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사람들의 이직과 퇴사

씁쓸하지만 점차 무디어져 가는 작별의 순간들

by waicee

글로벌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꽤나 많은 사람들의 오고 감을 지켜보게 된다. 직접적으로는 내 이전 매니저가 큰 승진을 해서 아시아 총괄로 발령이 난 경우나, 나를 인턴으로 뽑아주셨던 동료 아주머니께서 약 25년을 일하고 은퇴했던 일 등. 회사 전체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나서는 그들의 얼굴엔 아쉬움과 뿌듯함이 섞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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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과 퇴직의 경우에도 대부분 쿨하게 보내주는 편이다.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조촐한 파티를 열어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을 축복해주고 나중에 언제든 돌아오라는 말로 떠나는 이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 준다. (실제로도 돌아오는 케이스가 꽤 되기도 하고, 나 역시 이렇게 떠났다가 돌아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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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들은 항상 좋은 일로만 떠나지 않는다. 인턴 시절부터 자주 챙겨주고, 이후에 나를 자기 팀에 추천해주었던 사장단의 한 임원은 구조조정 하에 사임하게 되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팀에서의 내 첫 일정은 그의 작별 파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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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Region 팀에서 일할 때 한국에 자주 들렀었다며, 나를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어눌한 "안녕하쎄요우~"를 호쾌하게 연발했던 임원도 리스트럭쳐링을 피해가진 못했다. 눈치 없는 한 동료가 은퇴해서 부럽다며 툭 치자 어색하게 웃으며 얼버무리던 그에게 나는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몰라 멀리서 서성였다. 마음을 다잡고 다가가 You will be missed라고 말을 건네려다, 악수를 하며 I will miss you라고 말을 바꿨다. '회사'는 그를 그리워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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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위에 두 사람의 마지막은 비교적 아름다웠다. 같이 일했던 모두를 만나 악수하고 포옹하며 입맞춤을 한 후, 고급진 케이크를 나눠먹고 축복을 빌어주는 마지막. 짧은 사내 공고 한 줄과 함께 조용히 사라진 어떤 이에겐 파티조차 없었으니까. "Effective Immediat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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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필요한 조정엔 늘 개선이 따라온다. 모든 결정은 매우 합리적이었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며 팀은 보다 역동적이고 효율적이게 변해갔다. And I know what I signed up for. 희미해져 가는 내 씁쓸한 감정을 제외하고는 모든 게 발전해간다. 새 팀원들도 어딘가를 떠나온 사람들이겠지. 많은 사람들을 보내고 받으면서 나도 어느샌가 이 문화에 스며들어간다.


지금까지 나는 주로 떠나는 사람이었다. 고등학교에 가며 살던 동네를 떠나고, 대학을 위해 한국과 가족을 떠나고, 교환학생을 가며 회사를 떠나고, 승진을 위해 이전 팀을 떠나고. 보통 떠난 사람은 새로운 곳에 적응하느라 한동안 뒤돌아 볼 겨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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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에는 주로 남겨진 사람이 되었다. 남겨진 사람의 일상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계속 흘러간다. 곳곳에서 가끔씩 빈자리가 느껴질 뿐. 떠나는 사람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축복하지만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 탓일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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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배운 게 있다면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떠날 거고, 나는 그걸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멀어진 물리적 거리만큼 마음의 거리도 멀어지지 않도록 내가 좀 더 노력하면 조금은 달라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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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다시 자리로 돌아갈 시간이 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