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니발이 놓친 국가의 알고리즘
그렇다면 이제 알고리즘에 대해 정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알고리즘이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나 방법을 의미합니다. 넓은 의미로 보면, 어떤 행동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명령어들의 유한한 집합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이 정의는 알고리즘을 지나치게 추상적인 개념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이를 정보처리장치 시스템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정보처리 시스템의 시작은 무엇일까요. 말이 필요 없습니다. 프롬프트입니다. 정보처리장치는 프롬프트 없이는 연산하지 않으며, 출력 또한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생명과 문명에서 프롬프트는 무엇일까요. 외부 또는 내부로부터 들어오는 자극이라고 판단됩니다. 생명이나 문명은 외부 자극에 무작위적으로 반응하지 않습니다. 외부 자극을 입력으로 받아 패턴화하고, 내부에 저장된 처리 방식에 따라 다시 패턴화된 출력으로 내보냅니다. 다르게 말하면, 행동은 연산의 결과이며, 연산은 프롬프트에 의해 시작됩니다. 그리고 자극에 따라 어떤 행동을 선택할지를 결정하는 연산 방식이 바로 알고리즘입니다. 사람들은 이 과정을 흔히 생각이라고 부릅니다. 이 과정과 결과가 독특할 경우, 우리는 그것을 창의성이라고 부르지요.
이 과정이 반드시 인간이나 컴퓨터처럼 복잡한 연산일 필요는 없습니다. 식물이 햇빛을 향해 잎사귀를 전개하는 것, 개가 음식을 보면 침을 흘리는 것, 포식자를 감지하고 도망치는 것 역시 자극에 따른 연산 결과입니다. 이 또한 입력이 존재하고, 처리 과정이 있으며, 출력이 발생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는 인간이 말하는 생각의 가장 단순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생각이란 연산이며, 연산이란 자극을 처리하는 방식에 대한 알고리즘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모든 정보처리장치는 각자의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생각 또는 연산이라고 부르는 알고리즘은 어떤 방식으로 구현될까요. 이는 배선된 뉴런과 화학적 통로를 따라 흐르는 전기 에너지와 화학 에너지 기반의 신호로 이루어집니다. 뉴런과 화학통로의 구조는 에너지의 흐름을 특정한 패턴으로 제한하고 유도합니다. 이 구조를 통해 전기 에너지와 화학 에너지가 흐르며, 우리가 생각이라고 부르는 연산 과정이 발생합니다. 입력에 대한 연산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가 출력으로 실행되며, 알고리즘은 출력이 발생하는 시점에서 일단 하나의 사이클을 종료합니다. 정리하자면, 알고리즘이란 정보처리장치에서 에너지가 어떤 경로로, 어떤 조건에서, 어떤 속도로 흐를지를 규정해 놓은 구조라고 판단됩니다.
이제 이 정의를 바탕으로 국가의 알고리즘을 살펴보겠습니다. 대상은 2차 포에니 전쟁 당시의 로마와 주변 국가들입니다. 저는 이것이 바로 한니발이 놓친 부분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이 정보처리장치에서 에너지의 흐름 방식이라면, 국가라는 정보처리장치에서 에너지는 무엇일까요. 고대 국가 기준에서 그 에너지는 인간이었습니다. 고대 사회에서 국가의 의도대로 패턴화하여 사용할 수 있는 명확한 에너지는 인간뿐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독립적인 정보처리장치입니다. 각자의 인간은 각자의 에너지와 도파민을 따라 움직일 뿐입니다. 따라서 국가가 인간이라는 에너지를 의도한 방향으로 흐르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를 조율할 구조가 필요했습니다. 그 역할을 수행한 것이 법과 제도, 즉 통치 시스템이었습니다. 이것은 문명의 발달과 함께 더욱 정교해졌습니다.
로마는 이 지점에서 다른 고대 국가들보다 훨씬 정교한 구조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국가의 CPU에 해당하는 자리를 명확히 정의해 두었고, 그 자리가 개인이 아닌 기능임을 시민들의 뉴런에 각인시켰습니다. 그 결과, 전투에서 집정관이 전사하더라도 국가 시스템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집정관이라는 자리에 새로운 에너지를 채워 넣으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다른 국가들은 왕이나 특정 인물 자체가 국가의 CPU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고, 그 인물이 사라질 경우 정보처리장치 전체가 붕괴될 위험을 안고 있었습니다. 이것으로 로마의 차별점은 분명해집니다. 인물을 만든 것이 아니라, 에너지가 흘러들어갈 자리를 먼저 만들어 두었다는 점입니다.
징집 제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반 병사든, 장교든, 시민이라는 에너지가 병력으로 전환되어 흐를 수 있는 구조를 국가 차원에서 구축했습니다. 여기에 인간이라는 개별 정보처리장치의 근본 에너지인 식량이 풍부했기 때문에, 로마는 인간이라는 국가 기반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에너지가 막힘없이 흐를 수 있도록 도로, 군단 편제, 제도를 통해 구조를 완성했습니다. 이 제도를 통해 병력의 지속적인 생성과 신속한 이동이 가능해졌다고 판단됩니다.
결국 한니발이 탁월한 전술을 펼치고도 의도한 결말에 도달하지 못한 이유는, 로마라는 국가의 알고리즘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