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모를것이다
최근 팟캐스트 <조용한 생활>에서 콘텐츠 영업을 많이 당하는 중인데 정보라 작가님도 그중 하나였다. 부커상 후보 소식에도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다가, 작가님의 단호하고도 분노에 찬 목소리를 통해 다양한 시위와 사회활동에 참여하신 이야기들,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으니 책을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환상문학이라는 장르에 걸맞게, 현실을 잊고 몰입해 읽을 수 있는 판타지적인 소설들이 가득했는데 그 상상력이 너무나도 기발해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최근에 읽은 책 중 재미적인 측면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다. 의미, 메시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그냥 '재미있어서' 읽게 되었던 작품. 뉴스를 틀면 영화보다 더 비현실적인 현실의 이야기들을 보며 스트레스받는 요즘, “전쟁이 빨리 끝나고 나쁜 놈들이 얼른 몽땅 죽어서 전부 늑대에게 뜯어 먹히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이 잠시나마 도망칠 수 있는 소설이다.
#오늘도2명이퇴근하지못했다
쿠팡은 아예 탈퇴했고, spc의 파리바게트는 웬만해선 가지 않는다. 배스킨라빈스도 참고 참다가 정말 먹고 싶을 때만 간다. 그곳에서 일하다 죽은 사람들의 기사를 읽고, 그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진 케이스이고, 대중들에게 알려지지도 않는 무수한 일터의 죽음이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일터에서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뉴스기사가 날 때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런 관심도 잠시. 다른 사건에 기사는 묻히고 그 뒤로 그 노동자는, 그 유가족은 어떻게 되었는지, 회사에서 뭘 잘못했길래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기업이 얼마나 안전을 소홀히 대하는지, 돈 때문에 지켜지지 않고 무시되는 생명이 얼마나 많은지,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만들어지지 않은 안전수칙과 법률이 얼마나 많은지 상세히 알 수 있어 너무나 고마웠던 책. 사무직인 나는 이 책이 아니었다면 이런 세상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을 것이라는 사실에 소름이 돋는다.
#우정도둑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겁 없이 훌쩍 떠나 이국적인 풍경들을 손으로 모두 훑으며 꼼꼼히 경험하는 삶에 대한 글. 나의 과거와 불안과 질투와 사랑과 속내를 그대로 펼쳐 보이는 글. 그래도 전혀 미워지지 않는 글. 당장 그를 따라나서 그와 친구가 되고 싶어지는 글. 그의 글을 더 읽고 싶어 유지혜 페이퍼 구독까지 해버렸다! 작가만의 가지고 있는 고유한 색채가 매우 강한 글이었다. 뉴욕의 낙엽 쌓인 밤거리, 베를린의 잔디밭, 서울의 아파트 등 다양한 장소의 빛깔이 섞여 나오는 그만의 고유한 색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