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양의 독서모임 이야기
* [For me]는 이고양이 직접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경험하고 또 배워나간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글입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통해 독서의 즐거움과 독서모임의 매력을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 [For me]는 매주 금요일마다 에피소드 하나씩을 올리려 합니다. 이따금씩 쉬어가는 주가 생길 수도 있지만, 가능한 꾸준히 올리려 노력하겠습니다.
5월은 분주한 계절이다. 4월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던 새하얀 벚꽃들이 다 떨어지고 나면, 그 빈자리를 노리고 자신이 푸르름의 상징이라도 되고 싶다는 듯이 온갖 초목이 제 싱그러움을 내뿜기 바쁘다. 그리고 독서모임 For me도 그 시기에 가장 바쁘게 돌아갔다. 독서벙과 정모는 대부분 인원이 가득 찼고, 빈자리가 없어 참석을 못 하는 회원들도 종종 있었다. 거기에 책 대신 연극이나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누는 벙도 열리기 시작했고, 모임장의 주도로 여러 가지 이벤트가 열리기도 했었다. 말 그대로, For me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For me는 겨우 20명의 인원이었지만, 당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인원 제한은 최대 4인이었고, 그 시기는 모임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사람들로만 20명이 채워졌던 시기였다. 회원들은 모임이 열리기를 기다렸지만, 안타깝게도 운영진은 나와 여우님 겨우 둘뿐이었다. 회원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느꼈던 우리는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틈이 날 때마다 벙을 열었고, 대화를 했고, 이벤트를 열었고, 그리고 그렇게 지쳤었다.
당시 내 마음은 정말 분신술이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었다. 모임에 대한 애정도 넘쳤고, 참여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그 마음을 몸이 따라가지 못했고,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었다. 그 당시는 본업이 바빠지던 시기라 더욱 그랬다. 결국 여우님과 나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운영진이 필요하다'
사실 운영진을 더 늘릴 생각은 꽤 오래된 것이었다. 모임 초창기부터 20명은 2명이서 감당할 수 있는 최대한의 숫자라고 생각했었고, 운영진을 늘리며 조금씩 규모를 키우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나와 여우님이 모두 남성이기 때문에 여성 운영진이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단순히 남녀 성비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회원들이 남성 운영진을 마냥 편하게만 여기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중에, 모임이 생각 이상으로 활발해졌고, 기존의 운영진만으로는 힘에 부치기 시작했고, 그리고 운영진으로 적합하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나타났다.
운영진으로 적합하다고 느끼는 점은 별다른 게 아니었다. 여성이라는 점은 상황에 따른 특수성일 뿐이었고, 운영진으로 함께해 주길 바라는 사람의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첫 번째로는 모임과 책에 대한 애정이 큰 사람. 그리고 두 번째로는 질문과 대답이 오고 가는 대화에 적극적인 사람. 마지막으로 기존 운영진들과 생각의 결이 비슷한 사람. 그리고 운영진으로 섭외하려 했던 병아리님은 그러한 조건에 충분히 부합하는 사람이었다.
사실 당시는 For me의 황금기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모임에 애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유독 많은 시기였고, 그만큼 운영진으로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 한 명뿐이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남성 회원이거나, 운영진이 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었기에 그러한 부분이 없던 병아리님에게 가장 먼저 제안했을 뿐이었다. 당시 운영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회원들도 결국 연달아 운영진이 되었고, 당시 가장 활발한 활동으로 모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었던 회원들이 현재 운영진으로 활동하는 걸 보면 결국 모임에 대한 애정이 운영진에게 필요한 가장 큰 요소가 맞는 듯하다.
아무튼, 그렇게 For me의 새로운 운영진이 생겼다. 그러나 운영진을 새롭게 들인다는 것은, 단순히 회원을 받아들이는 것과는 달랐다. 단순히 회원일 때 보다 가까운 사이가 되는 것이고, 그건 곧 친구가 된다는 것이다. 혹은 한 식구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삶에 대한 가치관은 각자 다를지라도, 적어도 모임 운영에 대한 가치관은 같은 방향이어야 한다. 걸음의 속도는 달라도 괜찮고, 걷는 방식도 달라도 괜찮지만, 방향만큼은 같은 방향이어야 함께 걸어갈 수 있다. 가치관의 방향성이 같으려면, 책에서 벗어나 사람 대 사람의 대화가 충분해야 하고, 서로의 생각이 충분히 공유되어야 한다. 그리고 당시의 나는 그것을 간과했었다.
나의 섣부름으로 인해 병아리님은 이미 운영진이 되어버린 채로 그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결국에는 운영진의 역할을 능히 감당해 내었고 우리는 친구가 되었지만, 사실 그 과정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힘겨움으로 채워져있었다. 새로운 운영진 덕분에 모임은 더 좋아졌지만, 그 자리의 무게로 인해 새로운 운영진은 마음고생을 해야만 했다.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 보아도 당시 병아리님에게 불필요한 짐을 씌우고 괜한 고생을 하게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한다. 그럼에도 그 이후로도 운영진을 새로이 들일 때마다 나는 몇 번의 실수를 더 하곤 한다. 그 이야기는 이후에 더 할 기회가 있겠지만, 결국 그 많은 실수들을 거치며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운영진을 새롭게 들일 때에는 모임을 우선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사람이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모임을 운영하는 운영자를 들이는 일에, 모임보다 사람을 더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야만 한다. 운영진으로서의 역량은 둘째 문제다. 운영진이 되는 것이 그 사람에 과연 이득이 되는 일일까? 운영진이 됨으로써 도리어 힘들어지는 부분은 없을까? 기존 운영진과의 관계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까? 나는 그 사람을 운영진으로 볼 것인가 친구로 볼 것인가? 이 모든 의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사람을 운영진으로 들일 수 있다. 그래야 한다.
지금에 와서는 운영진을 더 늘리지는 않을 생각이다. 꼭 운영진이 되지 않더라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그 편이 더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운영진이라는 자리 자체가 그들에게 독이 되지는 않는가라는 고민도 있고, 그 자체로 하나의 계급으로서 존재하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도 있다. 운영진이라는 직위 자체를 폐지하고 회원 모두가 운영자처럼 존재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이상적인 생각도 해보곤 한다. 이 모든 고민들에 정답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혹여 이 글을 보는 다른 독서모임의 모임장이 있다면, 부디 운영진이 있고 없고에 옳고 그름이 있지는 않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운영진에 어떠한 의미를 두는가는 모임장인 당신이, 그리고 운영진이 되는 이들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이다. 다만 그 결정에 아무런 의미가 없지는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