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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올라 Jan 25. 2022

말투의 차이

말투에 대한 고민



 종종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을 피부로 느낄 때가 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사람이 있는 반면, 똑같은 의미를 내포한 말인데도 기분을 상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 무조건적으로 순종적인 말투를 지향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적당히 내 의견을 피력하면서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상대방에게 불쾌함을 주지 않기 위해서 나는 어떤 말투를 사용해야할까. 고민이 많다. 기분이 상할 만한 내용은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 걸까. 별 내용이 아닌데 잘못된 말투로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한 번 시작하게 되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내가 사람들의 눈치를 너무 많이 보는 것은 아닐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나이고, 나를 중심으로 살아야한다던데. 나 자신의 기분보다 상대방의 기분에 너무 집중하는 것은 아닐까.


 웃기게도 단순히 내가 그 사람이 미워서 말투와 상관없이 불쾌함을 느낄 때도 있긴 하다. 이럴 때는 내 감정을 어떻게 컨트롤해야하는 걸까. 미움이라는 감정을 꼭 내가 컨트롤해야하는 걸까. 긍정적인 생각만 하면서 살아야하는 걸까. 괜히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상대방의 말투가 가시돋힌 것처럼 느껴질 때, 이게 상대방의 문제인지 내 기분의 문제인지 고민에 빠질 때마다 내가 쓰는 방법은 객관적인 시선 찾기이다. 타인의 시선으로 내 상황을 바라보기. 믿을 만한 사람(내 마음 속의 아주 높은 장벽을 넘은 사람이어야 한다)이나 가족에게 물어본다. 가끔은 익명으로 인터넷에 물어보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이고 나는 이러한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솔직히 말하면 종종 무조건적인 공감을 바라고 물어보기도 한다. '저 사람 말투에 문제가 있는 지 모르겠는데?'라는 냉정한 대답이 돌아올 때는 가끔 또 다시 괜히 물어봤다는 생각과 지금 이 말투에서 상처를 또 받은 내가 잘못되었나라는 생각의 굴레에 갇혀버릴 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방법은 가급적이면 내 멘탈이 건강하고 든든한 상태일 때 사용한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상대방이 생각의 전환점을 던져준다. 내가 오해했구나, 심각할 필요가 없었는데 너무 깊게 받아들였구나라는 마음이 들면서 그 생각들이 내 생각의 뭉치를 톡 치면 내 감정과 꼬인 생각이 도미노처럼 한 번에 해결될 때도 있다.



 말투와 조금 동떨어진 이야기이긴 하지만 카카오톡 사용을 크게 선호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구어체와 다르게 문어체가 딱딱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같은 말을 직접 입에서 나오는 말로 들을 때와 카카오톡으로 읽었을 때 와닿는 감정이 다를 때가 종종 있다. 상대방은 그저 궁금해서 물어본 것인데, 화가 나서 날카롭게 물어본다고 느낄 때가 있다. 상대방으로부터 다시 긍정적인 답장을 받거나 이모티콘이 날라오면 기분이 사르르 풀리는 내가 어이없을 때도 있다. 카카오톡 메세지를 주고 받은 뒤, 나한테 마음이 상한 줄 알고 걱정에 가득 차 있다가 실제로 만났을 때 정말 아무렇지 않은 상대방을 보고 나 혼자 오해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허무함이란.


 상대방의 말투로 받는 상처에 대해 다시 고찰해보자면,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하겠지만 정해진 답은 없다는 것이다. 받아들이기 나름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물론 그게 쉬운 일이라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행복하기만 할 것이다. 어려우니까 문제다. 내 마음가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는 것. 세상만사가 그렇긴 하지만. 내 경우에는 아무리 예의없는 말투로 말하는 사람에게 그래, 넌 그렇게 살다가 가라, 라는 마음으로 흘려듣다보면 평소보다 덜 상처를 받는다.


 개인적으로 카르마karma를 믿고 살고 있다. 결국은 인간은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을 상처낸 만큼 돌려받을 것이고, 그런 사람 주변에는 아무도 남지 않을 테니 나중에 후회하지 말라고. 혼자 속으로 생각하고 뜨거운 화를 삼킨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복수를 생각하는 못된 마음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내가 제일 중요하고, 이런 생각이라도 해야 내 마음이 편해질 수 있으니까. 나의 경우에는 적당한 합리화를 해가면서 살아가야 내 정신 건강이 안정된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말투를 가진 사람은 보통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평가를 받고 있다는 걸 나중에라도 알게 된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의 말투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즘 생각하는 방법 중 하나는 어차피 다 스쳐지나가는 인연일 뿐이니 크게 미련을 두지 말자는 것이다. 마음 속에 참을 인을 세 개 그려보면서 다시 다짐한다. 모진 말투를 사용하는 사람때문에 기분이 상할지라도 언젠가는 다시 돌아보면 기억은 미화될 거고, 내게 생채기를 남기더라도 나는 다른 사람으로 치유해가면서 살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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