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저 무거워 보이는 하늘 탓인지
기분도 몸도 착 가라앉은 하루
묘한 이 우울함은
우중충한 날씨 탓인지
우중충해 보이는 미래 탓인지
우중충했던 과거 탓인지
세상의 소음이 귀에 거슬려서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찾아보는데
가사가 많으면 마음을 잃을 것 같고
소리가 많으면 감정을 놓칠 것 같아
가사도, 소리도 많이 비었지만
그러기에 상념을 눕히기 좋은
'서울은 흐림’
흐린 날씨는 사람의 기분을 가만히 잡아당깁니다. 무겁게 내려앉은 구름 아래서 저는 자연스럽게 기분도 몸도 내려앉는 듯한 하루를 보냅니다. 어쩌면 이런 날에는 날씨 탓을 하며 우울한 감정에 잠시 기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우중충한 하늘을 보며 그 아래를 걷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일은 마치 상념의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습니다.
그날도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았습니다. 늘 그렇듯, 소음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음악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가사가 많은 노래는 어딘가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너무 많은 단어들이 마음속 감정의 자리를 빼앗을 것 같았고, 복잡한 멜로디는 제 안의 흐릿한 기분을 놓쳐버릴까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단순한 곡을 찾았습니다. 가사도 소리도 비워진 곡, 그러나 그 빈자리 덕분에 제 감정이 흘러들어갈 공간을 만들어주는 음악. 그 곡이 바로 '서울은 흐림'이었습니다.
'서울은 흐림'은 제가 느끼고 있던 흐릿한 기분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했습니다. 많은 것을 말하지 않고, 단순한 선율과 간결한 가사로 오히려 제 마음속 깊은 곳에 묻혀 있던 감정을 건드렸습니다. 비워진 공간이 많은 음악은 마치 흐린 날씨 속에 펼쳐진 서울의 거리처럼, 상념이 자유롭게 떠다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그 곡 속에서 제 우울함을 눕힐 자리를 찾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흐린 날씨는 단순히 기상 상태 이상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멈추고, 내면의 감정과 맞닥뜨리게 만드는 하나의 계기가 됩니다. 흐린 하늘 아래에서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상상하며, 현재의 자신을 느낄 시간을 가집니다. 때로는 이러한 시간들이 필요합니다. 우울한 감정은 불청객처럼 느껴지지만, 그것을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습니다.
윤태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