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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건 Nov 18. 2024

#14_두통

어둠 속 춤추는 그림자 같은 사유
밤하늘 바다를 부유하는 혼의 파편

가벼운 듯 무거운, 대단치 않지만
놓아버릴 수 없는 작은 매듭들


종이에 녹아 흘러내릴 때
그들은 비로소 자유를 얻고
마음엔 잔잔한 평화가 내린다


생각의 무게를 덜어낸 빈 공간
머릿속을 짓누르던 고통이
조용히 자취를 감춘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밤이 자주 찾아옵니다. 어둠 속 작은 소리들,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크고 작은 상념들. 각각의 생각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닐지 모르지만, 그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혼란스러움은 저를 쉽게 잠들지 못하게 합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색의 바다에서 헤매다 보면, 마치 내면의 그림자들과 춤을 추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그러나 이 춤은 유쾌하지 않고, 오히려 머릿속을 무겁게 짓누르며 두통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두통은 단순한 육체적 불편함을 넘어, 정리되지 않은 감정과 풀리지 않은 고민들을 반영합니다. 말하지 못한 생각들, 해소되지 않은 감정들이 머릿속에서 뒤엉켜 그 무게를 더해 갑니다. 이런 밤들은 사색의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깊은 피로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색이 끝없는 미로처럼 느껴질 때, 저는 스스로 제 생각에 갇혀버린 듯한 기분에 휩싸이곤 합니다.


그런 밤들을 지나며 깨달은 것은 머릿속과 마음은 무한정 많은 것을 담아둘 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더 이상 쌓아둘 수 없을 때는 흘려보내야만 비로소 평온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글쓰기였습니다. 글은 혼란스러운 생각들을 풀어내는 매개체가 되어 주었고, 저는 그것들을 글로 적어나가며 하나씩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치유의 과정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무게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짓눌리는 대신 새로운 통찰과 평화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고 나니, 어느 순간 두통도 사라지고 마음의 여유가 찾아왔습니다. 흘려보내는 것을 두려워하던 저에게, 글쓰기는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는 방법이었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때로 넘치도록 채워지고, 때로 텅 비어 있기도 합니다. 이 마음의 용량을 적절히 관리하며 필요할 때 비우고, 새로운 것들로 채우는 것이 건강한 내면을 유지하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머릿속에 얽혀 있던 생각들이 조금씩 흘러나가며 저를 가볍게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그 가벼움 속에서 비로소 나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됩니다.


윤태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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