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작년 그레타 툰베리로부터 시작된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은 올해 코로나, 역대 최장 기간 장마를 겪으며 더 커져가고 있다. 지난 세대들이 인류의 편리, 발전을 위해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자연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온 결과가 이제야 슬슬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동안 자연의 파괴, 그로 인해 인류가 겪을 피해들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그저 눈에 보이지 않으니 괜찮겠지 하고 눈 가리고 모른 척하며 달려온 결과를 이제야 마주하고 있다. 타일러 라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는 이러한 시국에, 늦었지만 이제서라도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그 실태를 파악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읽기 좋은 책이다.
또한, 타일러 라쉬는 최대한 친환경적인 책을 제작하기 위해 fsc인증마크를 받고, 콩기름을 사용하며, 최소한의 디자인을 사용한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친환경적인 제작을 하는 곳이 많이 없어서 제작이 힘들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진작 이렇게 할 수 있었으면서 아직까지 하지 않았었다는 것이 놀라웠고, 공급이 없다는 건 수요가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므로 이런 수요가 지금까지 없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출판업계에서도 책을 제작할 때 이젠 친환경 옵션을 고려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원래 환경에 관심은 있지만 실천은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다양한 환경 관련 도서를 찾아 읽기 시작했다. 이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책들을 한 번 읽으면 읽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 얼마나 절박하고 다급한 상황인지, 늦은 것 같지만 지금이라도 실천해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할지를 깨닫고 나면 이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했던 행동들에도 한 번씩 브레이크가 걸리고, 양심이 찔려오기 시작한다. 과학도서 MD로 일 하면서 환경학, 생태학 관련한 책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과학분야 도서는 전문적이라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이제 막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들에게는 타일러 라쉬의 이 책이 술술 읽히지만 정확하게 요점을 잡아주는 책으로 적당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타일러가 대학 시절 접했던 책 <6도의 멸종>에 대한 내용이 굉장히 충격적이어서 계속 마음속에 맴돈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1도 상승하면 북극의 얼음이 녹는 속도가 빨라져 북극곰이 멸종 위기에 놓인다. 2도 올라가면 그린란드 전체가 녹아 마이애미, 맨해튼이 바다에 잠기고,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환자들이 수십만 명으로 늘어난다. 3도가 오르면 아마존이 사라진다. 4도가 오르면 뉴욕이 물에 잠긴다. 5도 이상 오르면 정글이 불타고 가뭄과 홍수로 인해 거주 가능한 지역이 얼마 남지 않는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생존을 위한 전쟁을 벌이게 된다. 6도 오리면 생물의 95%가 멸종한다. 얼마 전 왜 이렇게 지구에 관심을 가지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우리가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당연히 지구에 함께 살고 있는 식물, 동물, 곤충들을 위한 것도 있지만 우리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단순히 환경보호, 지구를 생각하는 행동이라고 하면 저 멀리 북극곰의 얼음이 녹고 있어요, 펭귄을 살려주세요 정도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결국 그들이 사라지고 나면 그다음 사라질 타깃은 우리 사람이다. 지금이라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지구가 폭발하는 '한 방의 멸종'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주거지가 점점 물에 잠기며 사라지고, 살 곳이 없어진 사람들이 좁은 땅에 몰리게 되고 서로 살아남기 위해 싸우며 서서히 몰락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면 아마 제일 많이 듣게 되는 말이, 우리가 해봤자 중국이나 미국에서 안 하면 무슨 소용이냐는 말일 것이다. 책에서 말하길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이란 것이 있다고 한다. 인류가 지구 자원을 사용한 양과 배출한 폐기물 규모가 지구의 생산 능력과 자정 능력을 초과하는 날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날이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이 날짜로 계산해봤을 때, 평균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2019년 기준 7월 29일이었지만 한국의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4월 10일로 다른 나라들보다 더 일찍 자원을 소진해버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 1년에 평균 3.7개의 지구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평균은 1.75개의 지구로, 한국도 세계 환경오염에 꽤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중국, 미국에서 분리수거 안 하니까 우리가 한다고 해서 소용없다는 말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것이다. 우리라도 1년에 1 지구만 사용할 수 있도록 먼저 조치를 취해야 한다.
내용에 따르면 코로나 19 사태의 근본 원인이 기후위기라는 데 동의하는 사람이 응답자의 84.6%였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뉴 노멀의 시대를 맞아 이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해 왔던 행동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점검하고 반성해야 하는 시간이다. 우리가 행동할 수 있는 부분은 완벽하지 않더라도, 불완전하더라도 실천해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