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는 우주의 중심"

여름 발리 여행

by 위다혜

겨울에 여름나라에 가는 것도 좋지만, 여름에 여름 나라를 여행하는 것은 더 신나는 일이었다. 좋아하는 계절 + 좋아하는 나라의 조합은 역시 실패하지 않는다. 이번 여름에는 신들의 나라, 세계 최고의 휴양지, 신혼여행지 1위 등의 엄청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발리에 다녀왔다. 발리를 설명하는 수많은 설명 중 나에게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 등장한 대사, "발리는 우주의 중심"이라는 문장이었다. 발리는 동서양의 밸런스, 자연과 인간과의 밸런스, 일과 쉼과의 밸런스가 잘 맞춰진 우주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나를 비롯한 그곳의 여행자들에게 삶의 중심을 잡게 하는 장소였다.

1. 우붓, 요가와 커피의 초록 마을

#웰니스

아직 요가의 본고장인 인도를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요가'를 공간화하면 우붓과 같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요가, 자연, 환경, 비건, 운동 등의 건강한 웰니스 키워드가 그 지역을 대표하는 곳이 우붓 말고 또 있을까. 이는 모두 내가 관심 있어 하는 키워드들이기에 이 지역의 모든 것이 좋았다.

힘 들이지 않아도 비건 레스토랑을 찾을 수 있다거나(가끔은 오히려 비건 아닌 곳을 찾는 게 어려울 정도), 원숭이, 닭과 함께 길을 걸어 다닌다거나, 자연과 이어져있는 요가원이 매우 흔하게 보인다거나, 대부분의 카페에서 다회용 빨대 혹은 적어도 종이 빨대를 사용한다거나, 식당과 카페 내부에 자연을 그대로 살려두었다던가 하는 점들이 인상 깊었다.

#커피

더불어, 인도네시아가 호주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어 발리에 호주의 커피 문화가 적절히 섞여있다는 점도 좋았다. 나는 호주에 안 가봤지만 우붓의 커피가 호주에서 마신 커피와 굉장히 유사하다는 평을 많이 봤다. 일부러 호주식 커피인 플랫화이트를 자주 시켜먹었는데 모두 맛있었다. 특히, 발리의 다른 지역보다 우붓에서 마신 커피들의 퀄리티가 굉장해서 카페인 중독인 나는 아주 만족스럽게 우붓을 즐길 수 있었다. 우붓의 카페들은 인테리어와 컨셉도 개성넘치고, 재치 있는 메뉴판들이 많다는 점도 매번 카페에 갈 때마다 즐거운 포인트였다.

#정글, 논밭의 초록뷰

아마 발리에서 가장 초록뷰를 많이 본 곳은 우붓일 것이다. 몽키 포레스트로 잘 알려진 정글의 뷰도 보고, 논밭뷰, 동산에 늘어선 야쟈수 뷰를 보기도 했다. '정글'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지역을 처음 가봐서 한국의 숲이나 산, 오름과 다른 느낌의 초록뷰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타잔이 타고 다닐 것 같은 치렁치렁하게 늘어진 식물들, 고개를 많이 꺾어 올려다봐야 할 만큼 높은 키의 나무들, 다 같은 초록뷰같지만 각자의 개성이 있다.

더불어, 우붓은 라이스 필드의 풍경들이 굉장히 유명한데 누군가 농사를 짓는 논밭이 이렇게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카페 내에도, 호텔 라운지에도 논밭이 있는 것을 보고 이들에게 논밭이란 무슨 의미일까 궁금해졌다. 이렇게 관광화가 됨으로 인해 그들에게 미치는 피해는 없을지 걱정되기도 한다.

간단한 트래킹 코스가 있다고 해서 가본 릿찌 워크의 뷰 역시 또 다른 느낌의 초록을 선사했다. 말이 트래킹이지 샌들을 신고도 가능한 언덕 수준의 코스였는데, 앞이 확 트인 동산의 뷰와 야자수들이 이어지는 길을 보는 게 여름 나라의 기분을 내게 해주어 좋았다. 그리고 정상에 올라 정글뷰를 보며 나시고랭을 먹었던 로컬 밥집은 나의 우붓 1순위 최애 레스토랑이 되었다.

#공유 오피스

워낙 카페문화가 잘 되어있어서 그런지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런 데서 일하는 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하게 했다. 우붓은 오래 머물면서 원격 근무를 하거나 한 달 살기를 하기 하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나도 언젠가 이곳에 오래 남아 아침엔 요가 수련을, 저녁엔 글을 쓰는 삶을 살면 좋겠다고 또 하나의 위시리스트를 추가한다.


2. 짱구, 서핑하고 비치바에서 노을을!

#서핑과 바다

짱구에 도착해서 놀란 것은 오토바이를 택시처럼 타고다니는 사람들이 주였던 우붓과 달리, 오토바이를 렌트해 타고 다니는 서양인들이 매우 많다는 것. 그들은 자신의 몸만 한 서핑보드를 오토바이 옆에 끼고 바다를 향해 달렸다. 서핑을 좋아하지만 자주 하지 못 하는 나에겐 그 모습이 정말 멋져 보였다. 오토바이를 렌트했다는 것, 자신의 서핑보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곳에 오래 머물며 시간 날 때마다 서핑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뜻일 테니까.

아마 내가 지금까지 본 바다 중 가로의 길이로만 따지자면 상위권에 드는 정말 긴 바다였다. 넓어서 가도 가도 끝이 나지 않아 좋았다. 짱구의 바다는 두 개로 나뉘는 것 같았는데 오른편은 모래 위에 누워서 책을 읽고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왼편은 서핑 강습 업체들 그리고 바다엔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해외의 바다에 다닐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점은 간단하게 비치 타월을 깔아 두고 선탠을 하며 책 읽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서양인이다.) 책 읽기 가장 좋은 장소들 중 하나가 바닷가라고 믿는 나는 한국에서도 바닷가 책 읽기 문화가 늘어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짱구는 중급자용 서핑 바다로 알려져 있다. 엄정화 님이 정재형 님과 함께 간 짱구 서핑 여행 브이로그가 참고가 된다.

https://youtu.be/s34TLza6GhI

나는 서핑을 세네 번 정도 해봤고 그때마다 일어서기에 성공했기에, 중급자용 바다여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짱구 바다에 도전했으나, 그것은 매우 무모한 도전이었다. 물론, 초급자들도 강습을 잘 받았다는 후기도 있긴 있지만 내가 갔던 때는 왜인지 파도가 평소보다 꽤 높아 초급자가 도전하기에는 조금 어려웠다. 그래도 파도가 매우 크고 빨라서 서핑보드 위에 간신히 일어섰을 땐 내가 포세이돈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타본 파도 중 가장 재밌었다. 이곳의 파도는 매우 큰데 특히 바다의 초입, 땅과 연결된 부분에서 중간 수심 정도의 바다로 들어가는 곳의 파도가 내 키 정도의 높이에 매우 거세서 바다에 들어가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깊은 수심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파도는 잔잔해져 서핑에 도전할 수 있었다. 중급자용 파도에 도전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바다였다.

#비치바

짱구에 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비치바 때문이었다. 나는 한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해변과 바로 이어진 펍이나 식당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다. 짱구에서 방문한 '라 브리사'는 규모가 매우 크고, 해변과 연결되어 있는 부분과 카페 수영장이 있는 부분으로 나뉘어있는 비치바였다. 내가 본 비치바 중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아쉽게도 분홍빛 노을을 보진 못 했지만 바닷소리를 듣고 해지는 바다와 하늘을 보며 먹는 피자와 와인은 언제나 최고다. 해가 지고 갑자기 쏟아지던 소나기 그리고 그 비를 서핑보드로 가리는 연인들까지, 모든 요소들이 낭만적이었던 곳이었다.


3. 스미냑, 차분한 해변의 도시

#노을과 쇼핑

나에게 스미냑은 바닷가에서 본 노을과 쇼핑의 도시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내가 두 세번이나 찾아갔던 쁘띠 탕겟 바다는 현지 사람들도 노을을 보러 자주 찾는 바닷가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서핑강습, 파라솔이 많았던 다른 바다들과는 달리, 모래 위에 돗자리를 펴고 옹기종기 앉아 바다와 노을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평화로운 바다였다. 행복한 순간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니 내 마음도 편해졌다. 길거리에서 파는 옥수수를 하나 사들고 먹으며, 아름다운 노을을 구경했다. 스미냑에서 여행을 마무리하는 일정이었기에, 돌아가기 전 주변인들에게 나누어줄 기념품을 사야 했다. 관광객들이 기념품을 많이 사가기로 유명한 빈 땅 슈퍼마켓에 가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줄 기념품을 쇼핑했다. 선물할 사람 얼굴을 떠올리며 그들이 좋아할만한 것들을 잔뜩 고르는 시간은 언제나 행복하다.


4. 꾸따, 초보 서퍼들의 필수 코스

#초보서핑비치 #대형몰

꾸따는 스미냑과 가까워서 금방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에는 초보 서퍼들에게 알맞은 파도가 있는 꾸따 비치가 있다. 직접 가보니 넓고, 작은 파도들이 많아 나도 여기서 서핑할걸 조금 후회했다. 초급자 서퍼들은 꼭 꾸따 비치에서 서핑을! 꾸따 비치 옆에는 큰 몰이 있었고, 그 안에 왜인지 어울리지 않는 일본의 커피 브랜드 아라비카가 있어서 맛있게 먹었다.


5. 울루와뜨, 절벽사이로 보이는 바다가 아름다운 발리 남부

#빠당빠당비치 #바다수영

정말 행복했던 바다수영을 한, 울루와뜨! 울루와뜨는 남부지역이어서 보통 남부투어라는 이름으로 가이드를 끼고 가기도 하고, 택시 드라이버 한 명을 고용해서 하루종일 같이 다니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울루와뜨에서 슬로반 비치, 빠당빠당 비치만 방문할 계획이었으므로 아무도 끼지 않고 그냥 자체적으로 다니기로 했다. 택시가 안 잡힌다는 둥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았지만 운 좋게 우리는 아무 탈 없이 잘 다녀왔다.

슬로반 비치는 서핑하는 사람들이 바다로 나가는 문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어 귀엽고 신기했다. 하지만 비가 조금 내렸던 관계로 빠르게 훑고 지나왔다. 가장 행복했던 것은 빠당빠당비치! 이곳도 요가반과 마찬가지로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 등장했던 곳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거의 이 영화덕질하러 온 여행처럼 느껴지는데, 발리에 다녀온 후 이 영화의 원작을 한 번 읽어보고 싶어서 도서를 구입할까 고민하고 있다.

이곳에선 현지분들이 돌아다니며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인 사롱을 판매한다. 원래는 다리에 둘러 치마처럼 쓰는 것인 것 같은데 관광객들은 숄, 비치타월, 비치숄 등으로 많이 활용하는 것 같다. 지난 9일 내내 발리를 돌아다니며 마음에 쏙 드는 사롱을 구매하지 못해 슬펐지만, 이곳에서 산 연보랏빛 사롱이 내가 찾던 하늘하늘하면서도 색이 아름다운 사롱이라 행복했다. 한국에서도 물놀이 갈 때 들고 다니려고 한다. 사롱을 구매해 따뜻한 모래사장에 깔고, 누워 책 읽고 쉬던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울루와뜨의 빠당빠당비치는 수심이 깊지 않아 바다수영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다만 바닥이 돌로 되어있어 발이 많이 아팠다. 아쿠아슈즈를 가져왔다면 더 자유롭게 깊은 물로 나가갈 수 있었을 것 같다. 수영을 못 하는 내 친구도 파도를 맞으며 재미있게 같이 놀 수 있었던 바다다.


정글과 바다, 그리고 요가와 서핑, 수영으로 가득 찬 발리 여행은 여행 내내 마주한 다양한 이야기와 사람들, 문장들로 나를 확실하게 리프레시시켰다. 발리에 내내 있으면서 느꼈던 점은 회사를 다니면서 나의 부정회로가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긍정적인 쪽 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되어있다고 한다. 또한, 뇌과학적으로 한 번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그쪽으로 회로가 활성화되어 자꾸 부정적인 쪽으로 생각이 흘러간다고. 나의 뇌는 회사생활과 잦은 불평불만, 주변에서 흘러오는 안 좋은 이야기들로 부정적인 회로가 지나치게 활성화되어있었다는 것을 10일동안 휴식하면서 깨달았다. 환하고 아름답고 건강한 발리의 지역들, 그리고 이 여행에 함께 해준 매우 긍정적인 친구덕분에, 나는 비로소 긍정과 부정 사이원점 조정이 되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