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원형탈모에 대한 기록

by 임일규

35살. 어느 날, 구멍이 생겼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원형탈모가 발생했다. 원형탈모는 머리뿐만 아니라 내 마음에도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면 계속해서 머리가 빠졌다. 빠진 머리카락을 보면 괜스레 마음이 우울해졌다.


거울 앞에 서서 이렇게 저렇게 머리를 가렸다. 구멍이 늘어나고 넓어지니 가릴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모자를 썼다. 사람들이 모두 내 머리만 보는 것 같았다. 더워도 모자를 벗을 수 없다. 바람이 불면 모자를 붙들었다. 그런 내 모습이 싫었다. 점점 밖에 나가기가 싫어졌다.


다시 어느 날, 머리를 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는 못 살겠다. 주변 사람들에게 공개하자. 그리고 멋지게 이겨내 보자. 운영하는 학원 1층의 이발소에 갔다. 면도칼로 시원하게 밀어버렸다. 그리고 거울을 봤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직 민머리 상태이다. 하지만 구멍이 작아지고 메워지고 있다. 나의 과정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련의 시간을 겪으면서 나와 같이 힘든시기를 보내는 사람도, 위태로운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사람들과 그렇게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글은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갈 생각이다.


당신의 마음에 구멍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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