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마다 찾게 되는 제주의 도피처

요가와 다도와 명상의 집, 제주 '취다선 리조트'

by 위다혜

매년 봄, 연례행사처럼 찾게 되는 제주의 취다선 리조트. 벌써 올해로 3년째 연달아 방문하고 있다. 왜인지 봄마다 위로와 힘이 되어주었던 곳이라, 힘들 때마다 찾아가는 곳이 있냐고 물으면 이젠 이곳이 답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 축 가라앉아있던 겨울의 나를 봄의 날씨로 깨우고, 요가와 명상 그리고 다도로 새롭게 마음을 씻어내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는 취다선 리조트. 겨울을 싫어해 봄이 한 해의 시작처럼 느껴지는 나에겐, 새 마음을 다짐하게 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https://www.chuidasun.com

"취다선리조트는 안온한 쉼을 위한 공간입니다."

리조트의 소개문구처럼, 이곳은 사람들이 조용하게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며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준다. 모든 객실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어 조용하게 경치를 감상하며 쉴 수도 있고, 머무는 동안 요가, 명상, 다도 클래스를 무료로 들을 수 있어 다양한 클래스에 참여해 보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리조트 바로 앞에 바다와 해안도로가 펼쳐져있어 언제든 바로 바다에 발을 담그러 갈 수 있고, 쭉 펼쳐진 길을 따라 해안가 러닝을 하기에도 좋다.

1.프라이빗 다도 클래스

프라이빗 티룸에서 진행되는 다도 클래스는 리조트에서 머무는 사람은 1박 1회 체험할 수 있다. 티룸이 아늑하고 아름답게 꾸며져 있고 혼자만의 다도 시간을 즐기기 좋아 매우 추천한다. 꼭 리조트에 머물지 않아도 다도 클래스만 들으러 오시는 분들 또한 꽤 많은 것 같다. 다기에 대한 설명부터 다도 하는 법까지 천천히 모두 설명해 주시기 때문에 처음 다도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좋다.

나도 이곳에서 다도를 경험한 뒤부터 차에 빠져 클래스에서 마신 차의 찻잎도 구매하고, 서울에 돌아가서 다기까지 구매했다. 그 정도로 차를 마시는 행위, 차를 즐기는 법에 대해서 좋은 시작이 되어주는 클래스이다. 도시에서 차를 마신다는 일은 보통 카페에 가서 3분 정도 우려진 티백을 일회용 컵에 담아와 일 또는 공부를 하며 마시는 일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차를 마신다는 일은 매우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이 두 경험을 같은 '차 마시는 행위'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차는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일수록 더 맛있어진다. 이렇게 천천히, 우릴 때마다 달라지는 맛을 느끼면서 마시는 차는 삶에 의도적으로 주는 쉬는 시간이자 명상 시간이 되어준다.

2.바닷가 바로 앞의 식당, 오조미야

리조트 주변에 뭐가 별로 없는데 밥은 어떻게 먹지? 하는 분들을 고려하기라도 한 듯, 리조트에서 10초 거리에 식당이 한 곳 있다. 바로 "오조미야"! 취다선 리조트의 조식이 이곳에서 제공되기도 하고, 점심과 저녁에도 먹을거리가 많은 곳이어서 매우 추천하는 곳이다. 조식은 세 가지 메뉴 중 선택할 수 있는데, 매년 갈 때마다 먹는 "들깨 쑥떡국"이 너무 맛있어서 서울에 와서도 생각날 지경이다. 들깨 쑥떡국을 비롯해 다양한 비건 메뉴들이 있어서 비건들이 방문하기에도 좋다.

이곳의 음식은 주기적으로 바뀌는 것 같은데, 첫해에 먹었던 한치물회, 둘째 해에 먹었던 장어탕도 맛있었지만 올해 가서 먹은 해초성게빔밥이 정말 최고였다! 평소 채소가 들어간 비빔밥은 먹어봤어도, 해초가 주인공인 비빔밥은 처음이었다. 제주의 정체성과 잘 맞게, 해녀들이 직접 따온 해초들과 맛있는 양념이 버무려져 있어 바다의 느낌을 물씬 받을 수 있었다. 정말 좋은 점은 1인을 위한 글라스 와인을 판매한다는 점! 바다 구경하고, 요가와 명상 클래스로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한 다음 늦은 저녁으로 해초 비빔밥과 와인 한 잔 하고 숙소로 들어가면 완벽한 하루 일정이 완성된다.

3.제주 동쪽의 스팟들

요가와 명상만 하면 심심할 수 있으니 근처도 슬슬 둘러본다. 매년 취다선 리조트에 갈 때마다 함께 가는 스팟들이 몇 곳 있는데, 걸어갈 수 있거나 버스만 잠깐 타면 되는 곳이라 잠깐 들렀다 오기 좋다.

*카페 '오른'

처음 취다선에 방문했을 때는 주변에 괜찮은 카페가 없어서 슬펐는데, 마침 카페 '오른'이 생겼다! 앞으로는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뷰가, 뒤로는 유채꽃 밭이 펼쳐진 뷰의 카페이다. 유리 통창으로 되어있어 탁 트인 기분을 느낄 수 있고, 제주의 정체성을 살린 다양한 디저트들을 만나볼 수 있다. 심지어 커피도 맛있어서, 가만 앉아 바다를 보며 책 읽기 좋다.

*서점 '소심한 책방'

취다선에서 걸어서 40분 정도 가면 나오는 소심한 책방. 걸음이 빠른 분이라면 30분 정도로 갈 수 있다. 버스를 탈 수도 있지만, 제주는 버스 배차 간격이 길어서 날씨만 괜찮다면 슬렁슬렁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걸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서점의 규모가 꽤 크고, 소설 에세이 인문 그리고 그림책까지 종류가 꽤나 많아 다양하게 둘러보기 좋은 서점이다. 큐레이션도 잘 되어 있어 매년 이곳에서 사는 책들은 성공한다! <작은 파티 드레스>, <소설 만세> 등 을 구입했었는데, 모두 취향을 저격하는 책들이었다. 여행지에서 책 사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가볼 만한 곳!

*목화휴게소

'소심한 책방' 가는 길에 등장하는 "목화휴게소" 문을 닫는 날도 종종 있는 것 같은데, 문을 연 날에는 휴게소 앞과 바닷가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바닷가 바로 앞에서 갓 구워진 한치를 맥주와 함께 먹으며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센스 있게 무알콜 맥주도 판매하고 있으니 운전자들이 쉬어가기에도 좋은 곳이다.

*벚꽃 구경

취다선에 3월 말~4월 초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시기에 가면 벚꽃을 여러 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벚꽃은 남쪽인 제주에서부터 피기 시작해서 북쪽으로 서서히 올라간다. 제주의 벚꽃이 필 무렵인 이 시기에 내려가면, 서울과는 다르게 따뜻하고 분홍꽃이 만발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제주의 유채꽃은 덤! 제주 벚꽃 구경을 실컷 하고 서울로 올라가면 그제야 서울은 벚꽃이 피기 시작하기 때문에 벚꽃 구경을 두 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쉬운 분들은 서울 벚꽃 구경 이후 파주, 연천 등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세 번 벚꽃 구경을 할 수 있다. 취다선 근처는 남쪽에서 처음 맞이하는 봄꽃들을 구경하기 좋은 스팟이다.

*서점 및 카페 '책방 무사'

뮤지션 요조님이 운영하는 '책방 무사'는 거리가 꽤 있지만 버스를 타고 자주 들러보는 곳이다. 책방 무사는 서점직원으로서 갈 때마다 큐레이션에 놀란다. 정말 좋은 책인데 잘 알려지지 않아 속상했던 책들, 많이 소개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책들, 바로 지난주에 출간되어 밀어야지 생각하고 있던 책들이 이미 책꽂이에 꽂혀있어 도대체 누가 큐레이션하는 것인지 매번 궁금해진다. 실패 없이 좋은 책을 만나고 싶을 때, 서점에서 책도 사고 카페에서 제주당근주스도 마시고 싶은 날엔 책방 무사를 추천한다.

4.어디도 나가고 싶지 않은 날엔

하지만 취다선 리조트는 방 안에서 쉬기만 해도 충분히 좋은 곳이긴 하다. 룸 컨디션이 호텔 같진 않지만, '1인 여행자의 방'을 예약하면 혼자서 여유 있게 쉴 수 있을 정도의 아늑한 방이 제공된다. 방에는 주전자와 차를 내려마실 수 있는 다기가 준비되어 있어서 다도 클래스에서 배운 대로 자기 자신만의 다도 시간을 가져볼 수 있어 좋다. 폭신한 침대 위에서 사 온 책을 읽으며 바다를 보고, 차만 마셔도 충분히 힐링되는 시간들이다.

5.요가, 명상 클래스

이곳의 모든 장점들 중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취다선의 요가, 명상클래스이다. 내가 서울에서 요가와 명상 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준 것들 중 하나가 취다선에서의 경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요가, 명상은 요즘 가이드 영상들이 많이 나와 집에서도 할 수 있긴 하지만,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함께하는 사람, 선생님의 에너지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 측면에서 취다선의 요가, 명상 수련실은 그 평온함과 고요하고 정화되는 에너지를 받기에 정말 좋은 장소라고 생각한다.

큰 유리 통창을 통해 제주의 자연이 보이고, 저녁시간대에 가면 서서히 지는 노을을 보며 수련할 수 있다. 객실에서 크게 이동할 필요 없이, 바로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요가 수련할 수 있는 공간이 나와서 정말 편리하다. 들어갈 때 나는 은은한 인센스향과 고요한 요가의 음악들, 하얗고 아름다운 다기들이 벌써부터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빈야사 요가, 하타 요가, 동적 명상, 아침 릴렉스 요가, 소리 명상 등의 프로그램을 들어봤는데 모두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최근 집에서만 하던 요가 생활을 청산하고 요가원을 등록했는데, 그 결심에도 취다선에서의 요가 경험이 꽤나 영향을 미쳤다. 요가원에서의 요가 수련이 이렇게나 내 정신을 맑게 하고 평온을 되찾아주는 것이라면 이 시간을 서울에서도 지속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결심의 시작이었다.


평소에 잔잔하게 혼자 쉬는 시간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요가와 명상, 다도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힘들고 지친 날에 이곳에 잠시 머물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에서 만족스러웠던 다양한 경험들은 자연스럽게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반영된다. 꼭 제주로 내려가지 않아도 내 삶 안에 나만의 작은 제주와 쉼이 자리할 수 있도록, 힘든 날 요가원으로, 나만의 작은 찻자리로, 자기 전 명상으로 내가 쉴 수 있는 작은 틈을 낼 수 있는 법을 만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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