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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한대로 Jul 19. 2024

말하는 태도만 살짝 바꿔도..

말하는 태도만 살짝 바꿔도

전 매일 수십 명 수백 명의 사람들을 만나 서비스를 했던 소위 감정 노동자였어요. 어떤 날은 높으신 분들을 모시느라 내뱉는 말 한마디 곁을 스치는 행동 하나하나가 얇디얇은 와인잔 다루는 것만큼 조심스럽기도 했고,  어떤 날은 구수한 사투리의 시골 어르신분들을 만나 내 부모처럼 편하기도 했으나 그 큰 언성과 왁자지껄 쏟아내는 이야기들을 눈물 콧물 쏙 빼고 듣느라 일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울 때도 많았어요.


간혹 예상치 못한 비상 상황이나 심각한 컴플레인이 발생해도 그 정도쯤은 기꺼이 두 발 벗고 뛰어가 신속하게 도와드릴 수 있었어요. 하지만 상식이 통하지 않는 진상고객은 저희 같은 프로에게도 피하고 싶은 1순위였답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일은 해결되기 마련이지만 마음속 깊이 박혀버린 상처는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고스란히 남게 되니까요.


 매일같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양한 고객들을 마주하고 안전한 내 집에 오면 온몸이 녹아내릴 듯 지쳐 입도 뻥긋하기 싫을 때가 많았답니다. 밖에서는 만인에게 친절했던 제가 집에만 오면 묻는 말에 대답도 안 하고 맨날 '몰라~'만 외치며 말 한마디 입밖에 내길 귀찮아하는 사람으로 변해버린 거죠. 하지만 이런 고된 경험들이 헛되지만은 않았나 봐요.  언젠부터인가 사람들의 표정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웬만하면 다 보이고 느껴지더라고요. 그뿐일까요? 상대방의 눈빛, 미세한 얼굴 근육의 움직임, 앉아있는 모양새나 말을 어떻게 시작하는지만 봐도 그 사람의 성격이 어떠하겠다.. 짐작이 되곤 했습니다.


해가 갈수록 경험을 통해 터득한 이런 사람에 대한 공부는 인간관계가 서툴거나 사람 관계에서 크고 작게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미미하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익한 경험치가 된 것 같아요. 하기야 이런 거라도 터득하지 못했다면 사람들과 부대끼며 보낸 그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았겠어요?


살면서 때론 별 것 아닌 상황을 심각하게 꼬아 버리는 사람들을 종종 만났어요.  분명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서로가 기분 좋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어느새 크게 벌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었습니다. 나름 그 사람 방식대로 잘 해결해 보려 한 노력이었지만 상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말과 행동들을 보일 때가 많았죠.


그때마다 아... 저 상황에 저렇게 대뜸 방어하듯 말하지만 않았어도.. 한 템포만 기다렸다가 조금만 부드러운 말로 시작을 했더라면.. 단정적인고 절대 안 된다는 말투 대신 혹시.. 이러면 어떨까요? 하는 가능성을 열어둔 말투로 다가갔다면 상황이 이렇게 심각해지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어요.  상대방이 어떤 말 한마디, 어떤 표정과 행동에 '화'라는 버튼이 눌려지는지 알아챌 수 있었다면 쉽게 해결될 일이었는데 말이에요.


말하는 태도만 살짝 바꿔도....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는 건 한 순간이더라고요. 어찌 보면 많은 책들에 나와있는 흔한 대화의 기본 법칙처럼 정말로 말의 내용보다도 그 외의 것들에 '화'라는 감정이 튀어 오르는 게 대부분이었으니까요.

'왜 그런 눈빛으로 나를 봐요? 나를 지금 가르치려 드는 거예요? 내가 잘못했다는 소리예요?'

그러려고 한건 아니었을 텐데, 무엇이 상대방을 오해하게 만들었을까요? 안타까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최 과장은 말하는 태도가 건방져' '저 사람은 내가 승진 누락된 게 고소한가 봐? 아까 얘기하는데 찰나에 입꼬리 슬쩍 올라가는 거 봤어?''김대리는 왜 자꾸 내가 얘기하는 데 핸드폰을 보지? 내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는 건가?'이 모든 오해를 불러오는 게 바로 한 끗 차이의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안타깝게도 남들로부터 오해를 잘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실로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표현이 서툴러서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이 튀어나왔다거나 자신의 소심한 성격을 감추려 센 척 혹은 털털한 척하는 게 오히려 건방져 보이는 경우도 있었고요. 때로는 어릴 적부터 나도 모르게 몸에 베인 행동이나 말투가 타인을 비난하거나 가르치려는 모습으로 보일 때도 있었습니다. 지나치게 꼼꼼하고 철저한 성격은 때론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을 방어적 태도로 받아쳐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어 버리기도 했죠.

그렇다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 걸까요?



밀키트만큼의 노력도 안 하면서..


과연 사람들은 하루하루 살아가며 타인과 관계를 잘 맺기 위해 얼마 큼의 노력을 할까요? 인간의 뇌는 익숙한 것을 좋아합니다. 익숙한 것은 인간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죠. 때론 익숙한 것이 옳은 것이라 착각하며 나에게 익숙한 패턴기준 삼아  상대방을 판단하기도 합니다.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살아가면서 다양한 생각과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을 마주하는데, 늘 해오던 대로 비슷한 패턴으로 말하고 행동하게 니다. 굳이 상대를 생각하며 고민하거나 한번 더 생각하는 수고로움은  싫은 거죠.


아시다시피 이 세상에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되는 친구나 배우자조차도 나와 비슷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제각각 타고난 성격, 기질도  다르고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에 따라 삶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도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생각과 자기 세상에 갇힌 사람은 자신이 늘 해오던 것이 옳은 것 마냥 자신의 관념대로 상대방을 해석하려 합니다.


얼마 전 중학생  딸이 남사친에게 고백을 받았습니다. 평소 여자친구만큼이나 친하게 장난치고 놀던, 말 그대로 남사친이었는데 갑작스러운 고백에 딸내미는 고민을 하다 '내가 널 좋아하는 건 단지 친구로서의 마음인 거 같아.'라고 말했다고 해요. 딸아이의 답변에 남자아이 대답이 인상 깊었어요.

 '그럴 수 있지..'  간결하지만 속 깊은 대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직 어린 나이의 아이가 나와는 다른 생각을 말하는 상대방에게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겠다.'라고  받아들이는 대답을 할 수 있다는 게 대견해 보였습니다.


우리도 다양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럴 수 있지. 그럴 수도 있겠다.."는 마음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온전히 이해가 되거나 공감하지는 못하더라도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한 마음문은 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가끔 밀키트를 이용할 때가 있습니다. 요즘같이 바쁘고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에 굉장히 간편하고 고마운 존재예요. 모든 재료가 손질되어 있고 대부분 넣고 하라는 대로 하기만 하면 원하는 요리가 길어야 5~10분 안에 간편하게 완성이 되니까요.

엄마의 사랑과 정성으로 몇 날 며칠 고아 만든 꼬리곰탕은 아니어도 매우 쉬운 노력으로 손쉽게 유명 맛집의 맛을 어느 정도는 흉내 낼 수 있으니 가성비나 효율로 따지자면 정말 획기적이지 않습니까?  


퇴근 후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밀키트를 꺼내어 5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합니다. 그러면 그럴싸한 찌개도 끓여지고 일품요리 비슷한 음식이 나오지요. 하지만 우리는 사람들과 더 나은 관계를 맺고 마음 따뜻한 대화를 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말하는 태도만 살짝 바꿔도 많은 것들이 바뀔 수 있습니다. chat GPT도 나날이 업그레이드가 되어 사람만큼이나 대화를 잘하는데, 우리도 좀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들을 만나며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말하는 태도에 대해 가볍게 얘기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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