에도 언제 또 쓰나미가 밀려올지 몰라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이 고통은 내가 겪어본 모든 종류의 고통 중 최상위 수준으로 고통의 수치를 0부터 10까지 두고 0이 안 아픔 10이 죽음이라면 10.14 정도 되는 고통이다.


지난 생일에도 위경련이 찾아왔다. 원래는 1.2년에 한 번쯤만 겪는데 올해는 아직 다 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세 번째다. 주말에 집에 혼자 있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킬 수도 없기 때문에 부엌 싱크대 서랍에 있는 약에 도달하기까지도 몇 시간이 걸렸다. 토도 하고 싶은데 화장실까지 갈 수가 없어서 꾹 참고. 그래도 경험으로 언젠가 이 모든 게 끝날걸 알기 때문에 기다려 본다.


새우처럼 몸을 말고 누워서 한나절동안 고통을 느끼는 동안 핸드폰을 잡을 여유도 없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생각뿐이다. 뭐든지 익숙하고 당연하게 여기던 그 상황에서 이탈해 봐야 기존에 누리던 것에 대한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사람도 그렇고 환경도 그렇고 건강도 그렇다. 위가 마치 시위를 하는 것 같다. 2년 전 건강검진 때 위염이나 위암일 수 있으니 내시경을 해보라고 결과지에 뜬 경고를 무시하고 살아온 대가인 걸까, 나는 이렇게 곧 죽는 걸까 생각한다.


위경련은 위염과 다르게 심리적 이슈로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어젯밤 누가 나오는 꿈을 꿨다. 악몽은 아니다. 지난 생일 위경련 때도 간밤 꿈에 동일한 사람이 나왔었다. 나쁜 사람은 아니다. 내게 위경련을 줄 뿐. 체온이 36.5°C 를 넘을 것 같은 사람인데, 마침 날이 급격히 추워져서 생각이 난 건가 보다. 작은 보복을 하나 계획하고 있다. 내 초능력으로.


오늘 하루는 아무것도 못 먹고 침대에 웅크려 하루 종일 사경을 헤매고 요단강 자락에 발목을 담갔다 뺐다 하다가 간신히 돌아왔는데 내일 무사히 깨어나 출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고독사를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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