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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ckie Feb 28. 2020

완벽하지 않은 고전 영웅의 발견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사실 오디세이아는 일리아스와 더불어 늘 위시리스트에 올라 있던 책입니다. 워낙 고전읽기 독서모임에 빠져있는 터라 서양문화의 커다란 두 축인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을 대표하는 성경과 그리스로마 신화를 필독서로 정해 놓았으니 말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관련지어 가장 열심히 읽었던 책은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시리즈입니다. 5권짜리 시리즈인데 제가 아는 한에서는 제일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으며  가장 체계적인 그리스 로마 신화 관련 도서입니다. 이 시리즈를 제일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림과 사진이 풍부하다는 것 또한 큽니다. 


               


성경과 관련지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구약성경을 보다'와 '신약성경을 보다'입니다. 유명한 책은 아닌데 비종교인인 제가 보기에는 회화와 역사 그리고 종교적인 측면을 모두 객관적으로 다루고 있어 읽어 본 책들 중에서는 가장 쉽고 재미있었습니다. 




어쨌건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에 자극 받아 읽게 된 '오디세이아'는 '지금까지 내가 왜 이런 착각에 빠져 있었지?' 라는 자각을 자극해 준 책입니다. 







저는 왜 지금까지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탓에 저주 받아 10년 동안의 고향으로의 항해를 했다고 생각했던거죠? 무식했나 봅니다. 이 책을 읽어 보니 전혀 아니더군요. 오디세우스는 오히려 먹을 것이 풍족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폴리페모스라는 키클롭스족이 키우는 양과 염소를 먹어치웁니다. 그리고 포세이돈의 아들이자 외눈박이 거인족이 자신에게 어떤 접대 선물을 줄지 궁금해 동료의 말을 무시하고 동굴에서 키플롭스를 기다렸다고요! 전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순서를 바꿔 읽고 있는 탓에 아직 일리아스를 읽진 않았지만 원래 오디세우스는 꾀돌이, 지혜로운자, 좀 더 나아가자면 계략의 천재 아니었던가요? 그런게 현명한 자가 이렇게 자만심에 가득차서 우매한 짓을 저질렀다고요? 게다가 동굴을 탈출하고 폴리페모스를 장님으로 만든것까지는 이해했는데 배에 올라탔다고 안심하면서 바위산을 집어 던지는 그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고요? 그래서 폴리페모스의 아버지인 포세이돈이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어렵게 만든거라고요!  이건 지금까지 내 이미지 속의 현명한 오디세우스가 전혀 아닌데요!



그러고 보니 '여행의 이유'에서 김영하 작가는 오디세우스의 10년간의 모험 - 또는 귀향 - 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오디세우스는 집으로 귀환한다는 애초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그 긴 여정을 통해 그가 진짜로 얻게 된 것은 신으로 표상되는 세계는 인간의 안위 따위에는 무심하다는 것, 제아무리 영웅이라 하더라도 한낱 인간에 불과하며, 인간의 삶은 매우 연약한 기반 위에 위태롭게 존재한다는 것, 환각과 미망으로 얻은 쾌락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것 등을 깨닫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오디세우스는 처음 길을 떠날 때와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 고향인 이타케에 도착한다. 



그렇습니다. 태초부터 완벽했다고 생각했던 – 저만의 착각이었지만 – 오디세우스는 그저 불완전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던 겁니다. 10년간의 트로이 전쟁을 치르고 10년간 고향을 향한 항해를 해 오면서 자신을 찾아간거죠. 그리고 좀더 나은 자신이 되어 갔던 거죠. 



신화 속 오디세우스마저 이토록 불완전한 인간이었는데 나는 혹시 나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역시 오만했던 자신에 대해 뒤돌아 봅니다.  



고전을 읽다보면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이긴 한데 막상 책과 텍스트로 접해보면 기대치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습니다. 마치 결점투성이의 오디세우스를 제가 완벽한 인간상으로 기억하고 있던 것과 마찬가지죠. 



호메로스의 원문 오디세이아는 운문이었다고 하는군요. 원본 그대로의 아름다운 문체를 느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전 아직까지는 산문이 가장 편해요. 심지어 요새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고 있는데 이 책이 희곡 양식인거 조차 불편합니다. 하지만 제가 읽은 출판사의 오디세이아는 원문 그대로의 운문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느낄 수는 없지만 읽기에는 편안한 책입니다. 언젠가 좀더 내공이 쌓이면 원문에 한번 도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고전을 읽는다는 것의 즐거움, 혹은 오해하고 있던 고전의 진실을 맛본 것 같아 왠지 우쭐해 지는 독후활동이었습니다. 다음 책은 당연히 순서를 거스른 '일리아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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