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하게 얽힌 연결고리

이미 달라진 지구를 위해

by 위다혜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 최근 역대 최장 기간의 장마를 겪으며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해시태그가 공유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부터 긴 장마까지, 2020년은 지난 세대가 지금까지 파괴해온 것들에 대해 지구가 복수를 하는 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상 현상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기후 위기는 사기라는 말부터, 이미 지구의 멸망을 막기는 늦었다는 말까지 기후 위기에 대한 많은 말들이 있지만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우리는 서로 얽혀 있고, 서로를 위해 이제는 진짜 지구를 생각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이제 그냥 저 먼 곳 어딘가의 얼음이 녹아 북극곰과 펭귄이 살 곳을 잃어버린다는 문제가 아니다. 살 곳을 잃어버리고 종 자체가 없어진 동물들은 이미 많고, 이젠 우리 인간의 차례다. 기후위기로 인한 멸망은 재난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한 순간 무언가의 습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처럼 장마, 바이러스 같은 알 수 없는 일들이 계속 이어지며 사람들을 죽게 만들고, 해수면이 점점 높아져 땅이 서서히 줄어들고, 살 땅이 사라지고 살기 힘들어진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죽이며 점점 황폐화되어 갈 것이다. SF, 디스토피아 소재의 책을 읽으면서 머나먼 시대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 지 않는 요즘이다. 멀지 않은 미래의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될 수도 있겠다는 마음가짐을 기반으로 하게 된다.

심지어 인간뿐만 아니라 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물, 식물, 곤충과 같은 다른 생명체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이 인간의 이기심, 낭비와 파괴로 인해 그 모든 피해를 떠안고 있다. 동물들은 생명의 존엄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한 평생을 박스 크기의 공간에서 지내며 '고기'라는 상품이 되기 위해 부리가 잘리고, 억지로 새끼를 임신한다.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도축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상품은 인간의 건강에도, 동물들의 존엄성에도, 환경에도 그 어디에도 이로울 것이 없지만 인간의 이기심과 사회적인 편리함으로 인해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지구와 환경, 동식물과 인간 모두가 서로서로 얽혀있다. 이제는 사람만의 관점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동물, 사람, 생태계 모두가 얽혀있고 이어져있다는 원헬스의 관점에서 세상을 다시 바라봐야 할 시기이다.

지금부터라도 작은 행동들을 실천해야 하지만 실제로 변화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의 행동으로 인한 결과가 지금 당장 눈 앞에 보이지 않기에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 '내가 해봤자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으로 그 가능성을 회피해버리고 눈 앞의 달콤한 이익을 좇는 사람들이 아직 수도 없이 많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마스크를 써야 하고 밖에 못 나가는 것이, 장마로 인해 여행을 가지 못 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 본인이 직접 행동을 실천하는 불편은 감수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 19 사태의 근본 원인이 기후위기라는 데 동의하는 사람이 응답자의 84.6%였다고 하지만 그 모든 사람들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 행동을 하고 있진 않다고 느껴진다. 내가 일회용 빨대를 쓰든 귀찮게 세척을 해가며 실리콘 다회용 빨대를 쓰든 내 눈 앞에 보이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알면서도 당장 실천에 옮기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눈에만 보이지 않을 뿐, 그러한 조그만 낭비들이 모이고 모여 눈덩이처럼 불어나면 그제야 우리를 위협할 정도로 커진 눈덩이를 확인하고 후회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분위기에 따라 친환경, 그린 마케팅을 펼치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친환경적인 경영은 하지 않으면서 겉으로만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그린워싱'의 사례도 늘고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곳에서도 트렌드에 맞춘 환경 관련 제품들을 기획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회사의 1층에는 하얀색 일회용 종이컵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점심시간엔 일회용 수저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퇴근할 때쯤이면 일회용 컵과 빨대로 꽉 차있는 휴지통을 마주하게 된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친환경적인 행동을 실천하지 않으면서 고객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트렌드에 맞추기 위해 친환경 제품과 프로모션을 앞에 내세우는 것은 모순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진심으로 환경을 생각한다면 제품보다는 그 회사 내부에서 소모되는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먼저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기업문화의 변화는 근무자의 가치관을 바꾸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이는 더 큰 환경보호로 이어질 것이다.

사람들을 실천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자꾸 그 현실을, 다가올 미래를 눈 앞에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많이 등장하고 있는 환경 관련 도서, 다큐멘터리가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과학도서 MD라는 직업 특성상 남들보다 더 환경에 관한 책을 많이 접하고 있어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른다. 최근 읽었던 책 중 타일러 라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라는 책이 인상 깊었다. 내용적으로 환경에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비기너들이 읽기 좋은 책이다. 비기너들이 알고 싶어 할 만한 자료, 내용들이 잘 서술되어 있고 현재 상황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쉽게 설명되어 있다. 특히 저자인 타일러 라쉬는 한국인이 아니지만 누구보다 한국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는 외부인의 관점에서 국내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도 좋았다. 형태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최대한 친환경적인 책을 제작하기 위해 fsc인증마크를 받고 콩기름을 사용하며, 최소한의 디자인을 사용한 책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런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제작을 하는 곳이 많이 없어서 제작데 고충이 있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진작 이렇게 할 수 있었으면서 아직까지 하지 않았었다는 것, 공급이 없다는 건 수요가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므로 이런 수요가 지금까지 없었다는 것이 놀라운 지점이었다. 나는 출판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고, 아직도 이북보다는 종이책이 좋은 사람이지만 가끔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나무를 베어 만드는 종이책을 막 사는 건 괜찮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번 사례를 통해서 출판업계에서도 책을 제작할 때 이젠 친환경 옵션을 고려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책을 구성하는 가장 주요한 재료인 종이가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나무를 사용하여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책 생산에 있어서 친환경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면 환경보호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제는 정말 지구를 생각해야 할 때이다. 서로의 얽힘을 알고 조금은 불편해져야 한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먹은 고기는 고통받았던 한 동물의 삶, 자연환경 파괴와 얽혀있는 것을. 내가 무심코 집어 든 일회용 빨대는 땅과 바다를 떠돌다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해양생물의 몸속으로 들어가고 다시 나와 얽히게 된다는 것을. 과거의 세대가 풍요를 위해 미래를 무시하고 자연을 파괴해온 행위들이 미래 세대의 자원과 얽혀있다는 것을. 하나의 지구에서 살아가는 동안 모두의 행동들은 어떤 식으로든 얽혀있고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지금이라도 인식해야 한다. 그 얽힘을 인지하고, 신경 쓰고, 불편해져야 한다. 그리고 그 불편한 마음이 동력이 되어 불완전하더라도, 완벽하지 않더라도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그들은 작은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며 선한 방향의 얽힘을 새롭게 만들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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