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앞에서 먹는 옥수수

여름의 맛 (1) 옥수수

by 위다혜

여름의 즐거움 중 하나는 여름에만 만날 수 있는 혹은 여름에 가장 맛있는 제철 음식을 마주하는 일이다. 내가 여름을 이토록 좋아하게 된 데에는 여름 음식의 영향이 30% 정도일 것이다. 다른 계절의 제철 채소도 정말 좋아하지만, 여름 특유의 쨍쨍한 햇볕을 머금어 채도가 높고 알록달록한 여름 제철 채소들을 특히 좋아한다.

나에게 여름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수박이 아니라 옥수수. 시골의 할머니집에서 평상에 앉아 먹는 옥수수.. 까지는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옥수수를 자주 먹곤 했었다. 초당 옥수수부터 노란 옥수수, 칠흑 옥수수까지 다양한 종류의 옥수수를 맛보는 일은 여름의 즐거움이다. 사실 여름이 아닌 계절에도 삶은 옥수수를 파는 곳을 보면 지나치치 못 하긴 하지만.


독립을 하게 되면서 이제 더 이상 엄마가 삶아주는 옥수수가 아닌 내가 직접 삶는 옥수수를 먹게 되었다. 옥수수를 삶는 것은 매우 간편하기에, 저녁을 요리하기 귀찮은 날 먹기에 딱이다. 삶기 전, 옥수수의 껍질을 하나씩 벗겨내며 어떤 색의 옥수수가 나올지 기대하는 시간은 매우 즐겁다. 내가 좋아하는 올 보라색의 옥수수가 나오면 감탄한다! 왜인지 그냥 일반의 노란 옥수수보다 보라색의 흑 찰 옥수수가 더 맛있게 느껴진다.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난 옥수수여서 그런 것일까.


옥수수만의 단단함이 좋다. 아무리 세게 쥐어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 옥수숫대의 단단함. 대를 붙잡고 조심히 한 줄을 뜯어내면 그 이후부터 마치 게임처럼 한 줄씩 클리어하는 쾌감도 있다. 옥수수의 깔끔함은 감자나 복숭아의 그것과는 다르다. 옥수수의 알알은 내가 어떻게 떼어낼 것인지 정하지 많아도, 마치 잘 익은 과일이 똑 떨어지듯 쉽게, 그리고 명확하게 떨어져 나온다. 때문에 접시에 받치거나, 즙이 흘러 손을 닦거나하는 등 크게 손을 더럽히지 않고도 한 손에 쥐고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옥수수의 큰 매력 중 하나다.


더워서 크게 움직이고 싶지 않을 때, 옥수수를 삶아 한 손에 쥐고 선풍기 바람으로 온도를 내리는 여름은 행복하다. 복숭아, 자두와 같은 과일과 함께 먹으면 더 진한 여름의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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