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_시간

by 김형건

시간은 무자비하다

내 편도 네 편도 아니다


시간은 노력한다고 얻어지지 않으며

노력하지 않는다 해서 뺏어가지 않는다


시간은 무엇을 만들지도 않고

무엇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시간은 그저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무심하게, 그저 그렇게 흘러간다




평범한 새벽이었습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저는 가만히 앞을 응시하며 멍하니 시간을 보냈습니다. 머릿속은 텅 비었고,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지만, 실제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방 안으로 햇살이 들어오고 나서야 비로소 정신이 들었죠.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시간은 여전히 잘 흘러가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시간은 제게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무엇을 하든,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든 시간은 그저 흘러갔습니다. 꾸짖지도 않았고, 칭찬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일정한 속도로 지나갔을 뿐이었죠. 시간은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결코 저를 향하지도 않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느끼는 압박감이나 조급함은 사실 시간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낸 감각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시간은 공정하고 무심한 존재입니다. 노력한다고 해서 더 얻어지는 것도 없고, 게으르다고 해서 빼앗기는 것도 없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모든 것을 초월한 배경으로서 우리와 함께 흘러가는 존재입니다. 시간은 무엇을 만들어내지도, 필요로 하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들은 모두 우리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때로 위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더 큰 책임감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시간은 그저 흐를 뿐이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시간을 두려워할 필요도, 억지로 통제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채워나가면 됩니다.


시간의 공정함과 무심함은 삶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든, 그것은 우리의 선택일 뿐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새벽의 멍한 순간조차도, 시간은 저를 재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시간 속에서 저는 제 삶의 의미를 묵상하며, 그저 흘러가는 시간의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윤태건 올림

keyword
작가의 이전글#36_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