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양의 독서모임 이야기
* [For me]는 이고양이 직접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경험하고 또 배워나간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글입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통해 독서의 즐거움과 독서모임의 매력을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 [For me]는 매주 금요일마다 에피소드 하나씩을 올리려 합니다. 이따금씩 쉬어가는 주가 생길 수도 있지만, 가능한 꾸준히 올리려 노력하겠습니다.
`이 책을 집어 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질문은 지금도 For me 모임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항상 물어보는 질문이다. 많은 회원분이 처음에는 이 질문 앞에 당황하곤 한다. `어…. 그냥 책장에 있어서 가져왔는데요..?` `베스트셀러라서 읽어보려고요.` 이런 대답들이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대답이다. 그런데 몇 번 질문을 당한 뒤로는 이제는 다들 이 질문에 태연하게 대답하곤 한다. 아니, 도리어 목적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요즘 말을 좀 잘하고 싶어서 이 주제에 관련된 책을 읽으려고요.` `제가 미라클 모닝에 관심이 좀 많아서요. 다른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해서 골랐어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예요. 이 작가의 문체가 좋아서 자주 찾게 돼요`
내가 언제나 이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책을 읽는 목적에 따라서 책을 읽는 관점이 바뀌기 때문이다. 책을 읽음에 있어서 나쁜 이유는 없다. 다만 이유를 모르고 읽을 때 많은 것을 놓치게 될 뿐이다. 목적이 있는 독서는 그 시간을 조금은 더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 처음 여우님과 함께 For me를 만들던 시절, 그 시절의 우리에게 책을 고른 이유를 물어본다면 우리의 대답은 아마 같았을 것이다. `나를 찾기 위해서`
그 시절 여우님과 나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꽂혀있던 시기였다. 우리끼리는 일명 `나 찾기 프로젝트`라고 부르던 것들이었다. 단순히 누군가에게 자기소개를 위한 질문이 아니었다. 나는 어떤 생각을 하는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가. 왜 그러한가. 나는 어떤 것을 즐거워하고, 어떤 것에 분노하는가.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등등.. 이 외에도 수없이 많은 `나` 자신에 관한 질문들이었다. 남들이 보는 내가 아니라, 진짜 나만이 알고 있는 나 자신을 찾아 나가는 것이었다.
사실 같은 질문에 대해서 여우님과 나의 접근 방식은 조금 달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그 수많은 질문에 대해서 이미 나만의 답을 가지고 있지만, 그 과정이 너무 자연스럽게 배어있던 것이라 말로써 그것을 구체화해낼 필요가 있었고, 여우님은 그런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채 살아왔기에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를 몰랐던 사람이었다. 둘 다 정반대의 상황에 있었지만, 둘 다 똑같이 어떻게든 `나를 찾는 것'을 목표로 책을 읽곤 했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책을 읽고,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함께 답을 찾아 나갔다. 주로 특정한 주제에 대해서 이미 답이 나와있었던 나의 과정을 먼저 파헤치고, 그것을 여우님의 삶에 맞추어 바꿔서 적용해 보고, 그리고 그것이 되지 않을 때 다시 또 이유를 찾아서 나의 과거를 분석하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우리는 지금의 우리를 이루는 생각이나 습관, 성향 등이 생각보다 더 과거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점점 알게 되었다. 질문이 거듭될 수록 점점 더 어린 시절로 파고들어 가면서 점점 우리가 발견한 것이 하나 있는데, `나 찾기`를 도와줄 수 있는 핵심적인 수단이 역시 `책`이라는 점이다.
나를 알기 위해선 나 자신에게 수없이 많은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질문을 스스로 던지는 것은 매우 쉽지 않은 일이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질문이 떠오르지 않고, 나중에는 생각이 갇혀서 신선한 질문을 하지 못한다. 혼자 하기에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나의 어린 시절을 그리고 20대를 지나오면서 그 질문자의 역할을 대신 해준 것이 바로 책이었다. 나에게 책은 나에 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친구였다. `그래서.. 너는 이걸 어떻게 생각하는데?`라고 말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 자신을 읽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읽는 기준을 하나 세우기로 했다. 어떠한 책을 읽든지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독서를 하자고. 책을 통해서 나 자신을 더 깊이 알아가는 독서를 하자고. 그래서 우리 독서 모임의 이름은 `For me`가 되었다. `나를 위한 독서 모임 For me` 이것이 우리 독서 모임의 이름이었다.
2018년 3월. 그 시작은 나와 여우님 겨우 두 명. 모임장과 운영진 한 명씩. 겨우 둘 뿐인 독서 모임은 오로지 자신을 위해 책을 읽어나가는 이기적인 독서가들이 모인 곳이었다. 우리는 책을 읽으며 나를 읽어나가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