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적다 문득
펜을 잡은 손을 무심히 바라본다
어린 시절의 맑음과 부드러움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햇살 아래 순백했던 손끝에는
이제 굴곡진 시간의 흔적이 가득하다
상처와 주름은 내 삶의 시를 적어내며
지난 여정의 이야기를 속삭이고 있다
지난날의 깊은 숨결에 서글픔이 솟구치지만
꿋꿋이 걸어온 나날들에 자부심을 느낀다
손은 우리가 살아온 시간을 가장 잘 증언해주는 곳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움직이는 것도 손이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조용히 내려놓는 것도 손이죠. 이렇듯 손은 늘 우리의 삶과 함께합니다. 어느 저녁, 원고지 위에 글을 쓰던 중, 펜을 잡은 제 손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이 멈췄습니다. 손에 새겨진 흔적들이 저를 어디론가 데려갔습니다.
어린 시절, 제 손은 맑고 부드러웠습니다. 상처 하나 없이 깨끗했고, 햇살 아래에서는 빛이 날 정도로 순수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제 손은 다릅니다. 굳은살과 흉터, 그리고 깊어진 주름이 제 손등을 뒤덮고 있습니다. 그 흔적들을 보니 문득 서글픈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때는 공연을 하며 손을 관리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매끄럽고 보드라운 손이 자랑거리였죠. 하지만 지금은 그 보드라움 대신, 굴곡과 주름이 손에 새겨져 있습니다. 더 이상 예쁘다고 말할 수 없게 되었지만, 그 흔적들이 제 삶의 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단지 시간의 흔적이 아니라, 제가 겪었던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의 기록이었습니다.
손에 박힌 굳은살은 열심히 일하던 시간들을 말해줍니다. 아물지 않은 흉터는 시련의 순간을 기억하게 합니다. 손가락 사이에 있는 작은 주름들조차, 제가 지나온 수많은 날들을 속삭이고 있습니다. 이런 흔적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저는 제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그것들은 서글픈 기억도 아니었고, 후회로 얼룩진 흔적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제 삶이 결코 허무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작은 증표들이었습니다. 손은 단순히 몸의 일부가 아니라, 삶을 기록하는 살아 있는 일기장인 셈입니다. 그 흔적들이 제게 오늘을 견디고 내일을 향해 나아갈 용기를 줍니다.
우리는 흔히 과거의 흔적을 지우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이 흔적들을 소중히 여기려고 합니다. 그것들은 제가 살아온 시간의 증거이며, 앞으로의 길을 지탱해 줄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자신에게 새겨진 흔적을 사랑하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소중히 여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삶은 완벽하지 않아도 아름답고, 그 모든 흔적들은 결국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줍니다.
윤태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