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빌레라가 전해준 이야기
드라마라는 매체를 몇 년간 다른 방식으로 소비하고 있다. 드라마를 기다려서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가 완결이 나면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 사람들의 평을 듣고 1회부터 몰아보는 방식을 선택한다. 드라마 시간에 맞춰서 기다리는 것도 어느새 힘이 들기도 하고, OTT 서비스나 IPTV로 다시 보기가 가능해지면서 내 속도에 맞게 몰입해서 보는 방식을 선택하곤 했다. 드라마 '나빌레라'는 누가 추천을 해줬다기보다는 넷플릭스의 메인 화면에서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넷플릭스의 아들로 불리는 송강이 출연해서 그런지 넷플릭스에 당연히 송강의 출연작인 이 드라마가 올라왔으니, 나빌레라. 학창 시절 열심히 공부했던 시 한 구절이 떠올랐다. 1회만 보고 판단해보자, 완결 난 드라마를 재생하기 시작했다. (혹여나 드라마를 시청할 계획인 경우 일부 내용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드라마 시청을 계획하시는 분은 주의하세요.)
# 일흔의 나이에 발레를 배우기 시작한 덕출.
덕출은 홀리듯 발레 하는 청년에게 시선이 고정됐다. 어려서 발레를 보고 발레를 해보고 싶었던 소년 덕출로 돌아간 것처럼 발레 하는 청년 채록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발레, 발레를 배우고 싶어요.' 그는 그렇게 말했다. 그에게 발레는 못다 이룬 꿈, 한 번쯤 날아올라보고 싶었던 그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덕출은 발레를 하기 위해 과제를 부여받고 특훈에 돌입한다. 열심히 운동하고 또 연습하고, 넘어지고를 반복하며 일흔의 나이, 일흔의 체력에 쉽게 성공할 수 없는 미션에 통과한다. 그렇게 덕출은 발레를 배우게 된다.
# 세상에 상처 받은 외로운 청년 채록.
채록은 축구를 배웠다. 처음부터 그가 하고 싶었던 운동이라기보다 아버지가 축구를 가르치니까 당연하게 따라오는 선택지였다. 그러다 세상의 많은 조각들이 흔들리는 사건이 생기고, 그렇게 발레를 하게 됐다. 늦게 시작했지만 그는 잘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발레를 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든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이제는 나이 일흔의 제자가 생겼다.
#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는 관계.
처음엔 덕출이 까칠한 청년 채록에게 무궁한 사랑과 애정을 준다. 빛날 아이 채록, 빛날 사람이라며 시시콜콜한 일들도 기록하는 매니저가 된다. 편식하는 당근도 대신 먹어주고, 아픈 채록을 챙겨주고 채록의 집을 청소하는 등 채록이 잊고 있던 가족의 정을 다시 전해준다.
그러다 채록은 덕출이 왜 그렇게 발레를 꼭 배워야 한다고 했는지, 덕출의 중요한 이야기를 알게 된다. 그리고 점점 그 무한하고 따뜻한 애정에 까칠하고 무뎠던 마음에 새 살이 돋는다.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는 관계로 그렇게 덕출과 채록은 성장한다.
# '백조의 호수'
이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이 쏟아져 펑펑 울면서 봤던 마지막 화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두 사람이 함께 추는 '백조의 호수'라고 할 만큼 눈부셨다. 이 드라마 속에서 덕출과 채록도 반짝반짝 빛나지만 덕출과 채록을 연기한 박인환 배우, 송강 배우 또한 눈부셨다. 드라마 중 많은 부분을 스스로 발레를 배워 연기했다는 게 눈에 보이는 송강 배우의 연기는 훌륭했다. 초롱초롱 눈망울로 덕출에게 말을 걸고, 덕출 역시 물기 어린 눈망울로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드라마 말미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다시 볼 수 없지만, 내가 본 백조의 호수 중 최고."라고, 어쩌면 누군가가 꼭 이루고 싶었던 꿈의 날갯짓을 본 게 아녔을까?
이 드라마는 내게 물었다. '넌 그래서 하고 싶은 게 뭐야?'. '뭘 하면서 행복해?' 글쎄, 나는 덕출처럼 이걸 꼭 해야겠어.라고 할만한 것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게 생기면 꼭 할 거라고 다짐했다. 드라마 나빌레라가 그리고 덕출이 알려준 것은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빛날 나,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된 드라마. 나빌레라에 대한 감상평을 마치며.
덕출이 알려준 것은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빛날 나,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된 드라마.
나빌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