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낯설지만
습관이 되어 익숙해지고
점점 더 솜씨가 좋아진다
때론 숙제 같은 무거움을 느끼기도 해서
그냥 넘어갈 때도 있다
그날의 감정이 스며들고
남에게는 쉬이 보여주기 싫다
돌이켜보면 많은 날을 기록했고
뜨거웠던 몇 번의 순간은 생각만으로도 또렷하다
무엇보다도
하루 중 가장 솔직한 순간이다
그녀와 함께했던 장소들을 하나씩 떠올리던 중, 문득 그곳에서 나누었던 키스가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보통 특정한 장소를 회상하면 그곳에서 있었던 사건이나 대화가 먼저 떠오르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그 반대였습니다. 키스의 감각이 되레 그날의 만남과 풍경을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마치 그 순간의 온도와 분위기, 공기마저도 키스라는 행위를 통해 저장되었던 것처럼.
생각해 보니, 이것은 마치 일기를 쓰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감각이 직접적으로 과거를 끌어당긴다는 점에서. 일기는 하루하루의 감정을 기록하는 작업이고, 키스 또한 날마다 서로를 기억하는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능숙해지는 것도, 때로는 일기가 부담스러운 숙제처럼 느껴지는 것조차도 닮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양이 어느새 엄청나게 쌓여간다는 점이 닮았습니다. 일기를 쓰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쌓인 기록들을 보고 놀라듯이, 키스도 그 횟수를 의식하지 않다가 문득 돌아보면 꽤 많은 순간들이 스쳐 갔다는 걸 깨닫습니다. 정확한 숫자를 헤아릴 필요는 없지만, 하나하나의 기억들이 축적되어 관계의 깊이를 형성해 간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솔직함일 것입니다. 성인이 되고 나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기가 아니라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기록을 남길 수 있습니다. 어떤 꾸밈도 없이, 가감 없는 감정들을 쏟아내는 일이 가능해지죠. 키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 순간만큼은 서로의 가장 솔직한 감정이 오가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진심이 전해집니다.
어쩌면 키스는 말보다 더 정직한 언어일지도 모릅니다. 언어로는 쉽게 포장할 수 있는 감정도, 입술이 맞닿는 순간에는 숨길 수 없게 됩니다. 때로는 사랑이, 때로는 망설임이, 혹은 미처 깨닫지 못한 갈망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우리가 아무리 많은 단어를 알고 있어도, 그 순간만큼은 결국 말이 필요 없어지는 이유가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키스는 단순한 애정 표현이 아니라, 함께 쌓아온 시간과 감정을 기록하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나눈 키스들 속에는 말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이 스며 있고, 그것은 잊힌 장소와 순간들을 다시 불러오는 강력한 단서가 됩니다. 그 모든 기억들이 시간이 지나도 희미해지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감각 속에 깊이 각인된, 하나의 기록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윤태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