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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양 Jul 28. 2023

내가 누구를 사랑하는지 확인하는 방법

이고양의 연애 비법 첫 번째. 사랑의 시작

한 인터넷 질문 사이트에 이런 질문이 게시되었다.


Q.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는구나"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한 네티즌이 올린 이 게시글에는 정말 여러 가지 답변이 달렸었다. 그 사람이 갑자기 예뻐 보일 때, 그 사람이 다른 이성과 함께 있는 모습에 질투가 날 때, 그 사람이 날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눈물이 날 때 등등.. 저마다 남긴 답변에는 각자의 반짝이는 추억이 담겨있었다. 사실 이 질문에 정답이 어디 있을까. 모두가 각자의 순간을 맞이하는 것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이 질문에 달린 답변 중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은 베스트 댓글이 있었다. 


A. 이 질문을 보고 그 사람이 떠올랐을 때.


이 답변을 보고 나니, 정답이 없어 보이는 이 질문의 유일한 정답이 바로 이 대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답변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추천을 받은 것은 아마, 모두들 나와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맞네.. 바로 이거네..  처음 질문을 보고 나면 우리는 모두 지금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순간을 떠올린다. 연인이든, 짝사랑이든, 지금 나의 감정을 완벽하게 반영해서 우리의 무의식이 그 사람을 떠올려 버리는 것이다. 설령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 깨닫지 못하는 순간에 조차 우리의 무의식은 나보나 나를 더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 글의 제목인 '내가 누구를 사랑하는지 확인하는 방법'을 읽고 들어온 당신에게 그 방법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이미 알려주었다. 위에 적힌 저 질문의 대답과 같은 답이다. 당신이 이 글의 제목을 누르며 떠올린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잠깐. 혹시 두 명 혹은 세명을 떠올리며 들어왔는가? 그렇다면 조금 어려운데.. 100%는 아니지만 꽤 높은 확률로 맞는 방법을 알려주도록 하겠다. 


일단 떠올린 사람이 세명 이상이라면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그 셋 중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일 것이다. 아직 당신은 누군가를 사랑할 시기가 찾아오지 않았나 보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리 쉽게 쪼개어지지 않는다. 셋 이상으로 갈라진 마음이라면 그건 가벼운 관심일 가능성이 높다. 당신은 아직까지는 다른 누군가보다는 자기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떠올린 사람이 두 명이라면, 아주 높은 확률로 '나중에 사랑하게 된 쪽'을 사랑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직 연인을 사랑하고 있는데도 다른 사람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면, 그건 다른 사람을 연인보다 더 높게 사랑하고 있는 것이고, 썸을 타는 관계에서 다른 사람이 자꾸 생각난다면 그건 더 마음이 가는 사람을 찾은 것이며, 분명 나는 오랫동안 누군가를 짝사랑해왔는데 자꾸 다른 사람이 눈에 밟힌다면 그건 당신의 오랜 짝사랑은 뒤로 던져버리고 새로운 만남으로 나아가라는 뜻이다.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상황이 있겠지만, 둘 중 누구인지 고민하는 거라면 대부분은 '나중에 사랑하게 된 쪽'이 지금 당신의 마음이 가는 쪽일 것이다.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고 난 이후의 과정을 떠올려 보면 그 이유가 명백해진다. 




자,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순간을 한번 따라가 보자. 어떠한 계기로든지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는 순간부터, 우리는 헤어 나올 수 없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내가 그 사람을 의식하고 있다'라는 생각 자체가 그 사람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기에, 작은 신경쓰임이 점점 더 커지게 된다. 그 사람을 의식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무의미하다. 그 사람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하는 노력 자체가 오히려 더 그 사람에 대한 잔상을 머릿속에 남길뿐이다. 


심리학 이론 중에는 '프레임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꽤 폭넓은 이론이라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그중에서 아주 쉽고도 재밌게 이 이론을 설명하는 묘사가 있다.

 '기존에 형성된 패러다임을 반박하거나 부정하는 모든 행위는, 1차적으로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부각하고 강화하는 행동에 불과하다. <코끼리를 떠올리지 마시오>라는 말을 듣게 된 사람은 반드시 코끼리를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떠올려야만 한다.'


내가 읽었던 책에서는 코끼리를 예시로 들었지만, 나는 이 프레임 이론의 가장 멋진 예시는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구나'라고 깨닫게 된 순간부터 우리의 머릿속에는 '그 사람'이라는 프레임이 생겨버린다. 나는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 뿐인데 자꾸 '그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무엇을 해도 자꾸 그 사람이 생각이 나게 되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 프레임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 그러니까 '안돼. 그 사람을 좋아하면 안 돼'라는 생각조차도 도리어 이 프레임을 굳건하게 만들 뿐이다. 


때때로 어떤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서, 혹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을 접으려 한다. 그러나 마음만 접으려 애쓰면 무슨 소용인가, 머릿속이 온통 그 사람뿐인 것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되려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하게 될 뿐이다. 


자.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이토록 나의 생각과 모든 시간이 지배당하는 강렬한 경험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토록 강렬한 생각의 지배를 뚫고 들어온 "또 다른 사랑"이 있다면, 그 사랑이 훨씬 더 큰 법이다. 스스로도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그 사람으로 가득 찼던 생각의 성벽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겼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 중 누구를 사랑하고 있는지 고민이 된다면 '나중에 사랑하게 된 쪽'이 지금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첫 번째 사람에게 마음과 생각을 완전히 빼앗겨 버렸던 것도, 두 번째 사람이 그 마음속을 파고든 것도, 당신은 선택할 수 없다. 이미 마음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아. 물론 이건 짝사랑의 경우나 허용되는 이야기다. 많이 봐줘서 썸 타는 관계정도까지는 이해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연인을 두고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은 것은 온전히 당신의 잘못이다. 당신은 어찌할 수 없었겠지만, 그건 당신이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잘못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바람을 '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라고 포장하는데, 그건 잘못된 말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것이 아니라, 그저 연인을 '덜 사랑했을 뿐'이다. 바람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좀 더 자세히 하도록 하자. 이야기가 자꾸 새어버리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이제 당신이 누굴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면,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하지만, 마음을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꼭 해야 하는 '고백'

그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Next. 연애 비법 두 번째. 고백은 어떻게 하는 거지?




(+) 만약 위에서 소개한 방법대로 생각해 보아도 누구를 좋아하는지 아직 헷갈린다면, 당신의 사연을 이고양의 이메일 <waiflover@naver.com>으로 보내주세요. 이고양이 책임지고 당신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 그 외에도 많은 연애고민과 사연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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