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회고
◎일
1)올해는 한 달 회고 글을 매달 꼭 발행해 보자는 나와의 약속을 잘 지켰다. 다만, 너무 브런치를 일기장 쓰듯이 쓴 면이 있고, 11월을 마지막으로 에디터 활동을 그만두었기 때문에 에디터 활동을 대신할 글쓰기 루틴이 필요해졌다. 이전에 썼던 회고 글들을 비공개로 돌리고, 나의 한 달 회고를 좀 더 완성도 있는 글의 형태로 발행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 중이다.
2)캐릿의 Z세대가 선정한 올해 일 잘한 브랜드 S등급에 선정됐다. 지쳐갈 때쯤 힘이 되어준 소식이었다. 지난 3년 동안 전력을 다해 일한 보람이 요즘 많이 느껴진다. 성취감과 공허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3)네이버 컨퍼런스 <DAN>에 다녀왔다. 멋진 기획, 멋진 동료들, 멋진 협업이 매우 부러웠다.
4)안전가옥 / 위픽 팝업, 언리미디트 에디션, 디자인 페스티벌에도 다녀왔다. 자극을 많이 받은 시간이었다.
5)책책책의 모든 영상 업로드가 끝났다. 프로젝트도 끝나간다. 생각보다 책책책 회식이 재밌어서 놀랐다. 캘린더를 찾아보니 책책책 첫 미팅을 했던 때가 딱 1년 전인 11월이더라. 겉으로 태연한 척했지만 등뒤로 땀이 엄청나고 있었던 첫 미팅과 지금 회식 자리를 비교해 보니 새삼 1년 간 정말 고생했고,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체감이 되었다.
6)밑미 오프더레코드 전시가 시작됐다. <일터에서의 행복 되찾기>라는 이름의 기록물을 제출했다. 일하면서 힘든 순간마다 리추얼 메이트들과 문장들을 필사하고 공유한 시간이 행복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가라앉아있었던 겨울, 불안했던 봄, 조금씩 에너지를 되찾았지만 왔다 갔다 했던 여름, 새로운 세상을 보며 마음이 편해졌던 여름휴가, 좋은 성과들과 함께 평온함을 얻었던 가을까지의 기록을 담았다. 일주일 만에 기록을 보고 방명록을 남겨주신 분들이 꽤 있어서 너무 감동이었다. 나의 별거 아닌 기록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영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다.
7)내가 계속해서 고치지 못했던 나의 약점을 고쳐보고자 용기 내어 행동에 옮겼다. 내가 내 약점을 알고 있고, 그걸 고치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고, 행동으로 옮길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다행이라고 느꼈다. 일의 성과에서 느낀 성취보다 약점을 고치고자 노력한 것에서 느낀 성취가 더 크다. 일은 나를 많이 변화시킨다.
◎삶
1)목포여행에서 처음으로 삼합을 먹어봤다. 새로운 도전은 늘 즐겁다. 매주 토요일 새로운 맛의 붕어빵을 파는 붕어빵 가게가 있어서 가봤는데 넘 맛있었다. 혹해서 붕어빵 창업을 알아보다가 포기했다.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구나
2)오금공원에도 처음 가봤다. 조용한 공원과 흔들리는 억새, 러닝하고 산책하는 사람들, 낮은 지붕의 집 모두 완벽했다. 언젠가 짝꿍과 이 동네에서 사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잡았다.
3)드디어 이북리더기를 샀다. 책 몇 권 살 돈으로 이북리더기를 사면 밀리의 서재를 더 잘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샀는데 넘 좋다. 진작 살걸. 출퇴근 길에 어깨가 가벼운 것도 좋다.
4)동네에 새로운 오뎅바가 생겼는데, 온사케가 너무 맛있어서 감동이었다. 겨울이니까 자주 가고 싶어졌다.
5)유기견 봉사에 처음 다녀왔다. 정말 많은 강아지들이 있어서 귀여운 동시에 애틋하고 짠했다. 오랜만에 파주의 자연 속으로 가서 강아지들과 놀고,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새를 보니 환경과 동물에 다시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이런 주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일 때문에 바빠지자마자 가장 먼저 손에서 놓게 되었다. 이제 텀블러도 자주 들고 다니고, 산책할 때 탐조도 틈틈이 하려고 선물 받았던 쌍안경을 현관에 꺼내두었다. 내년에는 일보다 삶에 집중하는 한 해를 보내려고 계획 중인데,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들을 해보고 싶다. 숲해설가 자격증도 따보고 싶고, 멀리 탐조도 가보고 싶고, 유기견 봉사도 계속하고 싶고, 다양한 환경 책들도 읽고 싶다.
6)이번 달엔 당근라페가 너무 맛있어서 두 번이나 만들어 먹었다. 빵을 좋아하는 나에게 넘 좋은 음식이다. 당근은 싫은데 당근라페만 유일하게 좋다.
7)러닝, 필테를 다시 시작했다. 운동 한 달을 쉬니까 진-짜 하기 싫었는데, 또다시 뛰러 가니까 좋았다. 다행이었다.
◎콘텐츠
- 이달의 책 : 제 자리에 있다는 것, 이반일리치의 죽음, 실패를 통과하는 일, 독서를 영업합니다, 책을 덮고 삶을 열다, 역량, 긴긴밤
- 이달의 영화 :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세계의 주인, 나우 유 씨미3, 위키드
- 이달의 드라마 : 친애하는 X, 키스는 괜히 해서!,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
- 이달의 예능 : 저스트 메이크업
- 이달의 영상 : 72시간 소개팅
- 이달의 음악 : For Good - 위키드 ost, Play a Love Song - Hikaru Utada, 아몬드 초콜릿, Lucky Girl Syndrome - ILLIT, Mouse - 이고도,
- 이달의 연극 :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문장
-이 세상은 꼭두각시의 무대
북소리 피리소리에 맞추어 놀다보면
어느새 한바탕의 짧은 꿈
갑자기 고개를 돌려보니 늙었네
이 이야기를 거울삼아
알아서 잘들 분별하시기를
우환을 만들지도 당하지도 마시고 부디 평화롭기만을.
금방이구나 인생은, 그저 좋게만 사시다 가시기를!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마지막 대사)
-이 형벌을 형벌이 아니게 하는 길이 몇 가지는 있다
그 하나는 시시포스가 힘에 부치는 커다란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다 짊어지고 올라갔을 그때의 기쁨이고
또 하나는 커다란 돌이 다시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을 바라볼 때의 휴식이고
다시 또 한차례 그 바위를 짊어지고 오르기 위해
천천히 산을 내려갈 때 주변 풍경이 주는 짧지만 깊은 위로다
형벌이란 하나의 단면이다
형벌이란 한 단면의 풍경이다
형벌은 영원히 계속되고 기쁨과 위로 또한 영원히 이어진다
(책을 덮고 삶을 열다)
-조금은 손해 보는 삶을 생각해 보리라 이 가을엔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잘못한 일보다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잘못한 일이 없었나
다른 사람 마음 아프게 해 준 일은 없었나
조금은 천천히 걸으며 숨 쉬며 뒤돌아보리라 이 가을엔
(리추얼 메이트 분이 필사해 주신 글)
-이미 누가 봐도 헤매고 있는데, 내가 해내야 한다고 무조건적으로 믿는구나.
23.만화 <하이큐!>에는 같은 팀 동료의 무조건적인 신뢰가 가장 무서운 협박이라는 표현이 나옴. 그 절대적 신뢰에 부응하고자 한발 더 멀리, 한발 더 높이 뛰고 달리며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이야기가 나옴. 소리에게는 2019년 4월의 대화가 그러한 순간이었다고 함.
(실패를 통과하는 일)
-Q. 이야기적 인간은 어떤 사람인가요?
주인공 같은 사람.
좋은 이야기에 존재하는 주인공들한테는 몇 가지 공통적인 특성이 있어요. ① 욕망이 없는 주인공은 없고요. ② 고난을 겪지 않는 주인공도 없죠. 초반에는 바라는 것이 없고, 우연히 고난을 해결하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본인의 행동과 선택으로 상황을 해결해요.
이 원리를 알면 내 삶이 다르게 보입니다. 지금 내가 주인공성을 잃는지, 얻는지 알게 돼요. 사람이 언제 가장 재미없고 멋없냐면, 삶에 대한 통제감을 잃을 때예요.
(폴인 인터뷰)
-인생의 여러 고난으로 잠을 잘 못 자는 친구가 자신을 구원해 준 숙면 영상의 링크를 보내줄 때, 그것은 알파벳과 숫자로 이루어져 있는 잘 자라는 말이잖아요.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잖아요.
기술과 결합한 사랑과 우정.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기술 속에서도 저는 이런 것들을 악착같이 건져내 사랑스럽게 쓰고 싶습니다.
(이슬아 작가 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