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정리

-제자리라는 것은

by 임일규


어느 날은 거실을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청소보다는 정리라는 단어가 어울렸습니다. 소파 앞 테이블과 둘이 쓰기에는 넓은 식탁, 아일랜드 위가 어지러웠기 때문입니다.


먼저 좋은 음악을 고르고 버려야 할 것들을 버립니다. 쓰레기가 거의 사라지면서 고민이 시작됩니다. 대부분 테이블 위에 올려진 것들은 원래 자리가 없던 녀석들입니다. 새로 유입된 것들이죠. 그중 분류가 쉬운 녀석들을 자리로 옮겨줍니다. 얘는 팬트리의 어떤 상자 속으로. 얘는 옷 방 서랍으로. 얘는 저기로. 얘는 저기로.


정리를 끝내고 잠시 앉아 창밖을 봅니다. 내가 정해준 자리는 다들 만족스러웠을까요. 창고에 들어간 녀석은 언젠간 쓰임이 있을까요. 이 글을 쓰는 지금 저는 제자리에 있는 상태일까요, 어질러진 상태일까요. 애초에 제자리라는 것은 타인의 확고한 판단에 의해 정해지는 것일까요.


어째 거실은 정리하면서 제 머릿속은 하나도 정리되지 않습니다. 정보가 넘치는 세상. 수많은 유입과 분류되지 못한 생각들.


정리된 거실이 부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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