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어려운 질문은 아닙니다.
스타트업, 펀딩, 창업... 과 같은 단어를 아무것도 모르던 초짜가, 어느새 일 터에서 이 3가지 단어를 가장 많이 쓰며 일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초짜이죠. 저는 제가 하는 일을 정확히 어떻게 명명해야 할지 확신이 없어, '기업을 만나는 일'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기업을 만나는 것을 일로 하다 보니, 스타트업과 중소/벤처 시장에 어떤 사람들이 저랑 비슷한 일을 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연쇄 창업 후 후배 창업가를 양성하거나 그들을 위한 투자를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보통 액셀러레이터, 엔젤투자자, VC 분들이죠)이 '기업을 만난다'는 측면에서 제가 하는 일과 비슷한 영역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하지만, 사실 이러한 직업을 가진 분들은 제가 한 참 우러러봐야 할 분들이기 때문에 비교자체가 부끄럽기도 합니다. (피치원미디어에서 인터뷰한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님의 기사를 보면 제가 느끼는 감정을 조금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론은 여기까지 하고, 제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사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합니다. 물론 콕 집어 '당신 그 일 왜 해요?'라고 묻지는 않죠. 보통 '왜 와디즈에서 일해요?', '어쩌다 와디즈에 입사하게 된 건가요?', '팀장님은 전 직업이 무엇이었나요?' 등 과 같은 질문들이 더 많습니다. 어찌 되었건, 제가 받아들이기엔 '그래서 너 왜 그 일 하는 거냐?'라고 들립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왜 기업을 만나는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 몇 가지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와디즈에서 이 일을 하라고 역할을 부여했습니다 (그러니까, 시켰습니다)
입사 초기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회사도 체계가 없다보니 다양한 일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쓰레기 통 치우기, 정수기 물 채우기를 하다가 어느새 계약서 관리를 하게 되었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수령하는 일도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제가 신문방송학과 출신이라는 이유로 홍보 업무를 2년 정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디지털 마케팅을 하게 되었고요. 그런데 사실, 이 일들이 지금 제가 '기업을 만나는 일'을 잘 하는데 아주 중요한 토대가 된 것 같습니다. (아직 멀었지만, 잘하고 있다고 자평 중입니다)
펀딩을 진행하고 싶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계약서를 쓰는 일과 펀딩 후 정산을 위해 세금계산서를 주고받던 일은 지금 제가 만나는 기업들의 대표자가 매일 짬을 내어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또 이 일이 얼마나 귀찮고 부담스러운지를 공감하게 했고, 디지털 마케팅을 경험한 일은 기업들이 각자 고민하고 있는 저비용 고효율 마케팅에 대해서 나름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전달해주는데 괜찮은 역량을 가질 수 있게 했습니다. 또, 초기기업이 가장 힘들어하는 언론에 보도기사를 배포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무얼지를 경험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지금 기업을 만나는 일에 있어 와디즈에서의 그간의 경력들이 기업들의 극히 실무적인 일들에 대한 고민들을 일부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것에 큰 도움을 주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지금 제가 하는 '기업을 만나는 일'은 저라는 한 사람이 와디즈에서 해온 다양한 경력들의 총체적인 모습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적성을 찾아준 와디즈에게.... 감사해야 하겠죠?
두 번째, 이보다 치열할 수 없습니다.
제가 늘 피곤함을 달고 다니는 이유는, 제가 만나는 기업들과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 하나 안 바쁜 사람들이 없습니다. 제가 만나는 사람들은 오늘 하루를 고민하고 또 내일을 고민하는 창업가들입니다. (아, 오해하실 수 도 있겠지만, 이 분들의 고민을 들어주느라 늘 제가 피곤한 것은 아닙니다.) 어떤 기업은 해당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시장을 키워야 하는 고민을 안고 있고, 또 어떤 기업은 없던 분야를 개척해 나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기도 합니다. 또 어떤 기업은 늘 거대한 편견에 맞서 싸우면서 하루하루를 영위해 나가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들의 일상은 매일이 치열합니다. 이들의 치열함은 곧 그들의 생존과도 직결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가는 기업들을 하루에 많게는 5개, 적게는 2개씩 만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위에 첨부한 기사에 나와있듯, 권도균 대표님이 하루에 10개 기업을 만나신다는 것에 경의를 표하게 되네요.
어쨌든 저는 고리타분하고 평범한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 사람입니다. 세상을 바꿔가는 것을 시작한 사람들, 그리고 높은 벽에 부딪혀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사람들. 제가 만나는 이 사람들이야 말로 이 세상 누구보다 치열하고 또 제 자신을 한 번 더 각성시키는 촉매제와 같은 역할을 해주는 분들입니다. 지금 저는 세상에서 가장 치열한 사람들을 아주 치열하게 만나면서 같이 고민하고 또 재미있는 일들을 기획해 나가고 있습니다.
세 번째, 이 일에 많은 가치를 느끼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것은 참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감사한 일이기도 하고요. 제 나름의 개똥철학을 하나 말씀드리자면 '중요한 순간엔 솔직하게'입니다. 매일을 치열하게 사는 기업가들에게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 어디 있겠냐만은, 저는 이 분들에게 온전히 저의 경험과 역량을 거짓됨 없이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날 선 비판과 냉정한 이야기를 할 때도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저를 만나면 '감사하다'라고 합니다. 그리고 저도 이들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인생을 배우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고요. 비즈니스 관계에서 여타 다른 향락의 도움 없이 서로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들 합니다. 제가 함께하면서 그들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저는 앞으로 이 일을 오래 해가고 싶습니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 김춘수, <꽃>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구절로 많은 분들이 기억하는 시, 김춘수 시인의 <꽃> 중 마지막 구절을 저는 참 좋아하는데요. 많은 창업가들에게 의미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참 많겠으나, 때로는 이들의 진심 어린 감사가 제 성장에 큰 도움이 되고 또 이 일에 가치를 느끼게 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는 것은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가끔 스스로의 도덕적 결함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한 번 만나자고 청해 오는 연락을 거절할 때도 꽤 있고, 아예 연락을 안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 안에 제가 잘 알고 또 제가 관심이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저는 만나야 할 기업이 많습니다. 이 분들에게 온전히 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 위해선 때로 냉정하게 상대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하게 됩니다. 일이 많아질수록 앞으로 이 고민은 더 깊어질 것 같습니다.(저는 이 고민을 저의 도덕성과 연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늘 그랬듯, 지금 하고 있는 고민들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리라 믿고 간만에 작성한 글을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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