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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이드 Sep 05. 2024

5. 이별 49일 차의 불량한 사별자

개뻥쟁이의 반성문



네가 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랄게


 개뻥이었다. 귀신으로라도 내 옆에 있기를.

내가 리는 눈물 한 방울 놓치지 말고 내가 슬픈 어떤 작은 순간에도 내 옆에 있기를 바랐다.

떠나지 말고 내가 살아있는 이 순간을 같이 살아가기를,

네가 괴롭더라도 꼭 그렇게 노력해 주기를.


 나에게도 그에게도 안 좋다는 걸 알면서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장악했다. 휴가를 함께 가기로 한 8월이 되니 더 죽을 맛이었다. 너무나도 즐겁게 보낸 작년 여름휴가의 기억이 커다랗고 삐죽삐죽한 톱니바퀴 모양의 칼이 되어 다시 내 장기들을 쑤시고 돌아다녔다.


 그의 가족 몰래 하는 49재에서도, 좋은 곳으로 가기를 기도하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얼른 좋은 데로 가라는 백 퍼센트의 마음이 아니었다.


'그냥 좀만 더 있다가 가면 안 되나? 꼭 49일째 되는 날부터 떠나야 되는 건가?'


 하루는 친구와 술을 이만큼 잔뜩 먹고 친구한테는 집에 왔다고 거짓말을 하고선, 다른 친구에게 부탁해 숙박업소에 숙소를 잡아 만땅 취한 채로 혼자 잔 적이 있다. 모텔에는 귀신이 많다던데. 여기 와있으려나? 있으면 한번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그렇게 3시간 정도를 자고 일어나니 나도 내가 정말 미쳤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문득 그 공간에 혼자 있는 게 무서워져서 도망치듯 서둘러 나왔다.


 마지막 인사를 못 한 게 한이 되어 그러나. 평생을 이런 괴로운 생각 속에 갇혀 살게 될까 봐 사는 게 너무 피곤해졌다.

피곤해지니까 계속 누워있고만 싶고, 아무 말도 하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고 모든 게 귀찮기만 했다.


 시간이 약이라더니. 시간이 점점 지나니 내 무의식이 포기를 한 건지 아니면 슬픔을 꼬깃꼬깃 접어 어디 숨겨둔 건지  점점 그가 멀게 느껴졌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는 매주 차근차근 잘 떠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태우기 싫던 사진도, 제법 덤덤한 마음으로 태울 수 있게 됐다.


 49일 차엔 다행히도 정말 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를 했다. 정말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러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날 12시가 지나자마자 다시 커다란 공허함과 슬픔이 들이닥치고, 몇 시간 뒤에 잠들었다. 요즘 통 못 자던 시간에, 느닷없이 잠이 몰려와 필름이 끊긴 것처럼 잤던 것 같다. 49일을 견디는 게 과제였던 것처럼, 밤샘 과제가 끝나고 쉬는 것처럼.


 조금 더 열심히 기도할걸.

 옆에 있으라는 마음보단 좋은 데 얼른 가서 좋은 곳에서, 좋은 몸으로 다시 태어나기만을 바랄걸. 만약 못 갔다면 이제라도 가라고, 갔다면 더 좋게 태어나라고 지금이라도 치열하게 기도할게. 이번 생에서 고생 정말 많았어, 꼭 다시 태어나주라. 좋은 곳에서, 좋은 인연으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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