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온 구멍
한동안 가르마를 타서 적당한 볼륨감의 펌을 한 이른바 <훈남 스타일>의 머리스타일을 유지해오고 있었다. 그러다 아내의 권유로 가르마를 없애고 앞머리를 만들고, 뒷머리를 길게 기르는 늑대 머리. 울프컷을 했다. 어려 보이고 스타일리시해 보여서 좋았다. 그렇게 겨울을 지내고 찾아온 봄과 함께 뒤통수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그날은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만지고 있는데, 뒤통수에 머리카락이 없는 부분이 만져졌다. 맨들맨들. 오랜만에 느끼는 느낌. 중학교 3학년 때 이후로 간간히 생겼다 사라졌다 했다. 동그란 모양으로 머리가 빠지고, 병원 가서 주사 맞으면 다시 메워지고. 잊을만하면 생기는 원형탈모는 나에게 그리 두려운 존재는 아니었다. 음, 오랜만에 원형탈모가 생겼네. 요즘 건강에 신경을 안 썼나, 하는 정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조만간 한가할 때 피부과에 가보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샤워를 하는데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빠졌다. 눈을 감고 샤워기의 물을 맞는데 머리카락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흰 수건으로 머리를 터는데 너무 많은 머리카락이 보였다. 불안했다. 샤워 후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는데 앞이마 쪽에 작은 구멍이 보였다. 뒷머리, 옆머리에는 원형탈모가 생겨봤지만, 앞머리 쪽은 처음이다. 기분이 나빠진다. 내 눈에 구멍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라이를 정성스럽게 해서 작은 구멍을 가리고 외출했다. 햇살이고 뭐고 기분이 엉망이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당장 내일 피부과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