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_전화

by 김형건

메시지 속 차가운 흑백의 글자들

불완전한 감정이 스멀스멀 돌아다니며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하지만 한 통의 전화

그 소리에 담긴 진심

서로의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오해에 감춰진 애정

일상의 미묘한 감정

전화선을 타고 스며들어

조금씩 실제의 얼굴을 드러낸다


빗방울을 보고 폭풍을 두려워했던

그 순간이 얼마나 착각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요즘은 메시지나 SNS를 통해 많은 대화를 나누지만, 때때로 한 통의 전화가 메시지로는 채우기 어려운 감정의 공백을 메워줄 때가 있습니다. 메시지는 간결하고 편리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때로 차가운 흑백의 글자들처럼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글로 표현된 단어들이 우리의 감정을 온전히 대변하지 못할 때, 오해와 불안은 자연스럽게 그 틈을 파고듭니다.


한 번은 지인과의 오해로 마음이 불편했던 적이 있습니다. 메시지로는 서로의 감정을 헤아리기 어려웠고, 답답함만 쌓여갔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전화를 걸고 나니, 상대의 목소리 속에 담긴 진심이 저를 안도하게 했습니다. 그저 몇 마디의 대화였지만, 목소리를 통해 전해지는 감정은 글자로는 전할 수 없는 온기를 가져다주었습니다. 그제야 저는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오해가 얼마나 사소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전화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을 연결해 주는 다리와도 같습니다. 목소리 속 떨림, 숨소리 사이의 미세한 공백, 그리고 말끝에 담긴 작은 웃음소리는 우리 마음속 깊은 곳의 감정을 전합니다. 메시지로는 느낄 수 없는 순간들이 전화에서는 오롯이 전달됩니다.


우리는 종종 대화를 효율적으로 나누려 하지만, 효율성만으로는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람과의 관계는 단순한 정보 교환이 아니라, 마음을 맞추고 감정을 나누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전히 한 통의 전화가 가져다주는 따뜻함과 진솔함을 소중히 여깁니다. 언젠가 여러분도 메시지 대신 용기를 내어 전화를 걸어 보세요. 그 짧은 통화가 가져다줄 온기가 예상보다 클지도 모릅니다.


윤태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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