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의 요가원들
발리에서 하고 싶었던 일 1순위는 요가였다. 힘들었던 나날을 요가에 기대 건너간 적이 있기도 했고, 최근 새로운 요가원을 다니며 요가의 매력에 푹 빠져있었기에 발리의 유명한 요가원에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왜 발리에서 요가 문화가 이렇게 발달했을까? 검색해 봐도 또렷한 근거가 나오지는 않았다. 우붓의 아름다운 정글과 자연의 힘에 반한 요기가 우붓에서 요가 문화를 번성시켰다는 이야기도 있고, 발리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교인 힌두교와 요가가 관련이 있어 발리만의 고유한 요가 문화가 생겨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 기원이 무엇이든 내가 발리에서, 특히 발리의 정체성 같은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우붓에서 만난 요가원은 실로 대단해서 그곳에서 더 머물고 싶게 만들었다. 우붓은 자연을 존중하고 웰니스를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잘 형성되어 있었다. 건강한 raw푸드, 동물과 지구를 포함한 주변을 잘 살피고자 하는 요가의 가치관이 맞닿아있는 비건 푸드 레스토랑도 많이 볼 수 있어 내가 가 본 곳들 중 가장 건강하고 요가의 정신을 공간화한 곳이라고 느껴졌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요가라니, 절대 못 참지. 나는 우붓에 머무는 5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혹은 저녁에 요가 수련을 했다.
1. 우붓, 요가반
우붓에서의 첫날과 마지막 날의 요가를 책임져준 우붓의 가장 유명한 요가원 '요가 반'. 유명하고 대중적인 만큼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고 들었는데, 나는 극호호호였다! 두 번이나 갈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우선 요가 프로그램이 많으며 잘 짜여 있어서 좋았고, 대형 요가원(?) 답게 원활하게 잘 관리되는 모습이 좋았다. 더 기대가 되었던 점은 이곳이 영화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라>의 촬영지였다는 점이었다. 그 영화를 볼 당시에는 요가를 시작하지도 않았던 때이지만, 주인공처럼 발리에 가서 요가를 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고 지금에서야 그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니 왠지 신기하다. 그 영화를 보던 당시에는 삶에 지쳐 발리와 로마, 인도에 가는 주인공에게 이입이 잘 되진 않았는데 아마 지금 다시 보면 너무나도 공감이 될 것 같아 여행이 끝난 후 다시 보기로 다짐했다. 직접 가보니 그곳은 내가 기억하는 그 영화의 분위기와 매우 닮아 있었다. 우붓의 짙푸른 정글 속에 나무로 쌓아 올린 요가 오두막이 여러 채 놓여있는 요가반. 이곳에서는 현실 속 각자 다양한 일들에 지친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기에 충분했다.
(1) 빈야사 (90분)
첫날 들었던 수업은 빈야사였다. 생각보다 힘들었다. 50분 정도의 요가 수업에 익숙한 나에게 90분이라는 시간 자체가 길게 느껴졌고, 햇빛이 쨍쨍한 우붓의 오후에 요가를 하자니 등에서 땀이 줄줄 흘렀다. 그래도 땀 흘리며 정신없이, 내 인생 제일 긴 요가를 한 뒤 맞이하는 사바아사바는 평화 그 자체였다. 열심히 하면 할수록 뒤에 오는 휴식이 더 달게 느껴지는 법. 오두막의 열린 문 사이로 솔솔 들어오는 오후의 바람이 아직도 기억난다.
(2) 모닝 플로우 하타 (90분)
우붓을 떠나는 마지막 날 들었던 모닝 플로우 하타 수업. 첫날 수업이 좋았어서 마지막 날 또 들으러 요가반을 찾았다. 빈야사는 서양 남성분이 요가 강사였던 반면, 모닝 플로우 하타는 발리니즈로 보이는 분이 강사 셔서 왠지 더 좋았다. 입장하기 전 yes, no가 적힌 카드를 나눠주는데 선생님의 티칭이 필요한지의 여부에 따라 내 옆에 카드를 두면 된다. 모닝 플로우 하타는 지금까지 들었던 수업들 중 가장 핸즈온이 많았던 수업이다. 이 수업은 열린 오두막에서 진행하는 것이 아닌 크고 널찍한 통창으로 정글뷰가 보이는 실내 메인 스테이지에서 진행했는데, 다른 느낌의 요가반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선생님이 자세를 잘 봐주시고, 아침에 하기에 난이도도 적당해서 마무리로 딱 좋았던 수업이었다. 사바아사나 시간에 잠깐 비가 쏟아져, 마치 asmr 같은 아침의 빗소리를 가까이 들으며 누워있었다. 요가를 끝내고 밖으로 나오니 하늘은 다시 맑게 개어있었다. 모든 동작을 마무리하고 나에게만 집중하는 이 시간에만 딱 쏟아져주는 비가 이곳에서의 시간을 더 마법처럼 만들었다. 여행지에서는 이런 잠깐의 행운조차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2. 우붓, radiantly alive - 모닝 요가
radiantly alive요가원에서는 친구와 함께 모닝 요가를 들었다. 이곳은 건물 전체를 감싸는 통창을 통해 보이는 정글뷰가 유명한 곳이다. 요가를 신청하면 입장권 대신 돌멩이를 준다고 봤는데, 내가 갔을 땐 아쉽게도 주지 않으셨다. 긍정적인 기운이 가득한 서양인 선생님께서 아침에 맞게 낮은 난이도의 가볍게 몸을 풀 수 있는 시퀀스로 진행해 주셨다. 통창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맞고 초록의 풍경을 눈에 담으며 에너지를 채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요가원의 1층 그리고 근처에 맛있는 카페들도 많아서, 아침 요가를 끝내고 건강한 아침식사까지 할 수 있어 좋았다. 우붓의 건강한 아침!
3. 우붓, 알케미 요가 - 인요가
알케미 요가는 굉장히 독특하게 생긴 건물이 있는 요가원이었다. 이 공간에서 하는 요가는 어떨지 궁금해서 가보게 됐다. 앞선 요가원들과는 다르게 정글이 아닌 정원에 들어간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곳이고, 그 정원의 한가운데에 마치 거북이 등껍질 같은 모양의 요가원이 등장하는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이 요가원에는 문이 없다. 사방이 모두 뚫려있는 건물이어서 자연과 이어진 공간이라는 느낌을 준다. 들어가면 꽤나 넓고 시원한 대리석 바닥, 그리고 앞뒤로 우리를 지켜주는 것 같은 불상이 놓여있다.
이곳에서는 오후의 인요가 클래스를 들었다. 불, 땅, 물과 같은 독특한 이름을 가진 요가 클래스들이 많았는데 나는 평소에 인요가를 좋아했기 때문에 우붓의 인요가는 어떨지 기대하며 듣게 됐다. 인요가가 원래 근육의 긴장을 푸는 방식의 요가이기는 하지만, 이곳의 인요가는 보통 내가 듣던 클래스보다 더 훨씬 긴장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그래도 인요가의 묘미는 힘이 들어간 몸에 힘을 빼주는 작업. 한국에서 힘을 잔뜩 주고 있던 몸과 마음을 푸는 것이 나의 목적이었기에 조금 아쉬워도 만족스러운 수업이었다.
우붓에서 넘어간 짱구 지역에서도 요가원을 가려고 했지만 눈앞에 보이는 바다를 외면할 수 없어 차마 가지 못 했다. 요가보다 더 사랑하는 것은 바다이기에 보는 순간 2순위로 밀려나고 말았다. 하지만 발리의 정체성과 같은 지역이라고도 할 수 있는 우붓에서의 초록과 함께한 요가 경험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만족이다. 초록의 식물들과 정글뷰, 자연의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야외에서 요가를 하는 경험을 한 것만으로도, 웰니스의 도시답게 우붓은 회사생활에 찌들었던 나를 원래의 모습으로 조금은 되돌려 놓았다. 언젠가 요가를 더 잘하게 되면 이곳에서 한 달 살기 하며 요가 자격증을 따고 싶다는 먼 훗날의 소망을 버킷리스트에 추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