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기 아래에서
너와 처음 손을 맞잡던 순간을 떠올린다
갑작스러운 찬물이 이내 따뜻한 물로 변하듯
너와의 관계도 점차 온기로 가득 찼다
비누 거품이 내 피부를 감싸듯
너의 미소가 내 마음에 서서히 스며들었다
세상의 소음이 물속에 잦아들 듯
너와의 사랑 앞에선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졌다
물방울을 털어내도 온기가 남아있듯
너 역시 내 마음속에 은은하게 남아있다
사랑은 우리가 느끼는 평범한 일상조차 특별한 순간으로 변화시킵니다. 무심코 반복되던 샤워조차 사랑의 감정으로 가득 채워질 수 있습니다. 찬물과 따뜻한 물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그 간단한 물리적 경험이, 사랑의 시작과 깊어짐을 은유하기에 얼마나 적합한지 새삼 놀랍습니다.
샤워를 시작하며 물을 틀면 찬물이 먼저 나옵니다. 그 차가운 물이 피부에 닿는 순간의 놀라움은, 마치 처음 손을 맞잡는 순간과 같습니다. 사랑은 늘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옵니다. 어색함과 긴장감이 스며들어 있지만, 곧 따뜻한 물처럼 온기가 퍼져나가며 우리를 감싸줍니다. 처음의 서툴렀던 손길이 점차 자연스러워지고, 서로의 온도가 익숙해지는 과정을 경험합니다.
비누 거품이 피부를 감싸듯,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는 우리의 마음속에 서서히 스며듭니다. 샤워기 아래에서 물소리에 잠기며 세상의 소음이 점차 잦아드는 순간은, 사랑 속에서 느끼는 몰입감과 닮아 있습니다.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지고, 오직 그 사람과의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처럼 느껴지죠. 사랑은 그렇게 우리의 우선순위를 완전히 바꿔 놓습니다.
샤워를 끝내고 수건으로 몸을 닦아내도 피부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습니다. 사랑 또한 이와 비슷합니다. 함께했던 순간들은 우리의 마음속에 은은히 남아, 떨어져 있는 시간에도 따뜻한 기억으로 우리를 지탱해 줍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순간들은 마치 피부에 스며든 온기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삶의 다른 소음 속에서도 버틸 수 있도록 해주는 작은 위안이 됩니다.
윤태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