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랗고 붉은 눈
우리 부서에만 특별히 오는 사건들이 있다. 재기수사명령사건. 기소유예나 혐의 없음 등의 불기소 처분이 난 사건의 고소인들이 처분 결과에 불복해 항고를 하면, 고검에서 사건을 다시 검토한다. 이때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이곳에서 사건을 재기해 수사를 새롭게 개시하게 된다. 종전 불기소 처분이 부당하다는 항고인의 의견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통은 수사를 보강하여 처벌을 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전 과정을 거치며 이미 한번 종결되었던 사건이라 기본적으로 오래 묵은 경우가 많고, 애초에 범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충분했다면 처음부터 기소를 했을 것이었으므로, 일반적인 사건에 비해 수사가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 범행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증거는 소실되고, 사건 관계인들의 기억은 흐려지며, 참고인들의 협조도 수월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피의자나 제3자 참고인, 혹은 피의자성 참고인만 보다가 피해자의 진술조서는 처음 받아봤다. 쌍방 폭행 사건이기에 순수 피해자라고 보긴 어렵지만, 어쨌든 우리 검사실에 배당된 사건 입장에서는 상대 피의자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에 항고한 피해자의 입장이다. 나이가 일흔에 가까운 어르신이 축 처진 어깨로 콜록이며 들어오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물을 권했다.
그가 어렵게 입을 떼서 말했던, 사위로부터 들었다는 입에 담기 힘든 말들을, 나는 조서에 받아 적었다. 그는 폭언과 욕설을 듣다가 참지 못하고 멱살을 잡았다고 했다. 나는 평소 사람의 눈을 보는 습관이 있다. 하지만 오늘은 눈을 쉽게 마주하기 어려웠다. 어르신의 큰 눈에 물기가 스며있는 것 같아서였다.
좋은 곳에 시집가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던 딸이 임신을 한 상태에서까지 수시로 폭행을 당하며 지냈다는 사실을, 일상적인 유흥과 외도를 숨기지도 않는 그의 행태를, 딸은 그간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건 전까지 그는 전혀 몰랐다고 했다. 딸은 살면서 처음으로 아버지가 우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그날 장서 간 충돌로 발생한 상처는 그의 몸보다 마음에 훨씬 더 크게 남은 것처럼 보였다. 그날의 몸싸움으로 그는 사위보다 더 중한 처벌을 받게 되었다. 호화롭고 행복하게 잘 사는 줄 알았던 딸의 결혼생활이 만신창이 허상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늙은 아버지의 비통한 심정이 커다란 눈에 붉게 비쳐서, 나는 그 눈을 정면으로 마주 볼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