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뷔시, 조성진
달빛이 부드럽게 물결 위에 내리고
그 은은한 광채 속에서
잠들었던 감정이 깨어난다
달의 고요한 반영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사랑이
피아노 건반 위에서 부드럽게 퍼져간다
마치 호수에 떨어진 첫 노트처럼 선명하다
하지만 사랑이 언제나 그렇듯
물 위의 일렁임처럼 흔들리다가
그렇게 빛으로 흩어진다
드뷔시의 음악은 마치 소리로 그려낸 수채화 같습니다. 후배의 추천으로 처음 들은 물의 반영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선 경험이었습니다. 이 곡은 물 위에 비친 빛의 반사를 소리로 형상화한 듯하며, 실제 장면을 재현하기보다는 빛과 물의 움직임을 추상적으로 표현합니다. 곡의 섬세한 선율은 감각을 일깨우며, 듣는 이로 하여금 깊은 사색에 잠기게 합니다.
이 음악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넘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떠올리게 합니다. 피아노의 부드러운 선율은 일렁이는 물결처럼 다가와 사랑의 복잡한 본질을 그려냅니다. 사랑은 찬란하게 빛나지만, 물결처럼 흔들리고 변화하며, 때로는 흩어지기도 하죠. 곡의 흐름은 마치 호수 위로 떨어진 물방울이 파문을 일으키는 것처럼 마음속에 떨림과 울림을 남깁니다.
저는 달빛이 물결 위를 비추는 장면을 상상하며 사랑의 양면성을 떠올렸습니다. 사랑은 고요하고 찬란한 순간을 선사하는 동시에 예측할 수 없는 흔들림과 고독을 동반합니다. 물의 반영은 이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교차시키며, 사랑이 가진 불완전함과 그 안의 아름다움을 깊이 있게 드러냅니다.
첫 만남의 설렘은 피아노의 첫 음처럼 선명하지만, 사랑은 물결처럼 변화하며 언젠가 흩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흩어짐마저도 사랑의 일부 아닐까요? 드뷔시의 음악은 사랑의 덧없음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하며, 우리가 간직했던 소중한 순간들을 되새기게 만듭니다.
특히 조성진 님의 연주는 이 곡의 섬세한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전달하며, 사랑의 다양한 색채를 한층 더 깊이 느끼게 합니다. 그의 연주는 곡 속 감정선을 고스란히 전하며, 음악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도록 이끕니다. 음악은 종종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지만, 우리 내면에 새겨질 때 비로소 그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물의 반영은 저에게 그러한 경험을 선사한 곡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이 곡을 들으며 자신만의 감정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윤태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