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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범 Apr 08. 2016

제주 앞바다에 노란 물체를 띄워놓은 사람들

파도라 쓰고 에너지라 부른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찾아온 여러가지 변화가 있다. 그 중 술자리에서 하는 이야기들이 '일'과 관련한 것인데, 최근 오랜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각자의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 중 나와 초등학교 2학년, 그러니까 9살 때 부터 지금까지도 계속 만나오는 친구녀석이 있는데 그 친구는 어렸을 때 부터 발명대회는 모조리(?) 휩쓸었던 똑똑한 녀석이다. 20년이 흘렀지만, 이 녀석 관심사는 여전히 기계, 에너지, 농업, 바이오와 같은 분야다.


최근 와디즈에서(이제 내가 와디즈에서 일한다는 것을 모르는 독자는 간첩일지도..) '연안파력발전기술'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각광받기 시작한 '인진'이라는 기업이 230명으로부터 4.8억원의 크라우드펀딩 투자를 유치했다. 


내가 먼저 꺼낸 파력발전에너지에 대한 이야기에 친구는 신재생 에너지가 갖는 의미를 설명해주었다. 친구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주 에너지원인 석유, 석탄, 원자력은 모두 집중적으로 대량 생산되고 또 대량 소비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지. 근데 이런 구조가 반복되면 어떤 새로운 에너지가 탄생해도 고갈 될 수 밖에 없어" 

"그런데 풍력, 태양열 같은 신재생에너지들은 기본적으로 한정된 공간에서 집중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요가 있는 모든 곳에서 에너지가 광범위하게 생산되고 또 소비를 하는 구조로 변화하면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에너지를 소비하는 현상들이 해소되기 시작할 수 있을거야"

"그래서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은 단순히 새로운 에너지원 하나를 만들어내는게 아니라, 산업사회의 전체적인 에너지 생산/소비 구조를 바꿀 수 있는 혁신이 찾아오는거지"

 

돌아와서, 앞서 소개한 인진은 작년부터 제주도 앞 바다에 노란물체(부의)를 띄워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기술은 좋으나,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이냐'라는 의문을 말끔히 해결한 것이다. 친구에 말과 연결해보자면, 혁신이 시작된 순간이 아닐까 싶다. 



최근 필자는 인진의 성용준 대표님을 찾아가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향후 비즈니스 확장에 대한 자신감은 물론, 인진의 비즈니스가 인류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내 친구의 말과 오버랩되기도 했다. 아래 인터뷰 내용은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에너지 분야에 대해 무지한 필자가 굳이 기를 써가며 인진의 파력발전을 설명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인진의 비즈니스에 대한 궁금증은 직접 사업계획서를 확인하기 바란다. 그리고 정말 이러한 비즈니스들이 앞으로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계속해서 빛을 내길 기대한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인진 성용준 대표

인진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인진의 대표이사 성용준입니다. 저희의 사명 중 인은 사람을, 진은 엔지니어링을 의미합니다. 멋진 기술을 기반으로 인류의 행복에 창의적으로 공헌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을하고 있어요. 인진은 기술기반의 회사이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기술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기, 토목, 플랜트 엔지니어링, 에너지, 공학, 건설 등에서 베테랑인 시니어 전문가들과 해당 분야를 전공한 주니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인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연안파력발전 시스템'을 개발하여 비즈니스를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게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인진은 그간 외부 노출을 자제해왔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세일즈를 시작해야 할 계획이 있었는데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우리 회사를 자연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또한 크라우드펀딩을 성공하면 무엇보다 많은 대중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는 점에서 좋은 레퍼런스가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사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서 자금을 조달한다는 것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어요. 그런데 예상했던 것 보다 많은 분들이 투자해주셔서 '자금 조달'의 성과도 거둘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4.5억원은 규모가 있는 금액이라고 생각합니다.


230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것에는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

펀딩을 진행하는 기간 동안 많은 분들이 인진의 투자에 관심을 보여주셨어요. 제가 정말 놀란 것은 피드백 게시판을 통한 대중들의 질문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는 점입니다. 그 분들은 VC 심사역 못지 않게 진지하면서도 신중하게 투자를 결정하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가치, 재무제표, 기술 설비 전반에 걸쳐 질문 하나하나가 굉장히 예리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어떤 분은 전세계 파력발전시장을 리서치하셔서 질문을 던지기도 하셨습니다. 이러한 질문과 피드백들에 대해 솔직히 긴장감도 많이 느꼈고요. 결과적으로, 인진의 비즈니스에 깊은 관심을 보여주신 분들을 주주로 모시게 된 것에 대해, 아주 든든한 지원군들을 얻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사업을 해나가야 할 것 같아요.


일각에서 크라우드펀딩 투자자들은 단순히 '스타트업을 후원 또는 응원'하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인진은 투자 최소 금액을 100만원으로 설정했습니다. 일반인들에게 100만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닙니다. 적어도 인진에 투자하신 분들은 명확하게 투자위험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었으며, 최종적으로 투자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피드백 게시판에 날카로운 질문을 남기셨고요. 투자를 하는데 있어 진지함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전문가 이상의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으로 크라우드펀딩이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첫 날 펀딩에 참여한 분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3일차까지는 이미 인진의 사업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신뢰감이 형성되어 있는 분들이 투자를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3일차 이후에는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었어요.


결과적으로는 펀딩이 성공적으로 종료되었습니다. 지지부진한 펀딩율이 어떻게 다시 활발해졌을까요?

펀딩율이 속도를 못내고 있는 상황에서 피드백 게시판에 '기업가치'에 대한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사실 기업입장에서는 기업가치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요하는 부분이 민감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찌되었건, 잠재투자자의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으면 아무도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상세하게 답변을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이 답변이 변화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답변이 노출된 이후 앞서 펀딩에 참여했던 일부 투자자분들이 '투자취소'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투자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내용이 공개되는 피드백 게시판에서 민감한 질문을 마주했을 때, 기업이 얼마나 성실하게 소통하느냐가 크라우드펀딩의 성패를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은 제가 90%이상을 직접 작성했어요. 이 부분은 앞으로도 크라우드펀딩에 나설 기업들이 꼭 염두하셨으면 합니다.


피드백 게시판이 투자유치에 상당히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와디즈 배심원분들이 많은 질문을 남겨주셨습니다. 해외진출 등에 대한 조언도 있었는데 답변을 작성해드리고 지속 소통하면서 초반에 인진에 대한 신뢰감이 어느 정도 형성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IR자료만 읽는다고 해서 기업에 대한 신뢰감이 형성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더욱 피드백이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성실히 답변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후에는 많은 일반 대중들도 질문과 조언을 남겨주셨는데, 결과적으로 이러한 부분들을 종합해봤을 때 집단지성의 힘이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에 대해 무지한 일반인이더라도 피드백 게시판을 통해 직접 질문을 남기거나 또는 이미 올라온 질문들을 확인함으로서 정보의 격차가 해소되고, 그것이 인진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기업가치에 대한 예리한 질문내용

앞으로 인진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인진은 국내에서도 좋은 성과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아직은 공개하기 어렵지만 신재생 에너지, 특히 파도가 갖는 장점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많은 곳에서 인진의 기술력에 대해 궁금해하고 함께하고 싶어하고 있습니다. 사업계획서에도 공개했지만, 파력발전시스템은 해외진출이 필수적인 비즈니스 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전력망이 잘 갖춰져있기도 하지만 또 파도가 약한 나라이기도 해요. 파력발전설비가 가장 최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영국인데, 현재 영국 진출에 대한 추진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크라우드펀딩에 나설 기업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기업 입장에서 크라우드펀딩 성공은 상당한 의미를 지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두 가지 성공 포인트는 메인 동영상과 펀딩과정에서 피드백에 대한 성실한 답변이 아닐까 합니다. 영상에 담겨야 할 내용은 투자자들이 알고 싶어할만한 내용으로 구성하여 가급적 대표자가 직접 등장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생각해요. 성실한 답변은 두 말 할 나위 없이 중요하고요. 많은 기업들이 앞으로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으면 합니다.

파도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인진의 멤버들, 그들의 도전이 새로운 혁신을 가져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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