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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양 Aug 05. 2023

고백은 떨림을 전하는 것이다.

이고양의 연애 비법 두 번째.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 

지난 시간에 우리의 마음을 깨닫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이제 당신이 누구를 좋아하고 있는지, 누구를 마음에 품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럼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당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고백!

그런데.. 대체.. 이 고백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생각 외로 많은 사람들이 고백을 어려워한다. 아니, 두려워한다. 

정확히는 고백 이후의 그 거절이 두려운 것일 테지.

그런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말이겠지만, 분명히 미리 말하겠다.


성공률 100%의 고백은 없다. 


요즘 인터넷에는 이런 말이 있더라. '고백은 도전이 아니라 확인이다'. 서로의 마음이 확실해졌을 때 확인을 하는 것이 고백이라고. 전혀 호감이 없는 상대의 예상치 못한 고백은 불쾌감을 불러올 뿐이라고 말이다. 음..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만... 나는 그럼에도 고백이 여전히 가슴 떨리고 두려우면서도 떨리는 내 마음을 전달하는 고백이기를 바란다. 내가 너무 옛날 사람인 걸까?


아니. 서로의 마음이 확실해질 때에 확인을 위한 고백은, 음.. 조금 위험한걸. 서로의 마음의 크기는 결코 같을 수 없기에, 누군가의 마음이 항상 더 빠를 것이고, 더 빠른 사람은 그만큼 더 지치게 될지도 모른다. 뒤따르는 사람의 마음이 커졌을 때에는 더 빠른 사람은 이미 마음이 지쳐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고백은 여전히 '도전'이 맞다. 단, 예상치 못한 일방적인 고백은 나도 반대. 


고백은 '마음이 먼저 커진 사람'이 '아직 그 정도로 커지지 않은 사람'의 마음을 떨리게 만들어서 나와 같은 떨림으로 맞추는 것이다. 성공하면 서로의 떨림이 같아져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고, 서로의 떨림이 도저히 같아질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 그것이 곧 고백에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고백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다. 고백의 목적은 서로의 마음의 떨림을 하나로 맞춘 뒤, 그다음 단계인 연애로 넘어가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고백은 고백의 성공여부만을 따져서는 안 된다. '어떤 고백이 연애를 더 아름답게 만들 것인가?'를 봐야 한다. 


온갖 화려함으로 가득 채워서 상대방을 현혹시키는 고백은, 그 화려함이 연애를 하는 내내 지속되지 않는다면 연애가 시들어버릴지도 모른다.

술의 힘을 빌어서 건넨 용기 없는 고백은, 상대방에게 확신을 주지 못하고 늘 마음을 의심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끈질기고 집요한 고백 끝에 얻어낸 승낙이라면, 서로 다른 그 마음이 연애를 하는 내내 계속해서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질투심에 눈이 멀어 뱉은 성급한 고백은, 마음의 깊이로 인해 고민과 괴로움이 많은 연애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고백의 조건은 2가지이다. 첫 번째 조건은 타이밍에 관한 것이고, 두 번째 조건은 방법에 관한 것이다.

첫 번째 조건은, '상대방에 대한 마음이 너무 커져서 그것을 더 이상 감출 수 없을 때 고백할 것'

두 번째 조건은, '상대방의 마음이 내 마음만큼 떨리게 만들 것'

이 두 가지 조건을 달성하는 것에 성공한다면, 그 고백은 아마 받아들여지는 것은 물론이고, 아주 행복한 연애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방법을 막 쓰다 보니.. 아니 내가 뭐라고 이런 방법을 잘난 듯이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가 홍토끼에게 했던 고백을 떠올리며 작성하고 있는 것이긴 한데.. 사실 나 조차도 그 고백이 계산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진심이 전달되었던 것 아닌가? 그런데 이런 방법을 적고 있는 것 자체가 웃긴 것 같다. 그러니 그냥 내가 고백을 했던 순간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사실 나는 내 마음을 스스로 자각하는 것이 꽤 늦은 편이었다. 상대방이 내 마음을 어렴풋이 눈치챌 때쯤 되어서야 나도 내 마음을 알아차리게 되었으니 말이다. 나는 내가 홍토끼를 이성으로서가 아니라 '좋은 누나'로서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아니 실제로도 처음에는 그러했을 테고, 어느 순간부터 '좋은 누나'가 이성으로 보이기 시작했던 것을 내가 너무 늦게 알아차린 거겠지.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 시기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서로가 서로의 '이성으로서가 아닌 인간적인 매력'을 알아가게 되는 시간이니까. 이 시기동안 나는 홍토끼의 밝음과 성실함, 그리고 배려 깊음을 알 수 있었으며, 홍토끼는 (그동안 홍토끼가 한 말로 미루어 보아) 아마 나의 독특한 사고방식과, 친절하면서도 냉정한 리더십을 보았을 것이다. (이 부분은 홍토끼의 피드백을 듣고 수정해 보도록 하겠다.) 이 시기에 발견했던 매력들은 후에 이성적인 매력으로 변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사람으로서의 매력으로 작용하여 상대방을 존중하고 존경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렇게 서로를 좋은 사람으로 인식하고 난 뒤 쌓인 것은 '대화의 시간'이다. 그것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단 둘이서 나누는 '사적인 대화'말이다. 아마 이 단계는 앞서 이야기한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 이루어지기 힘든 순간이다. 인간적인 매력도 이성적인 매력도 느끼지 못한다면 아예 대화를 이어나가지 않을 테고, 이성적인 매력이 앞선다면 마음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쪽은 부담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를 '좋은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그것은 '사적인 대화'를 이어나가기에 더할 나위 없는 명분이 된다. 이 시기에는 이성적인 호감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된다. 


나는 아마 이 시기즈음에 이성적인 마음이 생겼던 것 같은데,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상대방에게는 긴가민가 하면서도, 노골적이지 않아 그냥 그런가 보다 생각하게 만드는 태도였던 것 같다. 그리고 아마 홍토끼는 그 시기 즈음까지도 나를 좋은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지점에서 '연락을 어떻게 하죠?'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정말 많을 것 같다. 내 경우에는 하늘 사진을 보냈다. 하늘이 너무 예뻐서 찍었다고. 뜬금없이 말이다. 홍토끼도 처음에는 엄청 당황스럽지 않았을까? 그런데도 나는 그냥 보냈다.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연락을 하기에는 조금 서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었다.

안부를 묻기에도 조금 어색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런데 그 순간에는 그냥 그러고 싶었다. 순수하게 정말 하늘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늘이 예쁘니까 이걸 보내주면서 말을 걸어보자. 친해지고 싶다고'


서먹해서, 어색해서, 부끄러워서

하지 못할 이유는 수 없이 많다. 그런데 그 많은 핑계들이 가로막았던 기회들도 정말 수 없이 많았을 것이다. 표현하지 못할 핑계를 찾기 시작하면 정말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된다.

그 대신에, 마음을 표현할 핑계를 찾다 보면 정말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비 오는데, 우산은 챙겼어요? 걱정되어서 물어봐요'

'오늘 달이 엄청 밝던데 봤어요? 엄청 예뻐요'

'칼국수 좋아한다고 했죠? 맛있는 칼국수집을 발견했는데, 알려주고 싶어서요'


마음을 표현할 핑계를 찾다 보면 하지 않았을 일도 할 수 있게 된다.


서먹함도, 어색함도, 부끄러움도, 하다못해 이유가 없는 것조차도, 연락할 멋진 핑계가 된다.


'음.. 오늘은 연락할 핑계를 못 찾았어요. 그래도 연락해도 되나요?'




돌이켜 보면, 고백 직전까지도 나는 그 사람과 나만의 특별한 시간들을 만들기 위해 애썼던 것 같다.


그 사람의 일을 도와준다는 핑계로 찾아가고, 그림을 잘 그리는 그 사람이기에 나도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블로그를 하는 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멈춰두었던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기도 하고. 


블로그를 할 때쯤에는 이미 그 사람을 향한 나의 마음을 많이 자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당시 올렸던 글들을 보면 하나하나가 마음을 표현하는 말들이 많이 쓰여있다. 그런 모습들이 홍토끼에게는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고 한다. 


내가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고백 전에는 이런 순간들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상대방에게 내가 당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을 천천히 알리는 순간. 중요한 건 이 순간들은 억지로 꾸며내면 안 된다. '오늘은 이 만큼만, 내일은 이 만큼 좀 더' 이렇게 계산적으로 보이는 모습은 도리어 상대방에게 읽히게 될 것이다. 


그냥 자기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기만 하면 된다. 억지로 보여주려고도 하지 말고, 억지로 감추려고도 하지 말고, 내가 마음이 가는 딱 그만큼의 행동을 보여주면 된다.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조금씩 알리는 이 시간은 상대방에게 갑작스러운 고백을 받지 않을 기회를 주는 배려이자, 상대방에게도 나를 이성으로 바라볼 시간을 주는 찬스인 것이다. 상대방의 마음도 내 마음만큼 떨릴 준비를 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만약 이 시기에 상대방이 조금씩 나를 멀리하거나 선을 긋는다면, 그때는 단념하자. 상대방이 생각하기에는 도저히 나와 같은 떨림으로 갈 것 같지가 않은 것이다. 그건 내가 상대방을 떨리게 만들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깔끔하게 포기하자. 


다행히도 내 경우에는 홍토끼를 조금은 떨리게 만든 것일까? 홍토끼와는 점점 더 가까운 관계로 빠르게 발전해 나갔다. 


 


고백하던 날은, 사실 나도 그날 아침 집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그날이 고백하는 날이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었다. 물론 그 시기즈음에는 내 마음을 확실히 알고 있었고, 곧 고백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날 아침부터 '좋아 오늘은 꼭 고백을 해야지'라고 마음먹은 것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꽃도 준비하지 못했고, 데이트 코스도, 고백 멘트도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채, 그저 같이 밥 먹기로 했으니 신나서 나섰을 뿐이다. 그런데 멀리서 손을 흔드는 홍토끼를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깨달았었다. 


'아.. 오늘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은데..'


왜냐하면.. 내 마음이 너무 커져서 더 이상 감출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날 같이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선책도 하고, 그렇게 해질녘즈음 어느 초등학교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옆에 앉은 홍토끼에게 아무런 준비도 없는 멋없는 고백을 하고야 말았다. 고백하기 직전에는 정말 엄청난 두려움에 말이 잘 안 나올 정도였다. 왜냐하면.. 내 마음에는 확신이 가득 차다 못해 넘쳐서 오늘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겠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홍토끼의 마음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나를 좋은 동생으로만 여기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이 고백이 거절당하면 앞으로 홍토끼를 못 보는 것은 아닐까..?


마사지해준다는 핑계로 홍토끼의 손바닥을 꾹꾹 눌러주던 내 손이 긴장으로 떨리고 땀이 나기 시작했었다. 훗날 홍토끼가 말해주기를, 그렇게 말 잘하는 사람이 한 글자 한 글자를 바들바들 떨면서 내뱉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라고 하더라.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고, 목소리도 손도 바들바들 떨리는 그 모습에 오히려 진심을 느꼈다고 한다. 이 사람이 나를 정말로 좋아하는구나 하고 말이다. 


어쩌면 내 마음의 떨림이 목소리를 통해, 맞잡은 손을 통해 전달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떨림이 홍토끼의 마음도 나와 같이 떨리게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고백은 그런 것이다. 상대방에게 내 마음의 떨림을 온전히 전달하고, 그럼으로써 상대방도 나와 같은 떨림을 느끼게끔 하는 것. 서로의 떨림이 같아지면 그때 정말 서로가 서로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은 것일지도 모른다. 



저번 글에서 고백하는 방법을 알러 줄 것처럼 이야기해 놓고선..

정작 쓰려고 하니, 나 또한 방법을 따져가며 고백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저 내 마음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만 주절주절 적은 것 같다. 


고백하는 방법을 찾아온 당신에게 꼭 하나의 조언을 해주자면..

그 사람을 정말 정말 많이 좋아한다면, 그저 진심을 가지고 천천히 다가가라고 말하고 싶다.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말이다.


원래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내 마음부터가 내 마음대로 안된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

왜 그런지 아는가? 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Next. 연애 비법 세 번째.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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