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양의 독서모임 이야기
* [For me]는 이고양이 직접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경험하고 또 배워나간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글입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통해 독서의 즐거움과 독서모임의 매력을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 [For me]는 매주 금요일마다 에피소드 하나씩을 올리려 합니다. 이따금씩 쉬어가는 주가 생길 수도 있지만, 가능한 꾸준히 올리려 노력하겠습니다.
4월은 완연한 봄이었다. 이곳저곳에서 꽃은 피어오르고, 번화가의 거리에는 푸르른 웃음소리가 소란스럽게 울려 퍼지는 계절. 그 화려한 계절에 나는 번화가 한가운데에 있는 카페테라스에 앉아있었다. 맞은편에는 운영진인 여우님이 있었다. 여러 잡음이 듣기 좋게 울려 퍼지는 그곳에서 우리는 For me의 운영 방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시절 For me는 과도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가입만 하고 참석은 잘 하지 않는 회원이 꽤 있었는데, 이제는 20명의 회원 대부분이 참석을 자주 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시기에 방향성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앞으로의 For me의 방향성이 바뀌리란 것을.
약간의 의견 충돌은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우리가 내어놓은 것은 '토론벙'이었다. For me의 방향성은 확고하게 정해져있었고, 그 방향성을 회원 스스로 생각해 보게 만들 수 있을 만한 토론의 자리. 처음으로 책이 없는 대화의 자리를 열어볼 생각이었다. 한 잔의 커피를 다 마셔갈 때쯤, 나는 세 가지 질문을 꺼내놓았다. 이 질문들은 우리 모임의 이름을 쪼개놓은 것이다. '나를 위한 독서 모임 For me' 이 이름을 각각 '나를 위한' '독서' '모임' 이 3가지로 쪼개어 질문을 만들어내었다.
첫 번째 질문은 '당신은 무엇을 원하고 계시나요?'이다. '나를 위한'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조금 더 명확히 하고 싶었다. 나를 위해 무언가를 행동하기 위해서는, 나는 무엇을 바라는지를 진정으로 알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니까. 그래서 이 질문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자세한 설명이 없다면 이 질문은 지나치게 추상적인 질문이 된다. 장래희망을 말하는 것일까? 30년 뒤의 나의 모습? 지금 가장 간절히 바라는 것? 하지만 이 질문이 묻는 것은 그런 거창한 곳에 있지 않다. '저 사람과 친해지고 싶다.', '오늘은 커피가 아니라 차를 마시고 싶다.', '오늘은 산책을 좀 하고 싶다.' 이런 아주 사소한 바람들이다. 우리는 삶의 아주 많은 순간에, 아주 작은 것들을 원하곤 하니까.
이 질문을 영어로 바꾸면 'What do you want?(당신은 무엇을 바라십니까?)'가 된다. 그러나 사실 이 질문을 진정으로 곱씹어 보려면 의문사를 바꾸어야 한다. 무엇(What)이 아니라 왜(Why)가 되어야 한다. 'Why do you wnat to do what you want?(당신이 원하는 것을 왜 원하고 있나요?)' 이것이 이 질문을 정말 '나를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어쩌면 낯선 질문일 것이다. 왜 오늘따라 핫초코가 먹고 싶었을까. 왜 산책이 하고 싶었을까. 왜 저 사람과 친해지고 싶었을까. 부디 이 질문의 대답이 '그냥 그러고 싶어서'라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 우리가 찾아야 하는 이유는 좀 더 나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질문이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나는 무엇에 기뻐하는 사람인가. 나는 사람을 볼 때 어떠한 점을 주목하는가. '내가 원하는 것을 왜 원하는가'라는 질문의 모든 대답은 결국 나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이다. 진정으로 나 자신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나를 위한'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질문은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요?'였다. '독서'의 의미를 들여다보고 싶은 질문이었다. 사실 이 질문은 첫 번째 질문 뒤에 있기에 더 의미 있는 질문이다. 일부러 그렇게 배치했다. 사실 진정으로 묻고 싶은 것은 '당신은 책으로부터 무엇을 원하고 있나요? 이기 때문이다. 독서 그 자체가 아니라, 지금 읽고 있는 그 한 권의 책을 읽는 이유 말이다. 사실 그 이유는 아주 다양하다. 때로는 사소하고, 때로는 거창하다. 지적 탐구심을 위해 책을 읽기도 하겠지만, 누군가는 다이어트를 위해 식습관에 대한 책을 읽기도 하고, 누군가는 외로운 감정을 달래고 싶어 감성적인 에세이를 읽기도 한다. 때로는 어떤 사람이 궁금해져서 그 사람이 좋아하는 책을 따라 읽기도 한다. 서점에 갔다가 제목에 너무 끌려서 책을 고르기도 하고, 오래전 선물 받은 책이 너무 오래 책장에 있어서 부담감 때문에 책을 읽는 경우도 있다. 어떤 때에는 잘난 척이 하고 싶어서 어려운 책을 읽기도 하고, 혹은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아서 베스트셀러를 찾아 읽기도 한다.
이 많은 이유 중 어떤 것이든, 혹은 언급되지 않은 어떠한 이유든, 책을 읽는 이유로서 나쁜 이유는 하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그 이유를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는지 아닌 지이다. 이유가 분명하고 목적이 분명하면 책을 읽는 방법과 태도가 그에 맞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적 탐구심을 위해 책을 읽는 사람은 그 책 속의 지식을 탐욕적으로 흡수한다. 누군가가 좋아한다던 책을 읽는 사람은 그 사람은 이 책을 왜 좋아할까를 생각하며 책이 아니라 그 사람을 읽게 된다. 잘난 척이 하고 싶어 어려운 책을 읽는다면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기 좋은 부분을 기억하며 읽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이유를 스스로가 착각하게 되면 독서는 의미를 잃게 된다. 책으로 외로움을 달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이 사회문제에 대한 베스트셀러를 읽는다면 그 독서가 즐거울까? 지적 탐구심을 채우고 싶어서 시집을 읽는다면 그 시의 감동이 무슨 소용일까. 내가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를 분명히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그때에 우리는 비로소 '독서'의 가치를 온전히 누리게 된다.
세 번째 질문은 '모임에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였다. 이 질문이야말로 '모임'에 초점을 맞춘 질문이자 첫 번째 질문과, 두 번째 질문 뒤에 나오기에 진정으로 의미 있는 질문이 된다. 이 질문의 본질은 'For me로부터 무엇을 얻고 싶은가요?'이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 오는 회원들에게는 한 번씩은 묻게 되는 질문이다. 누군가는 책을 읽는 습관을 기르고 싶어서 왔다고 하고,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은 책을 어떻게 읽는지 궁금해서 왔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나온다고 한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누군가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사람을 만나러 왔을 수도 있고, 이성 교제를 목적으로 왔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 모임을 와해시키기 위해 다른 모임에서 보낸 스파이가 있을 수도 있을까?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그럴지도 모른다. 무엇이 되었든 그 이유 중 어느 것도 잘못된 이유는 없다. 책을 읽는 이유가 잘못되지 않는 것과 같다. 모임에 나오는 이유를 스스로가 분명하게 인지하고 목적을 확실하게 한다면, 모임에 임하는 태도 또한 그에 맞춰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만큼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가 정말 중요해진다. 왜냐하면 모임은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이유는 없지만, 그 이유가 우리와 맞지 않을 수는 있다. 독서모임 For me가 만들어진 배경은 아주 단순하다. 첫 번째 질문과 두 번째 질문에 대해 자신만의 대답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만든 모임이었다. 그리고 그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함이었다. 바꾸어 이야기하면, 이 취지와 맞지 않는 사람들은 함께 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외로움을 달래고자 하는 사람들, 즐거운 술자리나 친목 도모를 찾아온 사람들, 이성 교제를 위해 찾아온 회원들. 이런 사람들의 이유와 목적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 모임이 추구하는 방향과는 조금 많이 다를 것이다. For me가 그러한 부분을 완전히 배척하고 절대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임 이후에 가벼운 식사나 때로는 시간을 내어 여가생활을 함께 즐기기도 하고, 모임 내에서 연인이 생기는 것 또한 오히려 환영하는 바이다. 독서라는 즐거운 취미를 함께하는 연인이 생기는 건 좋은 일이니까. 하지만 결코 그러한 목적들이 독서보다 우선일 수 없는 모임이 For me이다. For me의 정체성은 독서와 대화에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책을 왜 읽는가 이런 질문들을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은 사람도, 그들의 생각을 존중하지만 함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For me는 타인에게 내 생각을 이야기함으로써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돌아보면서 나 자신을 또 한 번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을 추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세 가지 질문으로 대화를 나누려 했던 토론벙은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낯선 형태로 인해 참여자는 적었고, 이미 모임장의 대답이 지나치게 확고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토론이 잘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모임 자체에는 확실하게 중요한 기점이 되었다. 모임을 주도하는 모임장과 운영진들이 이러한 생각을 확실하게 하게 된 것만으로도 모임 전체의 방향성이 조금씩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지금도 오래된 회원들은 이런 생각에 많이 물들어있다. 구체화된 언어로 자리 잡지는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 생각과 태도에 자연스럽게 배어들게 된다. 처음에는 반발하던 회원들조차도 말이다. 좋은 대화란 그런 것이다. 긍정적인 영향력에 서서히 물드는 것. For me의 분위기는 그렇게 서서히 만들어져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