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떠난 후,
고향의 길은 설과 추석에만
주간의 전화도 점차
이달의 소식으로 바뀌고
부모님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기다림이 묻어있다
바쁨을 핑계 대며
무심히 흘려보내지만
'다음에'라는 말은 언제나
기약 없는 약속이 된다
10년의 세월,
타지에서의 삶이 지쳐갈 때
가족의 손길과 목소리가
문득 그리워진다
어머니의 주름진 손을 잡는 순간
죄스러움이 눈물로 터져 나오고
가족의 따뜻함과 오래된 그리움이
새삼스레 다가온다
고향을 떠나온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습니다. 처음 타지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때는 그저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고향과 가족에 대한 생각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부모님의 전화에도 습관처럼 “다음에 갈게요”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명절에만 어색하게 찾아가는 불효자가 되어버렸죠.
예전에는 집이 마냥 답답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벗어나고 싶었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곳에 대한 그리움이 서서히 마음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고향의 골목길, 문 앞에서 늘 같은 자리에서 반겨주시던 부모님의 얼굴, 저녁 밥상 위에 올려진 익숙한 음식들. 그 모든 것들이 낯설 정도로 멀어져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실감되었습니다.
타향살이에 익숙해질수록, 아니, 오히려 지쳐갈수록 고향이 더욱 또렷하게 떠오릅니다. 처음엔 그것이 단순한 향수인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인지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공간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 나를 형성한 시간들, 그 안에서 함께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 시절의 나 자신을 향한 그리움이기도 하다는 것을.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돌아갈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그 품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갑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커질수록, 자연스레 고향을 찾는 발걸음도 잦아졌습니다. 오랜만에 돌아간 고향은 여전히 변함없이 나를 맞아주지만, 유일하게 변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어머니의 손이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저를 키우고, 떠나간 자식이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려온 그 손. 주름이 깊어진 손등을 마주할 때마다, 무심하게 흘려보냈던 지난 세월이 떠올라 가슴 한구석이 아려옵니다. 제가 떠나 있는 동안에도 변함없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을 그 시간들. 그 사랑을 너무 늦게 깨닫고야 반성하게 됩니다.
이 글을 통해, 타지에서 생활하며 느꼈던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부디 이 글이 여러분에게도 잊고 지내온 관계들을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떠나왔던 곳, 그리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결국,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그 안에서 함께했던 따뜻한 시간들이니까요.
윤태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