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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건 Nov 20. 2024

#16_밤바다

한밤중 바다를 보았다

밤하늘보다 어둡고 별빛보다 고요한


낮에는 찬란했던 아름다움이

밤이 내리면 거울이 되어

내 마음을 비춘다


파도에 실려 오는 과거의 환호

잊혀가는 꿈의 파편

지나간 인연의 흔적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막막함

그것들 모두 밤바다의 품에 쏟아낸다


먹빛 파도가 모든 것을 삼켜주길 바라지만

내 마음의 질긴 인연과 잡히지 않는 꿈이

기어코 삐져나와 다시 집어 들게 만든다


내일도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바다에 던져야겠다




한밤중에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은 저에게 특별합니다. 낮의 소란과 활기가 사라진 밤의 바다는 마치 고요한 상담사처럼 저를 받아줍니다. 찬란했던 낮의 빛은 사라지고, 검푸른 수면은 거울처럼 제 마음을 비춥니다. 그 앞에 서면, 잊었다고 믿었던 기억들, 놓아주지 못한 미련들이 하나둘 떠오릅니다.


파도 소리는 주기적으로 제 감정을 두드리며 오래된 기억들을 끌어냅니다. 밀려오는 물결은 과거의 열정적인 순간들을 떠올리게 하고, 흩어지는 물거품은 잃어버린 꿈의 조각들을 닮아 있습니다. 바람과 물결 속에서 저는 지나간 인연들을 떠올리며 그것들을 파도에 실어 멀리 보내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바다는 제 모든 것을 삼켜주지 않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는 미련과 아쉬움은 다시금 떠올라 저를 놓아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밤바다는 단순히 과거를 떠올리는 장소에 머물지 않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수평선은 알 수 없는 미래와 닮아있습니다. 바다는 넓고 끝없지만, 그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기에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합니다. 이 막막함은 멈춰 서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신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는 밤바다에 제 마음을 쏟아내며, 그것이 파도와 함께 흩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바다는 모든 것을 품지 않고, 일부는 다시 돌려주는 듯합니다. 어쩌면 그것이 바다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매번 밤바다를 찾을 때마다 새로운 기억과 감정을 던져봅니다. 언젠가 바다가 모든 것을 품어줄 때까지, 그리고 그날이 오기 전까지 저는 이곳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밤의 바다는 저에게 끝없이 돌아갈 안식처이자, 스스로를 이해하는 여정의 동반자입니다.


윤태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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