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언제 또 썼대?"

무서운 모니터 요원이 날 흔들었다

by 원재희

피드백을 받는 날은 늘 마음을 접어둔다
상처를 입는 날이니까






가끔 무난하거나
가끔 실망스럽고
아주 가끔은 아프다


그래서 오늘도
그냥 철판을 깔고 튕겨내자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그 사람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이런 걸... 언제 또 썼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다
말투도, 표정도.
그에게서 처음 보는 당황한 듯한 얼굴


잠시 후.

“솔직히 좀 놀랐다
당장 먹힐 것 같은데
내가 다리 좀 놓아줄게”




비판적이고 냉정한 사람이기에
그가 말한 말투는

그답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듣고만 있었다


나는 한 일이 없다

그저...

내가 만든 세계에서
그들과 놀았을 뿐

지금은 빈깡통 아무것도 없지만
언젠가는 이 시나리오가
어떤 배우의 입을 통해 나오게 된다면
오늘 이 순간이 다시 떠오를 것이다




아무래도 오늘은
밖에 나가서
내 입에 뭐라도 넣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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