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조금 남겼다
양배추 하나를 꺼냈다
반으로 자르고
그 반을 다시 잘랐다
얇게, 얇게 썰다 보니
내 마음의 결도 함께 썰고 있더라
칼끝이 나무 도마를 두드릴 때마다
기억이 얇게, 그러나 확실하게 잘려나갔다
계란을 풀고
소금과 후추를 조금 넣었다
무언가를 '요리'한다는 건
재료를 넣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섞는 일인지도 모른다
프라이팬에 부치고 나서야 깨달았다
대단한 걸 만들려고 했던 게 아니었고
그저...
무언가를 하고 싶었을 뿐
이 조용한 다짐 하나가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고
결국, 한 장의 양배추전으로 남았다.
다음에도 무언가를 만들겠지
어떤 마음으로 썰게 될까
오늘을 기억할 수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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