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생활의 끝자락에서
아침에 일어났더니 몸이 으슬으슬했습니다. 얼마 전 걸렸던 냉방병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비인후과를 갔더니 코로나 검사를 하더군요. 코로나는 아니고 감기 초기 증세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좀 무리하신 것 같다고. 진단은 가벼웠지만 저 스스로는 너무 힘이 들어 오후에 있던 레슨과 약속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집에 들어갔습니다. 약을 먹고는 지겹도록 잤습니다.
이틀 뒤 저녁엔 목이 좀 아팠습니다. 기분이 이상해서 자가 키트로 검사를 해보았는데, 양성반응이 나오더군요. 다음날 이비인후과를 갔더니 코로나라고 합니다. 바로 격리에 들어갔습니다. 연이어 아내도 전염되어 같이 격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계절과 저의 생일을 격리된 상태로 보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더군요. 그리고 생각보다 별일 없이 일주일이 지나갔습니다.
감기를 진단받은 그날이 제일 아팠습니다. 밖은 별일 없이 잘 돌아가고, 아내와 저는 생각보다 집에 있는 음식과 배달음식으로 큰 불편함 없이 지냈습니다. 약기운에 잠도 많이 잤고요. 친구가 주고 간 500피스짜리 퍼즐도 맞추고, <우리들의 블루스>도 다 보았습니다. 잠을 잘 자서 피부가 무척 좋아졌네요.
한 가지 불편한 건 냄새를 못 맡는다는 겁니다. 냄새가 안 나니 밥이 무슨 맛인지 모르겠어요. 먹는 게 재미가 없습니다. 부디 후각은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좋아하는 향수 냄새를 맡고 좋아하는 커피 향을 맡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으니까요.
참으로 간만의 휴식이었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휴가를 못 갔습니다. 아내가 네일숍을 오픈한 것도 적잖이 영향을 주었을 겁니다. 아직 아내는 일하는 게 더욱 즐거워 보입니다. 휴가 가자는 소릴 통 안 했습니다.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격리는 강제로 주어진 휴가였습니다. 처음 이틀 정도는 일정 정리와 처리해야 할 것들 때문에 조금은 귀찮고 정신없었지만, 이내 편안해졌습니다. 일주일을 통으로 쉬어도 생각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은 무지하게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벌써 오늘 자정이 지나면 격리가 해제됩니다.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면 많은 미션들이 수북합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이뤄가려 합니다. 코로나가 동반한 것은 비단 후각 마비뿐은 아니었을 겁니다. 느낀 것들은 차차 삶에서 하나하나 풀어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