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아직 여름도 아닌데, 햇살이 유난히 뾰족하다.
창문을 반쯤 열어두었는데, 바람보다 빛이 먼저 들어온다.
기분 좋은 온도. 그보다 약간 더 따뜻한 공기.
나는, 이불을 갠다.
이불 속에서 나온 그 시간,
나는 오늘도 괜찮게 하루를 시작했다는 신호를 느낀다.
집 안엔 미니 선풍기가 조용히 돌아간다.
소리가 없다.
그 조용함이 오히려 나를 더 정직하게 만든다.
책상 위에 있던 커피는 이미 다 식었고,
다시 따뜻하게 데우고 싶은 생각은 없다.
지금 이 온도가, 이 공기가, 이 햇살이 좋다.
어제는 미니 에어컨을 꺼냈다.
한참 고민하다가.
언제쯤 더워질까, 그걸 미리 예측하며 준비한 작은 결심 같은 것.
더위보다 두려운 건, 준비되지 않은 하루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여름으로 간다.
이불에서, 선풍기에서, 공기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그러나 정직하게,
자신만의 속도로 계절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