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반란: 정보전의 시작

왜곡된 인코딩이 전쟁 수단이 된 순간

by 미친생각

합스부르크는 이탈리아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여러 전쟁에 휘말린 상태였습니다. 이로 인해 이미 파산을 선언한 상황였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을 안정시킬 여력이 좀처럼 생기지 않았습니다. 1569년, 합스부르크 왕인 필리프 2세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세금 정책을 시행합니다. 쉽게 말해,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특히 판매세를 10%로 올린 정책은 상업 국가에게 치명적인 구조였습니다.


당시 네덜란드는 합스부르크 제국 내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하나였습니다. 유럽 금융과 상업의 중심지였고, 16세기 중반에는 합스부르크 재정의 상당한 부분이 나오는 지역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미 많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던 상업 국가인 네덜란드에게 이 정책은 특히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이 정책은 기존처럼 지방 의회의 협상을 거친 방식이 아닌, 왕권을 통해 일방적으로 제시된 정책이었습니다. 네덜란드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치적 구조와도 호환되지 않는 방식이었던 것이죠.


언제나 그렇듯, 이미 형성된 알고리즘과 호환되지 않는 정책이 등장하면 반감이 발생합니다. 특히 그 정책이 금전적인 손실까지 동반한다면 그 반감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지요. 네덜란드는 이전부터 종교 문제로 합스부르크 제국과 상당한 갈등을 겪고 있었는데요. 여기에 생계와 직결된 세금 문제까지 겹치게 되면서, 네덜란드의 반란은 점점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여기까지는 문명에서 흔히 나타나는 반란과 충돌의 패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반란에는 기존의 충돌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던 매우 흥미로운 요소가 하나 등장합니다. 바로 대규모 정치 프로파간다의 등장입니다.


사실 논쟁에서 인쇄물이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16세기 초반의 종교개혁 시기였습니다. 금속 활자 기반의 인쇄술은 15세기 구텐베르크에 의해 발명되었지만, 종교개혁 이전까지는 인쇄물이 분쟁이나 논쟁에 대규모로 활용된 사례가 거의 없었습니다. 종교개혁 시점부터 인쇄물이 의미있게 사용되기는 했지만, 그 활용 방식은 주로 신학적 논쟁과 종교적 권위를 둘러싼 지적 논쟁의 형태에 가까웠습니다. 네덜란드 반란에서는 이 방식이 한 단계 더 발전합니다.


네덜란드 반란 세력은 스페인 군을 악마화하고 비방하는 글과 그림을 대량으로 확산시키기 시작합니다. 악마와 스페인을 결합한 상징을 만들거나,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방식으로 스페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특히 1576년 안트베르펜에서 발생한 스페인 군의 학살 사건은 대량의 선전물로 제작되어 유럽 전역으로 퍼지게 되는데요. 이 사건을 계기로 반 스페인 정서는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합니다. 이 사건은 유럽 전역으로 퍼지게 되었고, 네덜란드 반란은 국내의 문제에서, 유럽의 문제로 확대됩니다. 결과적으로 네덜란드는 영국 등 외부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고, 전쟁의 흐름에서도 점차 우위를 점하기 시작하게 되지요.


저는 이 부분이 인간이라는 정보처리장치에게 매우 유효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보처리장치는 입력된 정보를 기반으로 연산을 수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출력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즉, 입력과 연산과정은 인코딩 과정이라 볼 수 있는 것인데요. 인코딩 값이 긍정적이면 호의적인 태도가 출력되고, 부정적이면 적대적인 태도가 출력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반드시 합리적인 논리나 정교한 주장만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이미 형성된 부정적인 인식을 자극하는 정보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한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선전물은 바로 이 지점을 활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악마와 스페인을 결합하거나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방식으로 스페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한 것이죠.


이런 관점에서 보면 프로파간다는 해킹과도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내용이 합리적이거나 진실한지 여부와는 별개로, 인간이라는 정보처리장치에 호환성을 갖춘 왜곡된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의도된 호환성을 가진 정보는 객관성과 무관한 연산을 유도하고, 결국 정보를 만들어낸 사람이 의도한 방향의 출력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위조된 금화나 허위 문서, 그리고 프로파간다는 모두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생물의 바이러스 감염도 마찬입니다. 왜곡된 입력을 통해 의도된 연산과 출력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말이죠. 결과적으로 모든 정보처리장치는 해킹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네덜란드 반란 이후, 왜곡된 정보의 확산 능력은 분쟁에서 점점 더 중요한 무기로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