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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에 관하여

각자가 가진 빛나는 것들

by Ubermensch






이번 겨울을 맞아 크리스마스 악몽 주제로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나를 제외한 열두 명의 작가님들과 함께 초안을 공유하는 단계다. 세계관이 남다른 인원 구성에 심혈을 기울인 만큼, 우리 프로젝트의 구성원들은 각각의 다채로운 개성과 독창성, 미적 감각을 강렬하게 뿜어내고 계신다. 정작 팀을 꾸려놓은 나는 아직까지 백지다. 현생이 바쁘기도 하고 벼랑 끝에 몰린다음 벼락치기를 하는 습성이 있어서 그렇다. 구상에 따른 사전 준비 작업이 필요하기도 하고.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라는 하나의 주제임에도 작가별 모두 다른 빛깔의 프리즘처럼 다채로운 색조의 작품을 보고 있자니 타고난 재능과 천재성이라는 게 확실히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이런 전개를 만들어내지? 싶어 깜짝 놀란다. 예술하는 사람들이 가진 예민함, 감수성, 세상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은 확실히 평범한 사람들과 다름을 느낀다. 내 본업이 작가가 아니라 천만다행이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았다면 모차르트를 시기하는 살리에리가 될 수도 있었겠다. 예술의 영역은 노력보다 확실히 타고나는 것의 비중이 큰 듯싶다. 발레라든지, 무용처럼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타고난 아름다운 비율과 뼈대는 같은 동작도 훨씬 더 우아하고 돋보이게 해 준다.


내가 봤을 때 이 재능이라는 게 꼭 어떤 형태의 작품을 내놓아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내가 특히 부러운 건 어떤 분야의 천재성 같은 재능 말고, 대놓고 티 나지 않는 유형의 재능이다. 성품이 몹시 다정해서 사람들을 다독이고 끌어안는 재능, 외모가 빼어나게 예쁘고 잘생겨서 저절로 시선을 사로잡는 재능, 어디서든 유쾌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재능, 별 걸 안 해도 듬직하고 위로가 되어주는 재능 같은. 예술가의 그것처럼 뭔가 유형의 작품을 창조해 내는 것이 아니라, 타인 간의 관계 속에서 빛을 발하는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종종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부럽다.


어쩌면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누군가의 시선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눈여겨보아주고, 감탄해 주고, 해석해 주면서. 그 관계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 내가 그린 튤립 그림으로 천재작가님 두 분(영업의신조이, 까마귀의발)께서 멋진 글을 써 주셨다.


https://brunch.co.kr/@ee36b7b4104d464/218

https://brunch.co.kr/@wordofexecusion/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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