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너의 생일에

by 웨이드


터키보이와 노닥거리느라 잠시 잊고 있던 그의 생일이 다가오자 심장이 쿵쾅거렸다. 작년 생일에는 이랬었는데 하면서 감상에 젖었다가, 그가 지금은 뼛가루가 되어 유골함에 들어있다는 게 꿈같았다. 다시 꿈을 꾸고 잠을 설치는 상태로 돌아오자 멘탈이 두 동강이 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주변에는 역시나 이제는 꿀잠 자고 기분도 좋다고 한껏 행복한 티를 냈기 때문에, 체면상 내 상태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누나가 꿈에 나왔다. 며칠 전 새벽에 걸려왔던 전화를 안 받았던 게 신경이 쓰여 나왔나 보다 하고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문자가 와 있었다. "언니, 아직도 여행 중이에요?"


왜 그의 누나와 연락하는 게 힘들까 생각해 봤다. 물론 그의 생각이 나는 것도 있겠지만, 불안정한 연락 패턴이 나를 너무 불안하게 만들었다. 새벽 3 시건 4 시건 상관없이 하고 싶을 때 연락하는 패턴. 연락에 답장을 하면 그다음 답이 반나절부터 일주일까지도 걸리던 마구잡이식 연락이었다.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병원에 연락해도 아무 정보도 얻을 수 없던 그때도, 연락이 제때 안 돼서 몇 시간을 오분 대기조처럼 휴대폰만 붙들고 마음을 졸여야 했다. 지금이야 연락이 되건 안되건 상관 안 할 수 있다지만, 생생한 그때의 기억으로 어떤 식으로든 긴장되는 마음을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안읽씹'으로 부드러운 손절을 택한 것이다.


글을 적다 보니 그의 생일이 됐다.

생일을 어떻게 챙겨야 될까? 이미 죽은 사람인데 태어난 날을 축하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몰라 마음이 복잡했다. 카카오톡 프로필에 생일이라고 뜰 텐데, 같이 찍은 사진이 버젓이 뜰 텐데. 동공에 힘이 자꾸 풀렸다.

너는 뜨겁게 태워져 추운 곳에 갇혀있는데 나는 잘 지내고, 또 이번 달도 다 살아냈는데. 머릿속엔 크고 작은 고민들을 안고 평소처럼 살고 있는데, 너의 인생은 멈춤이라니. 현실감이 점점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괴로워서 치워둔 그의 물건들을 꺼내보니, 그냥 헤어져있는 기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자꾸 생각하니 후폭풍이 무서워 자꾸만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일부러 생각해내야 했다. 내 무의식이 그가 살아있다는 꿈을 자꾸 만들어내기 때문에, 꼭 필요한 일이었다.


그는 다시 어딘가에 태어났을까, 아니면 좋은 곳으로 가서 다 잊고 잘 쉬고 있을까.


새로운 생일을 가진, 예쁘고 행복한 아이가 되어 있기를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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