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에 퇴근하는 그림이를 태워 정읍으로 향했습니다. 토요일 일찍부터 김장을 시작한다고 하니 미리 가서 잠을 잘 생각이었습니다. 도착을 하니 열두 시가 훌쩍 넘은 깜깜한 밤이었습니다. 주무시지도 않고 우리를 기다리신 이모님들이 반갑게 맞아 주십니다. 시골에 왔습니다.
시골의 밤은 도시의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더 까맣고 더 밝습니다. 밝은 조명들이 없는 밤은 어둡지만 달빛은 더 밝게 느껴집니다. 밖은 썰렁하지만 미리 데워둔 온돌 바닥은 부글부글 끓습니다. 참으로 정겹습니다.
이모님 휴대폰의 알람과 닭 울음소리의 이중창에 눈을 뜨지 않은 채로 정신이 듭니다. 알람에서 들리는 시간은 새벽 4시였습니다. 시골의 아침은 참 빨리도 시작합니다. 이윽고 청국장 냄새며 밥 짓는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게 합니다.
동네 할머님들 하나 둘 모이시고 빙 둘러앉아 김치 속을 바릅니다. 저번 주말에 친구 영준이네서 배운 김치 속 바르는 법을 뽐낼 시간이 왔습니다. 머지않아 마주 앉은 할머니한테 혼나고 다시 배웠습니다. 아 김장은 집마다 방식이 다르구나.
이모부님은 말씀이 없으십니다. 가끔 말씀을 하시면 대게 화내는 말투십니다. 운전면허도 없고 카카오톡도 못하시지만,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는 법을 알고, 쑥갓을 능숙하게 캐내십니다. 배추 밑동이 먹고 싶다는 나의 혼잣말을 듣고 두 뿌리는 남겨서 캐주셨습니다. 따뜻한 백 마디 말보다 그 밑동이 참 포근했습니다.
돌아온 이 작은 도시는 상점도 많고 지내기 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시에 새카만 시골 밤길 밝혀주던 달이 그립기도 합니다.
내년에 또 정읍에 가고 싶습니다. 따뜻하고 예쁜 목도리라도 사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