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를 팔았다
2017년 2월, 제주도에 자리를 잡은 동생에게 차를 돌려주고 자전거를 타던 나는 바이크를 샀다. 학원 앞으로 들어 놓았던 화재보험 환급금을 받으니 100만 원 정도가 생겼고, 연식에 비해 저렴하게 올라온 <13년식 울프 125 R> 모델을 사게 된 것이다.
그때의 나는 지독하게 가난했다. 전역 후 어려워진 학원을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발버둥 쳤고, 이제야 밀린 월세를 해결한 상태였다. 연비 좋은 바이크를 사고 싶었다. 차를 사자니 모든 것이 부담스러웠고, 바이크는 절묘한 대안이었다.
그 녀석은 튼튼했다. 잔고장도 없고, 연비도 좋아서 따로 돈이 들지 않았다. 바람을 느낄 수 있었고, 햇살을 온몸으로 받을 수 있었다. 뒤에 여자 친구를 태우고 어디든 갈 수 있었다. 집 앞에 세워두고 수시로 확인했다. 없어질까 봐.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 그 녀석은 정말 힘이 많이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점점 형편이 나아졌다. 2017년 12월에 차를 샀다. 새 차. 나는 어느덧 바이크 뒤에 태웠던 여자 친구와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이제 조수석에 예비신부를 태웠다. 헬멧을 쓰지 않아도 됐고, 바람이 얼굴에 맞지도 않았다. 바이크는 가끔 아버지가 탔다. 나는 세차에 빠져서 수시로 셀프 세차를 하고 바이크는 아버지가 간간히 닦아 주셨다.
바이크는 불편한 점이 많았다. 춥거나, 비 오는 날에 타기 어렵고, 많은 짐을 가지고 탈 수 없었다. 자주 안타다 보니 가끔 시동을 걸려면 시간이 걸렸다. 헬멧을 쓰면 머리가 망가진다. 그리고 그 바이크를 보면 힘들었던 그때가 자꾸 생각이 났다.
차는 지금이고 바이크는 과거였다. 늘 빛이 나던 바이크에 녹이 슬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0년 3월. 바이크를 팔았다. 바이크를 사려는 사람은 대학생이었다. 거래 문자를 주고받을 때부터 흥분과 설렘이 나에게 전달되었다. 내가 처음 사던 그 날처럼. 카페에 앉아 바이크를 설명하고, 사용했던 용품들을 건네주고, 또 설명하고.
헬멧이 두 개 있는데 두 개 다 드릴게요. 하나는 뒤에 제 아내 태울 때 씌웠었어요. 엔진이 튼튼하고 잔고장이 없어서 편하게 타실 수 있을 거예요. 듬직한 놈입니다. 멀리 군산에도 다녀왔었는데 한 번도 속 썩인 적이 없어요. 브레이크도 잘 들고 시동도 한 번에 걸립니다. 1000킬로마다 무조건 엔진오일을 직접 갈았어요. 엔진오일도 좋은 걸로만 썼어요. 미리 사놓았던 건데 드릴게요. 안전하게 오래오래 타세요. 축하드립니다.
새 주인과 있는 바이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제 가는구나. 머플러 뒤에 가만히 손을 가져다 댄다. 여전히 축축한 바람이 나온다. 역시 엔진 하나는 짱짱해. 새 주인은 기어 변속이 서툴다. 옆에 서서 가만히 변속하는 것을 알려준다. 탁 탁 잘 걸린다. 나도 처음에 시동 많이 꺼먹었는데.
혹시 타다가 궁금한 거 있으면 편하게 연락해요. 조심히 가세요. 바이크가 점점 멀어진다. 둥둥둥. 점점 멀어지는 단기통 엔진 소리가 듣기 좋다.
안녕, 잘 가.
2017년의 일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